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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갔다 돌아오니 집엔 아무도 없고

팥칼국수 한 그릇이 놓여있었다

생전 처음 겪는 갑갑한 맛이었다


반쯤 먹었을 때 엄마가 옆집아줌마와 함께 돌아왔다

엄마 눈에는 내가 굉장히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였는지

팥칼국수 처음 먹는데도 잘 먹네 맛있지?하고 물었고

나는 거기다 대고 최근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없다고 했다

너무 맛없는데 배고파서 할 수 없이 먹는다고


아줌마의 당혹스런 미소와

흙빛이 된 얼굴로

애들이 뭐 맛을 알겠냐며

다급히 변명하는 엄마

뒤늦게 눈치챘다

아 이거 아줌마가 만든 건데

내가 주둥이를 잘못 놀렸구나


Z에게 이 얘기를 하자 자기도 어릴 때

엄마친구들이 해준 옹심이팥죽과 팥국수를

너무 노골적으로 완강히 거부한 게

아직도 죄송하다 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앙버터를 반씩 갈라먹었다


철없던 우리가 팥을 먹습니다

당과 지방을 듬뿍 버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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