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초조우울감을 버텨내게 하는 것은 역시 루틴이다. 개근상 탈 기세로 꼬박꼬박 도서관에 출석하자. 그런데 전염병 관련 규제가 전면 해제되면 다시 양 옆자리에 사람들이 바짝 붙어앉게 되는 건가. 마스크도 소독약도 없이. 아 벌써부터 결석의 너무 좋은 핑계를 찾아버렸다.

- 근데 도서관 컴실 지금 너무 조용하다. 이용자는 늘었는데 오히려 전보다 훨씬 조용해졌다. 수시로 굉음을 내어 눈총받던 요주의인물조차 몸가짐이 몰라보게 조신해졌다. 다들 도서관예절훈련소 같은 데 단체로 끌려가서 채찍이라도 맞은 건가. 모두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돌처럼 앉아있다. 지금 이 공간에서 제일 거슬리는 건 내 키보드 소리다. 이제 내가 끌려갈 차례인 듯.

- 최선에 집착하지 말고 최악만 피하면 다행이다 생각하며 살라는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내가 취할 수 있는 것 중 최선의 행동이 뭔지 쓸데없이 장시간 고통스럽게 고민하다 결국 최선을 다하지 못한 스스로를 저주하는 나같은 고질병자에겐 매우 유용한 조언이었다. 그렇다. 최선이란 보기 좋게 고정된 답이 아닌 상황과 관점에 따라 멋대로 변하는 수제비반죽같은 것이니 집착할 물건이 못 된다. 공연히 힘만 빼게 된다. 하지만 혹시 최선에 집착해야 최악을 피할까말까한 것은 아닌지, 장기간의 고통스런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만 겨우 중간이라도 가는 게 나라는 인간 아닌지, 자고 일어나니까 슬쩍 의심이 들긴 한다.

- 벼락부자돼서 A와 B와 C에게 이 돈 그냥 줄 테니 집도 사고 가게도 내고 예술활동 마음껏 하라고 하는 망상 좀 그만하고 싶다. 망상의 기저에 깔린 욕망이 너무 쪽팔린다. 동경하는 능력자들을 돈으로 사서라도 친구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왜 자꾸 이딴 생각에 빠져들지? 입장 바꿔서 나같으면 거액을 줄 테니까 친해지자는 인간이랑 허물없는 우정을 나누는 게 가능하겠냐? 쌉가능. 망상을 계속하자.

- 다시 5년 전 그때로 돌아가야 하는구나. 엄청 기쁘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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