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보고 첫눈에 홀딱 반한 인왕산 숲속쉼터를 구경하러 갔다가 기생충에 나올법한 초호화대저택단지에 잘못 들어가서 한참을 헤매고 갑자기 청와대가 나타나서 식겁하고 엉뚱한 등산로를 타서 끝없는 산행지옥에 빠지는 등본의 아니게 대장정을 해버려서 정작 쉼터에 도착했을 땐 너무 배가 고파 제대로 감상도 못하고 10분만에 뛰쳐나왔다. 맨날 가는 동네 도서관에 딴생각하면서 가다가 차에 치일 뻔하고 갑자기 나타난 재래시장에 흥분해서 한바탕 구경하고 나오고 하여간 엉망진창으로 경로를 재탐색하다가(잘 가다가 옆 골목의 순대국집 간판이 멋지다는 이유로 방향을 막 꺾어버림) 정신 차려보니 웬 누룽지공장 앞. 저번엔 양말공장 앞이었지. 아침부터 헤매느라 진이 다 빠져서 하나도 집중을 못하고 엎어져 잤다. 방향감각 어떡하냐.

- 에세이 잘쓰는 자들을 한없이 부러워하다가 이제는 마케팅 잘하는 자를 신으로 섬기는 단계로 넘어갔다. 마케팅은 정말 대단한 예술이다. 책사의 노회함과 장수의 용맹함을 겸비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쭈구리 음유시인은 과연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나저나 관계자나 지인에게 책을 주며 느낀 건데 재혼 삼혼 청첩장 뿌리고 셋째놈 돌잔치 초대하는 게 이런 기분인가 싶더만. 책이라는 게 워낙 취향을 타는 물건이라 자칫 잘못하면 공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인데 주는 사람이 그 책의 저자라면 더더욱 피차간에 쓸데없이 부담스러워지고 여기에 책에 싸인을 해주느냐 마느냐의 문제까지 추가되면 그야말로 치열한 심리전쟁이 펼쳐지게 되어(싸인 관련 얘기는 나중에 별도로)...그게 참 이렇게 냅다 떠안겨도 될 일인가 싶고 여하간에 입체적으로 민망하고 송구스런 것이다. 과연 나는 이런 쭈굴탱탱 심약한 마음의 모가지를 단칼에 쳐버리고 용맹한 장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 트위터 진짜 무서운 새끼네. 가뜩이나 집중력 바닥나서 퍼석퍼석해진 뇌를 아주 짤짤 비틀어가지고 찔끔 남은 것까지 다 짜버렸어. 사람들 일거수일투족에 기분이 널뛰고 모임만 나갔다 하면 100% 했던 말을 후회하는 내 성격에 너무나도 소셜적으로 네트워크된 이 서비스는 감당이 안 되는 자극의 지옥. 하지만 창작물 홍보=SNS라는 시대의 조류에 이제라도 몸을 맡겨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하게 된 것인데, 아아 어렵구나! 홍보 목적이 빤히 보이면 너무 좀 그러니까 결국 내 일상생활이나 속마음 중에서 그나마 좀 팔릴만한 진정성을 조금씩 잘라 전시해놓게 되고...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몸통 반쪽이 불지옥에 들어간 거라! 독백은 독백이되 불특정다수의 긍정적 반응을 갈구하는 마음이 구렁이처럼 도사린 독백을 날리면서, 나의 지적능력 유머감각 등등을 자유경쟁노점상에 펼쳐놓고 처절한 호객행위를 하는 거라! 호평을 보면 너무 고맙고 기뻐서 뇌에 불붙은 느낌인데 곧 타는 듯한 갈증이 몰려오고(! ! 더 많은 호평을!), 반응이 없으면 없어서 울적해 죽는 거라! 여기에 이제 악플이 추가되면...
...까지는 좀 오바고(뭐 그렇게 처절할 정도로 열심히 호객하지도 못했음) 그냥 일단 머리를 비우고 적응하려 한다. 아 시간제한의 필요성은 진지하게 느끼고 있다. 작업 효율이 확실히 떨어진다.

- 산해진미를 즐겨버릇하면 재앙이 닥친다는 신념이 있다. 자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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