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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거보다 에일파이지만

평양냉면 근본주의자 뺨치게

강경한 고수들 틈바구니에서

줄창 에일만 퍼마셨더니

이제는 라거가 맛있다


수제맥주 양조로 이름난 몇몇 분들이

제일 즐겨마시는 술로

카스를 꼽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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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있는 향신료가 다 떨어지기 전엔

아무것도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BBC FOOD 앱에서 레시피 구경하다

또 또 눈이 뒤집혀서

커리잎과 검은 겨자씨를 주문해버렸다


이제 모아둔 향신료 다 쓰려면 

삼백육십살까지 못 죽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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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갔다 돌아오니 집엔 아무도 없고

팥칼국수 한 그릇이 놓여있었다

생전 처음 겪는 갑갑한 맛이었다


반쯤 먹었을 때 엄마가 옆집아줌마와 함께 돌아왔다

엄마 눈에는 내가 굉장히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였는지

팥칼국수 처음 먹는데도 잘 먹네 맛있지?하고 물었고

나는 거기다 대고 최근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없다고 했다

너무 맛없는데 배고파서 할 수 없이 먹는다고


아줌마의 당혹스런 미소와

흙빛이 된 얼굴로

애들이 뭐 맛을 알겠냐며

다급히 변명하는 엄마

뒤늦게 눈치챘다

아 이거 아줌마가 만든 건데

내가 주둥이를 잘못 놀렸구나


Z에게 이 얘기를 하자 자기도 어릴 때

엄마친구들이 해준 옹심이팥죽과 팥국수를

너무 노골적으로 완강히 거부한 게

아직도 죄송하다 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앙버터를 반씩 갈라먹었다


철없던 우리가 팥을 먹습니다

당과 지방을 듬뿍 버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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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를 좋아했던 연산군이

열매만 뜯어갖고 오면 싱싱하지가 않으니

가지랑 덩굴이 붙어있는 채로 상납하라며

경기도 감사를 달달 볶았다는 기록이 있다고

으 지겨와 지겨와


연산군 혹시 변비였나 찾아봤는데

별다른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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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는 왜 하필 새만 못 느끼는 매운맛을 발달시켰을까

그 묘한 유착관계의 이유를 찾아보다가

'고추씨가 너무 약해서'라는 설명을 보았다


다시 말해 포유류의 강력한 이빨과

복잡한 소화기관을 통과하기에

고추씨앗의 재질은 너무 연하고 무른데

과실을 씹지 않고 쪼아 넘기는데다

소화기관도 단순한 조류에게 먹히면

상처없이 배출되어 싹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이다


통점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맛이 아니라 공격무기라 해도 손색없는 특질인 고추의 매운맛이

다 나약한 종자 때문에 생긴 거라니

씨앗을 강화시키질 않고 매운맛이라는 신장르를 개척해서 새랑 거래를 트다니

인간은 또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기어이 맛을 들이다니


생각의 끝은 언제나 인간의 억척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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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다 저 빨간 열매가 늘 신경쓰였으나
삼보다 널리 대중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끝내주게 맛없거나 약효가 변변찮나보다 했다

찾아보니 전혀 아니었다 나만 몰랐을 뿐
인삼 일생에 단 한 번,
일주일이라는 한정된 기간에만 열린다는 스토리부터가 벌써 멋진 이 열매는
뿌리보다 몇 배나 높은 사포닌 함유량을 자랑하며
(그러고보면 건강식품 홍보엔 뭔성분이 OO보다 XX배 높다는 문구가 마를 날이 없네)  
진생베리라는 그럴싸한 퓨전이름으로 활발히 팔리는 중이었다

다 익기도 전에 새나 다람쥐가 먹어치우는 경우가 많다던데
걔들 다 수퍼히어로 되어 돌아오면 꽤 볼만하겠다 싶은
평범한 상업적 발상을 잠깐 했다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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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lezhin.com/ko/comic/ee/121






어릴 때 나물을 싫어했는데
그나마 고사리는 좋아했다
고기맛이 났기 때문이다
고사리는 왜 나물 주제에 고기맛이 날까, 하고
신기해하는 나에게 엄마가 말했다
"당연하지 고기랑 볶았으니까"
뭔가 실망스럽고 민망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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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lezhin.com/ko/comic/ee/120






상치 상초 생추 생초 상채 상췌 상취 송추 부상추 푸상추

지역에 따른 상추의 다른 이름들이라는데 어감의 차이가 크지 않고

어느 곳이든 'ㅅㅊ'초성을 칼같이 챙겨넣은 게 재미있다

부추-정구지같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채소들에 비하면

상추는 어쩐지 통제욕구 강한 프랜차이즈 사장님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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