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이 아주 많으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을 즐겨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그 질문을 받고 고민하는 시간동안 사람들이 보여주는 특유의 상기된 표정과 고심 끝에 내놓은 답변이 본인의 현재 직업과 일치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감동이 좋아서 그러는 것 같다.

- XX시장에 갔다가 당황했다. 한줌 정도 되는 노포들로 이루어진 곳인데 태반이 망했다. 압권은 그 상권에서 가장 큰(컸던) 업장으로 추정되는 XX할인마트. 막걸리 코너나 휙 둘러보고 나올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문 너머에 이 정도로 처참하게 망한 광경이 존재할 줄은 몰랐다. 조명이 다 나가서 어두침침한 실내에 미처 처분 못한 재고들이 곳곳에 아무렇게나 뒹구는 거대한 폐허. 좀비떼가 쓸고 지나간 마트 꼴이 딱 이럴 듯했다. 주춤주춤 두리번거리며 안으로 들어가다가(뭘 또 굳이 들어가) 카운터에 사람 다리 두 짝이 놓여있는 걸 보고 놀라서 주저앉을 뻔했다. 마트의 전 직원이나 소유자로 추정되는 중년남이 계산대에 두 다리를 올려놓고 졸고 있었다. 말하자면 생존자인 것이다. 좀비월드의 생존자. 허나 모를 일이지 이미 신체 어딘가를 좀비에게 물린 사람일지도. 그가 눈을 뜨기 전에 얼른 달아났다.

- 멍청했던 내 언행을 떠올리며 자다가 벌떡 일어나는 일이 또다시 늘어나고 있다. 방금 전에 또 어떤 일을 떠올리고는 씨발 미친년아!!!! 하고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용수철처럼 다시 튕겨일어났다. 이것도 뭔 병명이 있던데. 어찌됐든 튕겨져 일어났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자고 결심하며 하품하다 또 입찢어짐.

- 어느 행정업무의 신청과정에서 몇 가지 실수가 있었다. 담당 공무원이 직접 전화로 미비점을 상세히 알려준 덕분에 무사히 수정신청을 마무리했다. 처방약이 떨어졌지만 병원 가긴 귀찮던 차에 처방약 배달어플을 알게 되었고, 주문 후 몇 시간만에 약을 받을 수 있었다. 내 이름 석자와 “쾌유를 기원합니다”가 크게 적힌 쇼핑백을 우리 이웃사촌들이 두루두루 볼 수 있게끔 문고리에 걸어놓고 가신 부분은 조금 저거했지만 그따위 불만으론 이 서비스의 광채를 반도 가릴 수 없을 것. 하여간 놀라운 세상임.

- 그 놀라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과정에서 다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요즘 씨발 마음이 좀 그래. 계속 그럴 거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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