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01 잡지글 마감 / 북토크 질문지 정리 - 괜히 한다 그랬나? 이 나이에 이 경력에 나는 왜 이렇게 할말이 없지? 인생 진짜 헛산 거 아냐?

 

241202 상체운동 / 신경치료 1차_마취란 참으로 인간의 위대한 발명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래턱을 관통하는 격렬한 통증에 치과의자에서 튀어오를 뻔_그것 빼곤 비교적 무사히 완료_치료받은 어금니가 아주 불쌍하고 가련하게 작아졌다 / 북토크 준비용 만화읽기 - 행복한데 죽고 싶다 만화 잘 그리는 사람 왜케 많냐고 내가 여기에 무슨 말을 얹을 수 있겠냐고

 

241203 우울감이 눈사태처럼 밀어닥침. M에게 답도 없는 푸념 우울 대방출하다가 눈물콧물이 철철 쏟아져서 말도 제대로 못함 나는 왜 감정이 격해지면 콧물이 나지!??!!!!개짜증남 / 이 와중에 도서관에서 예약도서 도착 문자가 와서  빌리러 감. 그래도 밖에 나가 움직이니 기분이 좀 낫다 / <카산드라> 완독. 숙연해짐. 눈물. 운명의 괴롭힘에 굴하지 않고 작품을 완결내다니 진심 존경. 이게 진정한 작가지. 나는 손톱 밑에 쬐끄만 가시 하나만 박혀도 배까고 드러누워 징징대는 쓰레기(이하생략)

 

241204 계엄??????? 계에어엄??????????? 자다 일어나서 눈을 의심함 / 어안이 벙벙한 채 알라딘 녹음실로 가서 1시간 40분간 생방송_계엄 때문에 불안과 긴장감이 마비된 건 불행 중 다행_어차피 크게 관심받지 못할 방송이긴 하였으나 계엄 때문에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한 모양새가 된 것 또한 불행 중 다행 / 나 빼고 모두가 어른답고 프로답다는 생각을 또 잔뜩 하고 왔다

 

241205 큰일 치르고 긴장이 풀어져서 빈둥빈둥 운동안감  안씀 완전 폐인처럼 누워서 계속 뉴스 새로고침만 / 그래도 분리수거하고 방을 조금 치웠다

 

241206 하체운동하고 계속 뉴스 새로고침

 

241207 상체운동. 엊그제까지 예능 프로그램 대잔치였던 러닝머신 TV 화면이 죄다 뉴스로 바뀜. 굵고 붉은 고딕체로 쓰인 '탄핵' 두 글자를 바라보며 말없이 달리는 사람들.

 

241208 M이 기분이 크게 상했고 덩달아 나도 기분이 상해버려서 또 내 특유의 경솔하고 부적절한 실언을 해버림. 이번엔 진짜로 관계가 망할 거라는 절망감에 빠져버림.

 

241209 화해(나 혼자 눈물 펑펑 쏟음) / 신경치료 2차_별로 안 아팠고 크게 벌리고 있는  제일 힘들었다_통증이 있을만한 시술이 들어갈 때마다 의사선생님이 "따끔합니다~" "살짝 아릿합니다~" "뻐근~~~~" 이런 식으로 사전예고를 해주는데  그만큼의 통증이 있어서 신기했다 더이상 진통제 처방이 없어서 감개무량했다 / 기념으로 냉동만두를 사서 왕창 쪄먹었다 / 도서관에서  빌리고 롯데리아 가서 데리버거를 세 개 사옴_전부터 죽도록 귀찮은 표정으로 일하는 사원이 있어서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분이 딸아이를 데려왔더라 빈 테이블에 앉아서 휴대폰을 보는 딸에게 한번씩 눈길을 주고 말을 거는 귀찮음사원의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 데리버거 세 개를 한꺼번에 먹어치우니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 눈떠보니 밤이어서 또 스스로의 한심함을 저주했다

 

241210 글을 쓰고 청소를 하고 운동을 하고 숭이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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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0 산골 헌터마을 도착_터미널에 저가형 커피전문점이 또 생겼는데 사람이 바글바글한 거 보고 아빠가 또 배아파서 나뒹굴음 / 산책을 좀 하고 마당에서 숯불을 피워 삼겹살을 구웠다. 고기 굽는 냄새가 퍼지자 아빠가 돌보는 고양이 다섯 마리가 달려왔다. 하지만 경계심이 심해서 조금만 다가가도 도망갔다. 살코기를 작게 잘라 접시 위에 놓아주니 다섯 놈들 중 가장 대담한 깜2가 다가와 찹찹 먹었다.

 

241121 아침을 미친듯이 때려먹고 읍내 헬스장으로 - 실내운동화가 없어서 입장 못함 / 신축한 문화센터 입장 - 엄청 크고 번듯한데 사람이 없었다. 빈 강의실에 들어가 이런저런 구상을 하다가 졸다가 깼다가 망상하다가 / 엄마가 무료쿠폰 써야 된다며 논밭 한가운데 신장개업한 카페로 - 말차라떼 요거트스무디 오레오케이크 먹음 맛있었다 / 수확이 모두 끝난 평화로운 연갈색 시골길을 산책하며 최근에 벌어진 온갖 끔찍한 살인사건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 비빔밥을 배터지게 먹었다

 

241122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써야 한다 삼만번을 외치고 한줄도 못썼다

 

241123 엄마는 못난이사과 받으러 갔고 그동안 나는 문화센터에서 또 졸다가 깼다가 망상하다가 / 갑자기 배가 아프다

 

241124 계속 배가 아픈데 사랑니 통증까지 겹쳤다 미치도록 아프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을 때쯤 참을만해짐 왜이러지 너무 힘들다 일찍 서울 복귀

 

241125 계속되는 복통과 치통_복통은 조금씩 약해지는 추세인데 치통이 지옥. 밥먹기가 무서울 정도  / 치과_당장 뽑아야 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발치를 권하지 않았다? 다행이긴 하지만 / 삽화작업

 

241126 복통 치통 전부 호전 / 좀 살 거 같아지니 치킨을 시켜서 와구와구 먹었다 근데 또 이가 아파왔다 사랑니로 끈적한 치킨 양념묻은 부분을 씹었다가 쩍 떨어지는 순간 통증이 상당했다 아파서 운동 가기 싫어졌다 진짜 너무 한심하다 어떡하냐 / 온풍기가 왔다 칭찬이 자자해서 주문해봤는데 바이럴에 속은 듯 그저 그럼 / 글 효율이 너무 나쁘다 / 올해 첫눈은 스케일이 엄청나군

 

241127 배는 완전히 괜찮아진 것 같은데 이가 너무 아파서 발근육이 경련할 정도 / 치통을 핑계로 할일을 완전 내팽개쳤다 운동도 당연하다는 듯 안 가고 있다 망했다 / 고통이 심해지니 또다시 스님 영상을 찾게 된다. 간만에 회색 가득한 썸네일을 초기화면에 잽싸게 도배하는 요망한 유튜브 알고리즘.

 

241128 진통제를 먹고 분리수거하고 글을 좀 썼다 통증이 둔해지니 의욕이 좀 생긴다 / 앞으로는 몸이 아플 것을 미리 계산에 넣고 작업 계획을 짜지 않으면 망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공포와 절망 그 자체였는데 3일쯤 되니 이런저런 합리화 매커니즘이 슬슬 발동하는 느낌 / 불안에 떨며 북토크 준비_어떡하지 망할 거 같다

 

241129 이대로는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죽을 힘을 다해 운동을 다녀왔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반가워해줘서 좀 고마웠다 / 지속되는 통증_신경치료 결정하고 월요일로 진료당김 / 계속되는 북토크 준비_헛소리할 거 같아 너무 불안해

 

241130 글 다듬다가 나도 모르게 낮잠 - 퍼뜩 눈을 떠보니 이가 거의 안 아프다!! 왜지?? 무려 총각김치를 막 씹어먹었어!! 신경치료 괜히 한다고 했나?? / 통증없는 몸상태가 아까워서 기를 쓰고 운동했다 트레이너 선생님과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대해 조금 얘기했다 선생님들한테 좀 정든 것 같다 / 헬스장에서 나오니 예보에 없던 비가 쏟아졌다 연어포케 먹으려다 그냥 귀가하기로 - 버스정류장 근처 반찬가게에 뛰어들어가서 샐러드를 샀다_사장님이 쫄딱 젖은 내 꼴을 보고 삶은 계란을 서비스로 주셨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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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8 3시간 종말학습관 -> 단백질음료 먹고 -> 상체운동 - > 3시간 죽순도서관 -> 순대국 먹음 근데 뭐 그렇게까지 대단한 운동을 하진 않았는데 단백질만 너무 알차게 챙겨먹는 느낌 / 1400자 씀 / 채소카레 끓임 / M이 체했다고. 아무것도 못해줘서 속상.

 

241109 운동 가는 길에 거리에서 바벨을 십자가처럼 짊어지고 지나가는 남자를 목격. 뭐지? 우리 헬스장 출신인가? 웨이트의 생활화? 상체운동 숙제라도 받은 건가? / 트레이너 선생님과는 서로 약간 어려워하며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사이인데 오늘 선생님이 꽤 멋진 운동복을 입었기에 나도 모르게 멋있다고 쌍엄지를 치켜세움. 그러자 냉큼 손가락 하트로 화답하는 선생님. 뭔가 갑자기 심리적으로 확 가까워진 느낌. 운동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잠깐 얘기. 어느 직업이 마냥 편하겠냐마는 트레이너 선생님도 참 힘들겠다 싶다. 워라밸을 누리기가 쉽지 않은 근무환경.

 

241110 정릉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_여러모로 서가앤쿡 고급버전 같았던 M식당. 너무나 한국적 감칠맛이 넘치는 푸짐한 양식 요리. 부모님과 조카들을 데리고 오면 좋을 듯 | SBR_교외에 많은 대형 베이커리 스타일의 카페.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 같은 인테리어. 자리 잡기 어려움. 교회모임 가족모임 등 단체손님들이 잔뜩 와서 왁자지껄 떠드는 분위기. 맨드라미 맛이 궁금해서 맨드라미차를 마셨는데 그냥 맨드라미를 끓이면 이렇겠구나 하고 상상했던 딱 그 맛이었다 | 과일주스집_기와집에서 곰돌이같은 아저씨가 생과일주스를 내려주는 멋진 곳. 파인애플 생강주스를 마셨는데 재료 탓인지 마시면 마실수록 하룻밤 재워둔 LA갈비가 되는 느낌이었지만 꽤 맛있었다 / 늙은 사람의 구차함 추레함 눈치없음 그리고 나의 옹졸함에 대해 생각했다

 

241111 삽화 보내고 글원고 보내고 기념으로 두툼버거 먹음. 맛있지? 맛있지? 불만없지? 하고 폭력적으로 말문을틀어막는 육중한 맛이었다 / M 덕분에 끝내주는 디저트를 왕창 먹었다 빼빼로모양 다쿠아즈와 산딸기치즈케이크가 엄청 맛있었다 서비스로 넣어준(포장지에 '뇌물'이라고 적혀있어서 귀여웠음) 휘낭시에도 얌전하게 맛있었다 / 꾸물거리다 약간 늦게 하체운동을 하러 갔다. 운동중에는 분명 힘들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뭔가 허전했다. 설마...나...강해졌나?! 순대국을 많이 먹어서????

 

241112 강해지긴 개뿔 상체운동하다 죽을 뻔했다. 더 시키려는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부들부들 떨면서 좀 쉬었다 하겠다고 했다_오늘은 웬일로 밤에만 나오는 근육왕 대표님이 일찍 출근. 운동 마치고 나갈 때 대표님과 잠깐 눈이 마주쳤는데 치약광고같은 미소를 띠며 인사해줘서 헉했다 / 죽순도서관에 자리가 없어서 글을 얼마 못씀 / 난생처음 닭목살을 볶아먹어봄 기름이 좀 많았지만 맛있었다 카레용으로 괜찮을 듯 / 글원고 왜 회신이 없지 별로인가 불안초조 / 알라디너에서 유튜브 라방 제의가 들어왔다.....헉......내 팔자에 유튜브 라이브???!?

 

241113 하체운동 후들후들_뻑뻑하고 싱거운 고기가 잔뜩 붙은 뼈해장국을 먹다가 반 정도 먹고 지쳐버림. 당분간 고기는 꼴도 보기 싫다 / 천만년만에 영어일기를 써봄. 답답해 미치겠다 갑자기 문맹이 된 느낌 / 글원고 회신이 왔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놀람. 그런 호평을 받을만한 글이 절대 아닌데 나 기죽을까봐 배려해주신 듯 / 남의 잘된 소식에 쭈굴쭈굴 못난 마음이 들어버림 

 

241114 새 원고청탁 냉큼 수락함_미쳤냐 지금도 개판으로 살고 있는데 어쩌자고 / 글이 너무 안써져서 내팽개치고 주시팡 심슨타일로 하루를 날려버림 진짜 쓰레기된 기분 넌 진짜 미치광이다 / 짬뽕을 먹고 싶었지만 하루를 개판쳐넣고 중국집에 갈 면목이 없어서 짬뽕라면 사다가 새우랑 생선살 넣고 끓여먹음 맛있었다 / 왜케 매사에 의욕이 없고 기분이 나쁘고 컨디션이 엉망진창이지 / 운동 빼먹음 자괴감 대폭발

 

241115 원고료 협상은 정말 괴롭다 / 운동 마치고 집에 가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행인들이 한 곳을 흘끔대며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시선을 따라가니 각설이처럼 산발한 머리에 바지가 엉덩이 중간까지 흘러내려간 거구의 여자가 있었다. 속이 메슥거렸다. 소위 정상에서 벗어난 외양의 사람을 빤히 쳐다보고 비웃는 게 본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양 키득대는 행인들의 얼굴을 보는 게 너무 괴로웠다. 서로서로 정답게 손잡고 지나가던 엄마 아빠 아이들이 여자를 계속 돌아보며 킥킥댔다. 그 정상가족의 천진난만한 무례함이 계속 생각난다.

 

241116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는데 핫식스를 마시니 갑자기 호랑이 기운이 솟음 이렇게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는 물질 과연 괜찮을까 어쨌든 덕분에 하체운동 가뿐히 완료. 나 정말...강해졌나?!

 

241117 버려질 게 뻔한 걸 알면서도 들이미는 전단지 같은 식사약속들. 다 긁어모아서 겨울철 땔감으로 쓰고 싶구나 / 헬스장 휴무일인 거 모르고 또 헛걸음. 근처 포케집에서 연어포케를 먹었다. 케일은 참 맛있는 잎채소다. 샐러드로 먹히기 위해 태어난 애 같다 / 억지로 염소똥 같은 글을 싸고 스파게티 소스를 사서 면에다 촥촥 비벼먹었다

 

241118 생리 시작 으윽 운동 못가겠군 / 도서관 책 반납 & 대출 - 사서 선생님과 정년이 얘기를 조금 했다 영상화된 콘텐츠의 파급력을 실감했다 / 고민 끝에 새 에세이 제목 결정.

 

241119 귀인들이 집 근처까지 와주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니 근데 이 양반들은 어쩜 이렇게 일도 잘하고 의욕이 넘치고 새벽까지 먹고 마실 수 있는 거지? 대단하다. 나는 완전 할망구의 삶을 살고 있는데. 깊은 반성.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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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1 M이 예쁜 꽃과 탐스러운 타르트를 퀵으로 보내줬다. 배달직원이 할아버지라 놀랐다. 그분이 햇님 이모티콘처럼 활짝 웃으며 다정하게 축하해주셔서 황송할 정도로 감사했다. 그 표정과 목소리를 떠올리면 아직도 좀 찡하다. / 행사장에 좀 일찍 도착해서 호수공원 산책_공원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카페 테라스에서 2천원짜리 커피를 마셨다. 부모님은 맑은 날씨와 공원뷰와 커피값에 대만족. 인근 고등학교에서 제기차기 실기시험이 있는지 운동복 차림의 남녀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미친듯이 제기를 찼다. 귀여웠다. / 시상식.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수상소감의 미칠 듯한 긴장감 부담감 어색함. 애당초 너무 희귀 이벤트니 영영 익숙해질 일은 없겠군. 예나 지금이나 상패는 정말 무겁구나. 전설의 영웅들과 허겁지겁 인사했다. 술 끊었는데 테이블에 공짜와인이 있어서 두세모금 마셨다. 뷔페음식을 마구 퍼먹었다. 멋진 경품이 많았는데 하나도 당첨되지 않았다. 행사장에 와주신 저승사자님과 J작가님께 깊은 감사를. /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이해할 수 없이 위험한 행동을 했다. 심지어 그걸 제지하는 엄마한테 왜 자꾸 잔소리냐며 불같이 짜증. 참다못해 나까지 참전. 분위기 완전 개떡판됨. / 사망자 없이 간신히 집 도착. 피곤해 죽겠는데 너무너무 화가 나서 집에 안 들어가고 헬스장으로 도피_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람. 한산할 줄 알았는데 심야시간대 사람 개많음. 그 어느때보다 많음. 다들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헬스장 대표님을 처음 봤다. 온몸의 근육 하나하나가 내가 이 공간의 대표라고 부르짖는 듯한 육체. 자신의 몸이 곧 명함이자 광고판인 직업의 고충에 대해 생각했다.

 

241102 부모님을 배웅했다. 아빠가 어제 일을 반성해서 나도 엉거주춤 사과했다. 하루종일 착잡.

 

241103 헬스장 쉬는 날인 걸 까먹고 헛걸음. 괜히 배가 고파져서 돈까스를 먹고 돌아왔다. 예전 같았으면 1인분이 버거웠을 텐데 지금은 싹싹 다 먹어치우고도 뭔가 묘하게 허해서 순대국을 먹을까 고민이 될 정도. 겨우 참았다. / 늘어지게 낮잠 자다가 퍼뜩 일어나서 헐레벌떡 약속장소로 - F님과 버섯샤브샤브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목 아프게 수다를 떨었다. 재미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깨달음을 공유하는 일은 정말 재미가 있다. 내가 과연 잘해낼지 두렵고 불안한 마음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지만. 아니 오히려 조금 커진 듯도...

 

241104 M이 스페셜초밥을 사줘서 너무 맛있게 먹고 난생처음 국가공인안마사에게 마사지를 받았다. 힘 좋은 선생님이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래짜듯 쥐어짰다. 아프다고 말할까말까 고민이 극에 달할 때쯤 다른 부위로 넘어가셔서 매번 하릴없이 마른침을 삼켰다. 선생님이 전기장판을 켜주고 꿈결같은 목소리로 다정한 말씀을 해주셔서 잠이 솔솔 왔다가 세게 꼬집혀서 소스라치게 놀라기를 무한반복. 키가 백칠십이 넘는 것 같다는 평을 들어서 어리둥절했다. 황홀하고 고통스럽고 개운하고 포근한 시간이었다. 종종 뵙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살살'이라는 말을 기필코 입밖에 내리라.

 

241105 8시간 숙면했다. 온몸이 기분좋게 뻐근했다.

 

241106 종말학습관에서 3시간 작업하고 단백질음료 마시고 상체운동하고 죽순도서관에서 또 3시간 작업 - 총 2천2백자를 썼다. 웬일이여!? / T순대국집에서 순대정식을 먹었다. 깔끔하고 정갈하고 직접 만든 순대맛이 일품이었다. '60년 전통 외길 순대인생'이 이마에 써진 듯한, 과묵하고 무뚝뚝해뵈는 사장님 부부의 솜씨. 계산할 때 고마워요! 하고 인삿말을 툭 던지는 할머니 사장님이 귀엽다고 생각. 벽걸이 TV에선 트럼프 당선을 알리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 황망하게 골목을 걷다 어느 미용실 입간판을 발견하고 감동.

 

결론이 맘에 들어

 

241107 당일치기 강릉행 - 따꺼를 만나서 맛있는 걸 잔뜩 얻어먹고 멋진 풍경을 잔뜩 보고 자율주행 택시라는 신문물을 체험하고(하지만 아직은 운전자가 꼭 탑승해야 한다고 함) 좋은 대화를 했다. 재미를 만들어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안개속의 노가다임을 재확인. 강릉시민들은 어쩐지 유독 금슬이 좋아보였다. 산책할 때 손을 꼭 잡고 다니거나, 마치 쌍둥이처럼 똑같은 동작으로 씩씩하게 운동해서 누가 봐도 일심동체임을 광고하는 부부가 많았다. 뭐지? 신사임당의 축복인가? (무근본 일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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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2 PT...이런 것이었나! 온몸이 두들겨맞은 듯 아프다 / 운동 계획을 세우고 스포츠센터에 등록할 땐 운동만 쏙 하고 돌아오는 내 모습만 막연하게 상상하고 같은 공간을 쓰는 타인에게 받을 크고 작은 불편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데, 막상 다니면 결국 이것도 사회생활임을 깨닫는 일의 반복. 그래도 큰 불편은 아님.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 고양이가 준 쿠폰으로 데리버거를 먹었다. / 버스에 어린아이와 휠체어 이용자가 타서 정류장에서 지체하는 시간이 길어졌으나 탑승객 모두 싫은 내색 없이 그들을 도왔다. 그래. 이런 게 사회생활이지. 

 

241023 나는 답없는 물렁몸이다. 초심자 수준의 웨이트에도 팔다리가 수치스럽게 바들바들 떨린다. 너무 힘들다. / 트레이너 선생님들도 꽤 스트레스 많겠구나 싶은 장면을 목격했다. / 요시나가 후미 북토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걱정된다.

 

241024 지친 몸뚱이로 바들바들 근력운동을 하다가 실내자전거로 도망쳤는데 놀라울 정도로 지루했다. 난 원래 이 구역의 유산소광인인데 쇠질맛을 한번 보고 나니까는 아주 그냥 산소 먹는 것들이 시시해 죽겠다. 특히 실내자전거 개노잼. 그래도 우리 동네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자리라 공중산책하는 것 같고 좋았다. / 드디어 한푼두푼 알뜰히 모은 손목닥터 포인트를 사용해서 오랫동안 염원하던 어향가지덮밥과 크림새우를 주문해 먹었다. 실망했다. 화려한 메뉴명이 부끄러울 정도로 남루한 맛이었다. 피같은 포인트를 삼만이천원이나 썼는데. 그거면 스페셜초밥을 사먹고도 남는데. 엄청나게 울적해졌다.

 

241025 7시간 반 푹 잘 잤다 / 오전에 글 1200자 썼다 / 야구 가지 말까? / 어제 남긴 중국음식을 꾸역꾸역 먹었다 어쨌든 적어도 내가 만든 요리보단 맛있다 / 요시나가 후미 인터뷰집과 단편집 n회독 완료 너무 재밌다 너무 부럽다 어떻게 이렇게 잘 그리지 / 야구 취소. 일해야 된다 놀 시간 없다.

 

241026 LLT와 맛있는 케이크와 건강밥을 배불리 먹고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고 긴 이야기를 했다 사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당신처럼 멋지게 '진짜'를 추구하며 살아가려면 서너 배는 더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잘될 것이다 기약없는 덕담이라 면목없지만 아무튼 그런 확신이 든다 그러니 어떻게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남기를

 

241027 헬스장과 도서관은 집에서 가까운 게 최고. 집에서 도보 두 시간 거리의 도서관에서 욕심껏 책을 빌렸다가 연체자가 됨. 겨우겨우 반납했지만 11월 2일까지 대출정지먹었다 / 헬스장에서 실내자전거를 타며 창밖을 내다보다 길 건너에 더 싼 헬스장을 발견. 마음이 약간 흔들림. / 순대국을 먹고 육회연어덮밥을 먹었다. 이렇게 폭식해도 될 정도로 운동하진 않았는데...

 

241028 쓰레기 같은 하루를 보냈다. 북토크 잘할 수 있을까. 너무 무섭다 / 헬스장에 은교가 나타났다

 

241029 드럽게 웨이트가 안 늘어서 진짜 늙은 게 죄다 싶다가도 은교를 보면 그 생각이 쏙 들어간다 역시 젊음은 성가시다 / 북토크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241030 요시나가 후미 북토크_대작가의 존함에 먹칠이라도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내가 맘대로 튀긴 먹물을 편집자님이 노련하게  닦아주시고 독자님들이 잘 웃어주셔서 겨우 살았다. 떨리고 즐겁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많은 것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M이 계속 생각났다.

 

241031 부모님이 오셨다. 단골 짬뽕집에 야심차게 모시고 가서 짬뽕 쟁반짜장 볶음밥을 먹었는데 주방장이 바뀐 것 같았다. 짬뽕과 짜장은 무난했는데 하필 엄마가 고른 볶음밥이 유독 맛없어서 한소리 들었다. 배불러서 산책을 한참 했다. 아빠가 자꾸 헛소리를 해서 마음에 참을 인 자를 수천번 새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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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6 세 번째 헬스장 투어_S짐 : 장점) 집에서 제일 가까움. 넓고 시설 좋고 신장개업집이라 기계가 다 새 거임. 채광 좋음. 선생의 태도가 진지함. 젊고 잘생긴 영업맨 특유의 능글능글 얍삽한 플러팅이 없음. 단점) 선생이 아주 진지하게 가장 비싼 피티 패키지를 권유함 | 장점이 유혹적이라 그냥 제일 저렴한 회원권만 끊어갖고 다닐까 했지만 선생님의 권유를 거절한 채로 계속 얼굴을 봐야한다고 생각하니 영 불편. 거절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는 성격에 대해 또 생각. 고민.

 

241017 분리수거도 못하고 글도 못 쓰고 심슨타일만 8시간 하고 개쓰레기처럼 살았다

 

241018 피티 상담이 끝나갈 때쯤 '일정 확인해보고 결정하겠다' 말하고 헬스장을 빠져나오곤 했는데, 뭐 그냥 나가기 뻘쭘해서 괜히 하는 말. 당연한 거 아닌가. 동대문에서 옷 구경할 때의 단골멘트인 '더 둘러보고 올게요'와 비슷한 무게를 지닌 인사치레임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지 않나. 아니었다. 두 번째로 방문했던 헬스장에서 유독 살갑게 다가왔던 선생님이 오늘 '개빨님~결정하셧나요~❤️?'하고 문자를 보내서 흠칫 놀람. 설마 당신...내 진심을...기다리고 있었어...!? 무릎꿇고 쩔쩔매며 사죄의 회신을 했다. 너무 죄송한데 갑자기 바빠져서 다음에 꼭 찾아뵙겠다고. M이 그걸 보고 웃었다. / 그래도 오늘은 1400자를 썼다. 자축의 의미로 21일 극장 야구 생중계를 예매했다. / 술을 끊기로 했다.

 

241019 네 번째 헬스장 투어_V짐 : 장점) 저렴하다. 분위기가 편하다. 단점) 집에서 멀다 | 고민...끝없는 로딩중.../ 칙님과 옥경이네 건생선에서 민어찜을 먹었다. 맛있었다. 우리를 제외한 모든 테이블이 갑오징어구이를 주문했길래 무척 궁금했지만 참았다.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케이크를 먹으며 얘기했다. 칙님을 만나면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싶어진다.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묘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묘한 포즈로 사진을 찍어대서 집중이 안 됐다. 알고 보니 그 카페가 의류쇼핑몰 사진촬영 핫스팟이었던 것. 신당동도 어느새 힙스터 폭풍속으로. / 글을 한줄도 못썼다.

 

241020 예매해둔 야구표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취소됐다. 텅빈 예매내역을 보고 놀라서 부랴부랴 알아보니 19일 경기에서 LG가 패배할 경우 21일 경기가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LG가 그만... 나만 몰랐네. / 글을 억지로 억지로 13자쯤 썼다 / 크고 작은 할일들의 압박으로 숨이 막혀온다.

 

241021 생애 최초로 PT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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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2 지각하는 인간 따로 있고 뼈빠지게 일하는 인간 따로 있고 속으로만 이 상황을 못마땅해하다 혼자 화가 폭발해서 미쳐버리는 인간 따로 있다. 공간 자체도 별로였고 좋다고 몰려다니면서 특권을 뻐기는 듯한 인간들도 재수없고 그 와중에 과자 무료쿠폰 써먹으려고 줄 길게 서있는 것도 꼴보기 싫고 암튼 모든 게 다 짜증났다. 짜증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일정 중간에 도망쳤다. 충동적으로 뛰쳐나오면서도 슬쩍 걱정이 됐다.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근육이 너무 없어서 그런가? 난생 처음 PT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41013 도서관에서 몇 시간째 머리를 쥐어짰으나 글이 진짜 더럽게 안 써졌다. 근육이 없는 탓이다. / 그래도 오늘은 지보이스 공연을 볼 예정이라 기분이 좋다. 공연장 옆 벤치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는데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다가오는 자기 친구들을 발견하고 한숨쉬며 뱉은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에휴…저것들 진짜 인권운동하게 생겼네…” / 멋진 공연이었다. 다들 곱고 귀엽구만! / 근처 태국식당에서 뿌팟뽕커리 왕갈비쌀국수 똠양쌀국수 공심채볶음 솜땀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고 사장님의 자신감이 멋있었다.

 

241014 세 끼중 두 끼를 나물잡곡볶음밥으로 먹었다. 건강검진을 반짝 의식한 한정판 식단. 과연 얼마나 갈 것인가. / 피티 상담을 갔는데 엄청 다정하게 라포를 형성하는 선생님께 친밀감과 저항감을 동시에 느낌. 좋긴 좋은데 마음에 거미줄이 열 가닥쯤 들러붙은 느낌이다... / 글 한꼭지를 겨우겨우 써 보냈다. 역시 안 풀리는 초반 글은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 절망적임. 괴롭지만 쓸만한 게 나올 때까지 쓰레기를 뽑아내며 버텨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네. 근육이 필요하다.

 

241015 N과 술 한방울 없는 건강약선밥상을 앞에 놓고 네 시간을 정신없이 떠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 놀랐다. 정말 즐거웠다. 중노년의 기쁨은 현미찹쌀밥 색깔인 것 같다.

 

241016 계속되는 동네 헬스장 투어. 오늘은 골반이 크다고 칭찬받았다. 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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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7 부모님 집에 갔다. 2시간 걷고 짬뽕을 먹었다. 평범. 해당 지역구 밖으로 세력을 확장하겠다는 야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맛이었다. / 거실 소파에 늘어져있는데 구석에서 '꾸와웅' 소리가 났다. 소파가 삐걱대는 소리인가 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작은 짐승의 울음 같았다. 소리가 나는 거실 구석의 가구 뒤쪽을 들여다보니 검은 털뭉치가 나를 올려다봤다. 아기고양이였다. 아빠는 다섯 마리의 길고양이를 돌보는데(어미1 새끼4) 한 3일 전부터 새끼 한마리가 보이지 않아 걱정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애가 집에 들어와있었던 것이다. 사흘간 아무것도 못 먹고. 힘없이 울던 놈은 사람의 시선을 느끼자마자 후다닥 거실을 가로질러 부엌 쪽 손이 닿지 않는 깊은 구석으로 도망쳤다. 굶어죽을까봐 츄르 섞은 사료를 구석에 떨어뜨려줬다. 오독오독 먹는 소리가 나서 안심했다. 밥을 먹이고 소화시킬 시간을 좀 주고 부엌을 뒤집어엎어 놈을 끄집어냈다. 장갑 낀 두 손으로 몸통을 잡고 마당으로 나갔다. 애는 너무 놀라 발버둥조차 못 치고 모든 발가락을 쭉 펴고 울어댔다. 마당에서 놀던 어미와 형제들도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굳어있었다. 사흘간 사라졌다 사람 냄새 잔뜩 묻히고 나타난 새끼를 어미가 잘 거둘까 혹 내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곧 다섯이서 잘 어울려다녔다.

 

241008 수영장 - 간만에 즐거운 수영. 식사량이 늘어서인지 수영이 잘됐다. 수영장 으르신들에게 순박하고 참하게 생겼다고 칭찬받을 때마다 착잡한 기분으로 참하게 고개를 숙인다. / 수영장 터줏대감 중 한 분인 한식대첩 이모 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손맛의 왕. 반찬 하나하나가 너무 맛있어서 배터지게 먹었다. 식사 후 커피타임. 피맺힌 사연 없는 분 하나 없다. 나도 모르게 인어공주 다리를 하고 참하게 앉아있게 됨. / 흑백요리사 최종화 시청. 만감이 교차함. 한국이란 무엇인가.

 

241009 아침에 호박을 따고 고양이를 구경하고 동네 꽃축제에 갔다. 국화, 마편초, 과꽃(아스타?), 좁은잎백일홍이 예뻤다. 인파가 엄청났다. 꽃밭마다 제발 들어가지 말라고 절절한 호소문을 써놨는데 기어이 들어가서 사진찍는 이들이 종종 보였다. 꽃의 모객효과에 새삼 감탄했고 사람들 못생겼다 / 백담사에 갔다. 주차장에서 인당 2500원짜리 버스를 타고 산속으로 7키로를 들어가야 절이 나왔다. 이렇게 깊은 곳에 있는 줄 몰랐다.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는 계곡길이 절경이었다. 괜히 유명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쭉 가다 보면 깊은 산속답지 않게 시야가 탁 트인 평평한 부지가 나오면서 절이 보인다. 규모는 비교적 아담한 느낌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위풍당당한 매점 두 개와 그 앞 벤치에 다닥다닥 앉아 간식을 먹는 사람들이 보였다. 방문객들 상당수가 마치 군것질이 절에 온 유일한 목적인양 거기서 파는 빵이며 아이스크림을 마구 먹어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질 수 없어서 연팥빵을 사먹었다 / 귀가. 중병의 전조증상이 내가 지닌 것과 겹칠 때의 불길함.

 

241010 속초에서 고생스럽게 은행업무를 수행하고 생선을 충동구매했다. 수산시장의 가격이 훌륭했다. 큰 삼치 5마리 만원 대구 7마리 만원! /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브이로그를 만들어봤다. 영상 퀄리티가 문화센터에서 포토샵 하루 배운 어르신 카톡짤 같다 / 부모님과 흑백요리사 재주행 / 엄마가 연팥빵을 좋아해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려 했으나 절에서만 판다고. 도도한 판매방침. 더 끌리는데?! / 건강검진결과 나올 때가 됐는데 왜 잠잠하지. 혹시 중병환자는 늦게 나오나 / 삼치구이와 대구탕을 너무 맛있게 먹었다. 식욕이 그렇게 좋으면 안 죽는다고 부모님이 말했다.

 

241011 또 수영. 쉬지 않고 전력으로 자유형 하는 건 역시 어렵군. /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면발 씹는 맛이 훌륭하고 국물이 아주 개운했다. 티비에선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뉴스가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 검진 결과가 나왔다. 걱정했던 만큼 나쁘진 않았지만 충분히 우려스러운 성적표. 몸의 무료 구독 기간이 끝났음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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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2 미루던 건강검진을 갔다. 컨베이어벨트 위의 고깃덩이마냥 무념무상으로 검사절차에 몸을 맡기고 뭐 검진도 할만하네 진작 해치울걸 괜히 미뤘네 흥얼거리다가 유방검사실 들어간지 10초만에 내가 시발 바로 이것땜에 존나 오기 싫었음을 깨달았다. 진심 이게 최선인가. 어떻게 이런 개같은 호떡기계가 아직도 가슴조직 검사 장치로 애용되고 있는 건지 납득을 할 수가 없다. 2024년인데. 검사받는 내내 분명 이거보다는 나은 방식이 있을 것이다 있어야만 한다 시발 개새끼들아!! 하고 속으로 울부짖었다. 여성질환센터 의사의 묘하게 질책하는 듯한 태도도 마음에 자국을 남겼다. / 장시간의 공복 피로 허탈함이 겹쳐 그런지 귀갓길에 참을 수 없이 배가 고파져서 굴밥정식을 거하게 먹고 중국마트 가서 훠궈소스 물만두 양고기를 사고 집에 들어갔다가 저녁 때 기어나와 S카츠에서 특돈까스를 시켜먹었다. 맛있었다. 시발비용을 너무 썼다. / M 통화하다 조금 울었다. 나는 너무 불안에 취약하다 앞으로 내 몸이 내게 보낼 신호의 대부분이 고통이고 그 비율도 강도도 점점 높아질 텐데 무서워서 어떻게 사나 암담해졌다 노년을 버틸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도 M 고맙다 강해져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 I에게 연락했다. 바쁘고 힘들 텐데 시간을 내어 고마운 얘기를 해줬다. 그의 심신이 빨리 평온해지길 바랐다.

 

241003 밖에 안 나가려다 하늘이 너무 예뻐서 짧은 산책을 하고 공짜운동기구에서 상체운동을 조금 했다.

 

241004 아주 잘 자고 일어나도 금세 피로감이 든다. 자꾸 최악의 가정을 하게 돼서 정신을 얼른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고자 영화를 예매했다. / [조커 : 폴리 아 되] 1편이 특정 집단에게 미친 악영향을 반성하고 수습할 목적으로 만든 걸까. 아니 사실 1편도 그들에게 썩 친절한 태도는 아니었다는 걸 생각하면 초기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런 맺음을 염두에 뒀을지도. 좀 더 찾아봐야겠다. 사실상 뮤지컬 영화였으나 음악이 취향에 맞지 않아서 거의 대부분의 뮤지컬 시퀀스가 지루하게 느껴졌다. 중반부를 거의 졸면서 봤는데 글쎄 잘 모르겠다. 영화 연출상의 패착 탓이 아니라 체력 저하로 집중력이 떨어졌거나 영화 끝나고 병원 가야 돼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뇌가 뻗어버린 것일 수도. / 병원까지 걸어갔다. 날씨가 진짜 좋았다. / 병원은 신축인 듯 깔끔. 그러나 문진할 때 나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실 생각은 없는 듯했다. 의사선생님이 약간 홈쇼핑 쇼호스트같이 생긴 미녀라 믿음이 가지 않았으나 곧장 내 뿌리 깊은 편견을 반성 또 반성. 결과적으로는 무난. 생각보다는 덜 절망적인 결과. /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롯데리아 가서 고양이가 준 데리버거 쿠폰을 써먹었다. / 토마토양고기물만두배추 훠궈를 해먹었다. 배불렀는데 맛있어서 한 국자 더 퍼먹었다. / 짧은 저녁산책 - 요거트 브로콜리 사과1 레몬2 구입 / 빈혈 때문에 피곤한가 싶어서 철분제를 알아보다 뜬금없이 야구 예매

 

241005 정말 너무너무 푹 잘잤다 간만에 8시간 잠 / 꿈에서 꼴뚜기랑 거의 사귀는 것과 다름없는 스킨십을 했다 / 9시 반쯤 도엠도서관 도착 - 아무글이나 막 싸질렀다 글 진짜 너무 못 쓴다 어떡하냐 / 아무 이유 없이 비싼 밥을 먹었다 고급 꼬막비빔밥 정식 - 맛은 그냥 그랬는데 서비스가 너무 황송하게 좋아서 이방처럼 등을 구부리고 먹었다 / 깽뾱도서관 가서 끼적끼적 쓰레기글 쓰고 딴짓하다 3시쯤 집으로 / 무인아이스크림점 탐방 - 무려 세 군데에서 쑥이랑떡이랑 발견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 집에 와서 유투브 보고 노닥노닥 / 집 근처에서 하는 공연 보러 나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귀찮아서 주저앉음. 늙었구나!

 

241006 오전에 도서관 컴실에서 글을 썼다. 쓰려고 했다. 사실상 안 쓴 거나 다름없다. 쓸만한 문장이 하나도 없다. 감을 잡으려고 유명 작가들의 에세이를 빌려와 읽었다. 다들 잘쓴다 진짜 개잘쓴다 너무 좋다 남의 글을 읽는 건 정말 즐겁다! / 예매해둔 한국시리즈 KT LG전을 봤다. 극장에서 야구중계를 보는 건 처음. 만족했다. 급격히 떨어진 체력과 집중력 문제로 세시간 넘게 앉아있을 수 있을까 걱정을 하였으나 시간이 후딱 갔다. 정크푸드는 컴컴한 상영관보다는 탁 트인 구장에서 먹는 게 제맛이긴 한데 집 근처 극장의 푹신한 좌석에서 선수들 얼굴 크게 보며 간편하게 현장감을 느끼는 메리트가 컸다. 옆좌석 관객들의 환호와 탄식도 야외보다 더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었다. 우리팀 수비실책 때 장내를 뒤덮는 아!!!!!!!!! ㅅㅂ뭐야? 저걸 왜못잡아? - 나도 반사적으로 그러긴 했는데 괜히 또 반성했다. 그 누구보다도 공을 놓치기 싫은 건 선수 아냐? 넌 실수 안해? 저거 잡겠냐고? 공 안맞을라구 웅크리지나 않음 다행이지.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거저런거 사정 다 봐주면서 따사롭게 타인을 바라보는 인간세상 솔직히 말이 되나 싶다. 남의 속내야 어떻든 일단 서로 경솔하게 할퀴고 멱살잡고 좌충우돌 흘러가는 게 인류의 진화방식이라는......뭐랄까 누구나 아는 생각을 뭐 대단한 것인양 야구 보다 곱씹고 앉았다. 야구선수들의 몸은 참 두툼하구나, 하고 새삼 생각했다. / 지인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역시 나는 경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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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사랑, 음악,
개주접이 난무하는 만화
매주 금, 토 밤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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