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 이후 계속 황학동 도깨비시장 생각만 하고 있다.
돈이 아주 많으면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는 확실히 정했다. 도깨비시장의 옷 가방 신발 술 다 쓸어담을 거다.
- 은근슬쩍 술을 많이 먹고 있다. 방금 오타도 은근술쩍이라고 냈다가 고쳤다.
어쩐지 은근술쩍이라는 상호명의 술집이 전국에 하나쯤은 있을 것 같아서 찾아봤는데 의외로 없네.
그럴 수 있지.
그저 집 근처 술집에서 술먹고 놀 동네친구 한명만 있으면 좋겠다. 아니다 없는 게 낫다.
- 맘에 드는 줄무늬 티셔츠를 발견해서 주문을 하였으나 5일만에 재고가 없으니 환불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비슷한 디자인의 티셔츠를 또 찾아내서 주문했으나 7일만에 환불. 마지막 건은 무려 15일만에 환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세상 모든 줄무늬 티셔츠한테 거절당했다.
돌이켜보니 이때부터였던 듯.
세상 모든 거절들이 내게 달라붙는 암흑기가 시작된 것이.
- 자아가 거추장스럽다.
완전히 죽여 없앨 순 없으니 잘 말려서 반건조 상태로 보관했다 필요할 때만 꺼내서 물에 불려 쓰도록 하자.
단, 입은 바짝 말려서 개소리를 못하게 하자.
하지만 요즘 세상에 말처럼 효율적인 표현수단을 섣불리 봉쇄할 순 없는 일이라.
팟캐스트를 해볼까 며칠째 고민중이다.
내가 사연 쓰고 내가 읽고
와씨 아무한테도 못 알려주겠네
- 이제 하품해도 입이 찢어지지 않는다. 삶의 질이 높아졌다.
R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불안해서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다행히 통화가 됐다.
비가 온다. 농사에 절대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찾아보면 이렇게 또 좋은 일들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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