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민족이 크리스마스 때 독일특산물을 나눠먹게 된 게 뭔가 어색하고 신기해
그니까 제과계의 슈톨렌 대열풍 같은 거…순식간에 완판되고 그러는거 괴이하지않냐
언제부터 우리가 술에 절인 말린과일설탕빵을 챙겨먹는 민족이었냐
악마의 젖꼭지 사촌들이 듬뿍 든 빵을 말여
누가 시작했냐
누구냐고 반도에 슈톨렌을 숨겨온 독일문익점이
아니 나도 뭐 슈톨렌 좋아하고 그러긴 한데…
어쨌거나
올때 독일 크리스마스 술도 같이 갖고와줘서 당케

* 산타 아니타 글루바인 *

동네 슈퍼에서 글뤼바인을 팔길래 신기해서 구입
이 슈퍼가 개웃기는 게 이용자의 70%가 할매할배고 판매 품목은
무 배추 파 마늘 고추 두부 삼겹살 어쩌구를 절대 벗어나질 않는 곳인데
가끔 그 운명을 박살내고 싶은 듯 죽어도 안팔릴 희귀템을 갖다놔
저번에는 염소우유를 갖다놔서 보자마자 뿜었다
내가 산 한 팩 빼고 전부 반품된 듯
그후로 다시는 우리 마트에서 염소우유를 보지 못했다

근데 이번엔 무려 글뤼바인을 들여왔네
한 17일쯤인가부터 진열해놓은 걸 보고
이브때 사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켠으론
저거 당일날엔 품절되는 거 아닐지 약간 불안했는데
개뿔
17일날 진열된 그 상태 그대로 쌓여있었다
이렇게 안심될수가



아이고
사용설명서만 봐도 행복




심지어 약이래




암걸리는 약



이쁘다
전부터 얘기했던 건데 정말 성탄절이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포근하고 행복한
디자인과 음악과 요리를 한꺼번에 펼쳐놓는
팀프로젝트 발표회와도 같은 것


끓여서


머그컵에 부어먹었다

향신료가 들어간 약간 달고 떫은 레드와인맛
좋다



크리스마스엔 역시
머라이어 캐리와



스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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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욕망을 품은 매력적인 주인공이
기승전결 뚜렷한 서사에서 뛰노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 이외의 것은 뇌가 거부한다.
상 많이 받고 심오한 멋쟁이 영화를 보면
자동으로 뭔가를 칼로 써는 상상을 하거나(주로 무, 호박)
잔다.

[퍼스트 카우]는 이상한 영화였다.
너무 졸렸고 너무 재밌었다.
꽤나 암담하고 절박한 상황임에도 인물들의 말투가 뭔가
영어회화 교재를 0.8배속으로 재생한 듯 나른하게 처져서
쏟아지는 잠을 참을 수가 없었는데
중반부부터는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야기에 완전히 빨려들었다.

영화는 사실상 미국판 서민갑부다.
동업시 유의할 점과 사업상 리스크를 생생히 보여주는.
사업 아이템은 바로 튀김빵.
(조리과정은 도넛 같은데 영화상에선 다들 스콘이라 함)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남자 둘이 튀겨 팔아서 대박난 그 빵을
노원구의 영화관 더숲에서 판다기에 얼른 달려가봤다.




한 개에 2천원.
귀여워.




반으로 뜯어봤다.


튀김빵답게 손끝에 닿는 느낌이 기름지다.


맛은 정말
영화에서 튀김빵을 사먹은 손님의 감상처럼
딱 엄마가 해준 맛이었다.
엄마가 집에서 밀가루에 계란 우유 설탕 넣고 식용유에 튀겨준
달고 포근하고 부드러운 맛.

위에 뿌린 계피가루 덕에 한층 알싸하게 고급스러운.




척박한 객지에서 고생하는 노동자들 틈바구니에서
이런 걸 튀기고 있으면 얼마나 시선집중이 될지
빵냄새는 또 얼마나 미치도록 유혹적일지.
나라도 줄서서 먹을 듯


아쉽지만 지난 일요일에 판매가 끝난 걸로 아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영화 속 음식을 재현하는
접근성 좋은 행사가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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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 식자재마트를 구경했다.
형형색색 다양한 주전부리가 너무 많아
오히려 아무것도 못 집어들겠는 곳인데

이 물건에 시선이 멈췄다.

정체불명의 열매 그림과
미키마우스의 생뚱맞은 조합,

 

심지어 미키가 열매를 등지고 있어.
마치 갑자기 끌려와서 카메라가 어딨는지도 모르고
얼떨떨하게 홍보하는 모델처럼.
암튼 저 껍데기에 이상하게 꽂혀서 구입.
2500원쯤 했던 듯.

포장을 뜯다가 움찔했다.
안에서 즙이 새어나온 모양인지 겉에 뭔가가 끈적하게 묻어있다.

 

보이는 그대로의 맛.
단맛과 신맛이 두드러지는, 적당히 쫄깃하게 씹히는 젤리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은 약간 퀘퀘한 듯 생소한 잡내가 감돌았다는 거.

첫인상은 누가 봐도 엄청 불량식품인데
불량식품이라면 절대 일부러 첨가하지 않았을 퀘퀘함으로 인해
묘하게 자연유래성분이 함유된 건강기능식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겉에 쓰여진 한자 果丹皮로 검색해봤다.
쓰고 보니 참 직관적인 이름이다. 과일의 붉은 껍질.
산사나무 열매로 만든 간식으로 궈단피라 읽는다.

중국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는데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아니 무슨 애들이 군것질로 소화제를 먹어.
대단한데 중국.


암튼 결론은 단맛과 신맛과 퀘퀘함의 조화
그리고 이에 설겅 씹히는 느낌이 좋아서(+효능도)
기회 되면 또 사먹을 것 같다.

-----------

집앞 화단에 쪼끄만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에
산사나무라고 써있어서 아 저게 궈단피 재료인가 했는데
이 산사와 그 산사는 다르다고.

 

얼마 전 건대 중국 식자재마트에서 발견한 산사열매 병조림(우측 상단),
과연 집앞 산사열매보다 훨씬 알이 굵다. 저것도 먹어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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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해서 흔들렸다.

 

건강식에 집착할수록
못된 음식에 대한 갈망도 심해졌다.
그 중에서도 유독 참기 힘든 것은
빵과 떡볶이와 닭강정이다.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든 강적들이나
떡볶이가 아주아주 간발의 차로 1위.
떡볶이가 먹고 싶어지면 대책이 없다.
떡볶이 생각에 종일 갇혀버린다.

 

떡볶병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동생이 사준 떡볶이.
근데 이게 또 까다로운 것이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딱 그 맛을 먹지 못하면
진짜 세상 개좌절스러운 게 떡볶이라는 음식인데
이거는 92% 이상향에 근접한 맛이었다.
말랑한 떡과(엇 근데 쌀떡인지 밀떡인지 긴가민가
어쨌든 밀떡파인 내 입에 거부감 없었음)
매움보단 단맛에 방점이 찍힌 양념.
행복의 면사리와 축복된 오뎅.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떡볶이 절친 튀김만두.
튀김. 만두.
내가 환장하는 두 가지가 합체됐다.
아아
그런데

 

우연히 딴 블로그에서 봤는데
쇼트닝으로 튀겨냈다고 하네.
히익
쇼트닝이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움찔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게 쇼트닝은 트랜스지방 덩어리고
트랜스지방은 단순당과 더불어
현대 식생홯 최악의 빌런이기 때문에.

하지만 요새 부쩍 자주 느끼는 건
어떤 유익한 음식도 해로운 음식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맨날 새까맣게 태워먹고 삽으로 퍼먹으면 나쁘고
적당히 골고루 먹으면 괜찮다는 거.
특정 영양소에 대한 평가가 때에 따라
백팔십도 뒤집히는 일도 많고.
개인차도 정말 크고.

 

찾아보니 요즘 쇼트닝은
트랜스지방을 제거해서 나온다네.
(그게 무려 2006년 기사)
그리고 뒤이어 찾아낸 것은
기름의 종류보다 그것을 얼마나
여러 번 재사용했는가가 중요하다는 견해.
오메가쓰리가 넘쳐흐르는 고급 불포화지방도
콜라색깔 될 정도로 태워먹으면 소용없다고.
이 견해도 언젠가 뒤집힐까 궁금하다.
알고 싶으면 등산하고 풀뿌리 캐먹고
오래 살아야 되는데.

분식집에서 건강 따지는
부질없는 짓을 하며
즐겁게 먹었다.
동생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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