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10도의 한낮이 이렇게 좋은 거였어. 동네 산책로의 활력이 다르다. 사람들이 앞뒤로 휘두르는 팔의 각도가 하늘을 찌르고 다 웃고 다니고...나도 덩달아 신나서 힘차게 버스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보도블럭에 피가 뿌려져있다. 아무리 봐도 피였다. 뭐지? 어쨌든 지금은 다시 최저기온 영하 11도. 피 다 얼었겠다.

-지나가는 아저씨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트로트가 나오는데 가사가 “친구야~우리집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네~” 감동했다. 언젠가부터 유행하는 트로트 가사란 대체로 이런 식인 듯. 뭔가 소박하게 기복적이랄까 약간 중장년층의 마려운 부분을 대신 눠주는 해우소의 메아리 같은…맞어 친구가 집 근처 살면 좋긴 좋지…하고 나도 모르게 수긍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들을 콕 꼬집어 읊어줘서 재미있게 생각한다.

-H도서관 부근 기사식당에서 돌솥비빔밥을 먹고 대단히 알차게 행복해졌다. 맛 자체는 중위권이었다. 죽에 가까운 진밥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미식계에서는 절대로 용납 못할 비빔밥. 하지만 싼값에 채소가 듬뿍 들어간 뜨거운 곡기로 배를 꽉 채웠다는 만족감이 굉장했다. 이제는 식당에서 내어주는 1인분을 다 먹는 게 힘들지 않다.

-고통을 호소하는 발을 무시하며 만원대의 하자있는 신발만을 고집한지 어언 20년. 그간 용케도 탈없이 장거리를 걷고 뛰어다녔지만 이제 운이 다한 듯하다. 오른발에서 불길한 통증이 느껴져 정형외과 진료상담신청. 그런데 신청이 씹힌 듯. 병원에서 연락이 없다. 이렇게 또 E병원을 향한 원한은 쌓여만 가고…

-스터디카페 몇 군데를 이용했다. 유료공간인만큼 공공도서관보다 강박적인 고요함에 지배받는 곳이었고 그점이 쾌적하면서도 숨이 막혔다. 그 와중에 예나 지금이나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나 퇴실을 결심한 이용자들이 내는 소음은 다른 소음과 느낌이 확 다르다는 것, 다만 나 어릴 적과 다르게 요즘의 퇴실 소리엔 퀅! 하고 콘센트 뽑는 소리가 꼭 추가된다는 것을 느꼈다. 할일에 전혀 집중 안했단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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