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입찢어짐 참으로 지독하다. 조금만 입을 크게 벌리면 바로 찢어진다. 겨우 좀 붙었나 싶었는데 또 찢어졌을 때의 절망감은 진짜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식사 양치 하품도 겁나서 못하겠다. 그래서 한동안 티스푼으로 밥을 먹었는데 이번에 만든 닭가슴살취나물카레가 너무 맛있어서 나도 모르게 어른밥숟갈로 퍼먹었다가 또 피를 봤다. 그래도 탄단지를 엄청 퍼먹고 있으니 언젠간 낫겠지.

 

- 놀랍게도 R의 머릿속에 저장된 10여년의 기억 중 가장 또렷한 부분은 거의 음식과 관련되어있다. 어느 식당에서 뭘 먹었고 그 맛과 분위기가 어떠했으며 식사 전후에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런 대화를 했고...그 말을 듣노라면 나까지도 당시의 풍경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하긴 음식을 먹는 건 일상에서 (빤스를 입고) 할 수 있는 행위 중 가장 공감각적으로 자극적인 짓이니 그와 관련된 이벤트가 장기기억으로 빨려들어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현상 같기도.

 

- 글 좀 맨날 쓰자. 맨날 하지도 않으면서 잘하고 싶다고 말하지 말어.
근데 만화와 글쓰기의 어려움을 비교하는 질문에 글쓰기가 어렵다고 호들갑 떨었던 게 지금 와서 몹시 부끄럽다. 만화 다시 그리니까 씨발 진짜 개힘들고...하여간 함부로 입방정 떠는 게 아녀.

 

- 심야 라디오 방송의 게스트가 되는 게 일생일대의 꿈이었다. 놀랍게도 그것이 엊그저께 이루어졌다. 같은 꿈이라도 솔직히 꾸면서 미친놈아 이게 되겠냐 싶고 약간 누구한테 들킬까 민망한 꿈이 있는데, 나한테는 라디오 게스트 되는 게 딱 그런 거였단 말여. 근데 세상에 이게 덜컥 돼버린겨. 정말 기뻤다. 좋은 경험이었다. 아직도 얼떨떨하다. 하지만 이 엄청난 꿈이 달성되자마자 순식간에 과거로 흘러가 일상의 기억과 뒤섞여버렸다는 것이 가장 어이없고 기가 차는 부분이다. 진짜 시간만큼 무서운 엿장수가 없다. 기쁨은 후루룩 지나가버리고 고통은 영원처럼 끝도 없이 늘어진다. 내 멘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계약, 마감, 기획, 구상, 끼니 해결, 청소세탁, 세금, 각종 의무, 골칫거리 등등에 다시금 지배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상들도 뜯어보면 하나같이 다 기적같은 면이 있다. 애당초 멀쩡하게 앉아 일기를 쓸 수 있는 몸상태 자체가 기적이다. 따지고 보면 늘 꿈의 한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 진짜 약간만 방심하면 글의 결론이 어르신 카톡짤의 좋은말씀 돼버리는 것을 볼 때 존나 구제불능으로 중년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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