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부터 맘모스빵을 끊고 쥬시팡을 끊었다. 3일째 되는 날이 제일 힘들었다. 작심삼일이란 말을 만들어낸 조상신이 너 지금 내 말 무시하냐며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빵과 쥬시팡은 독약...빵과 쥬시팡은 독약...손대면 죽는다...죽는다 진짜...를 되뇌며 플랭크로 몸을 고문하자 욕망이 좀 잦아들면서 조상신이 사라졌다. 대신 삶은 팥을 미친듯이 퍼먹게 됐다. 왜 이렇게 뭐라도 미친듯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지 모르겠다. 몸에 저장된 걸 좀 다 쓰고 배고파했으면 좋겠건만 밥에 한맺힌 대식가 핏줄에겐 어림없는 소리.
그나저나 "맘모스빵 폭식"으로 검색해서 여기 들어오는 분이 꾸준히 있던데 그 심정 너무 알 것 같고...익명의 맘모스빵중독자모임MA이라도 만들까 싶네.
차곡차곡 겹쳐진 팥앙금 완두앙금 버터크림 딸기잼 사이에 알밤이 들어있고 위아래에 두터운 크럼블이 붙은 K시장 맘모스빵은 진짜 예술이고…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 사먹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

-전자렌지용 사기그릇을 오븐에 넣어 돌렸는데 보기 좋게 반으로 쩍 깨졌다. 치우다가 깨진 부분에 손을 베었다. 사용법을 어긴 대가가 크다. 엄마가 준 그릇이 이렇게 하나하나 사라지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지도를 켜고 아무 목적없이 속초에서 부산 가기 수원에서 목포 가기 우리집에서 강원랜드 가기 따위를 검색할 때가 마음이 제일 평화롭고 행복하다. 전엔 지도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새 지도검색이 취미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것도 왠지 늙으면 단팥빵이 좋아지는 증상과 비슷한 듯하다.

-등산화를 검색하니 신는 순간 돌아올 수 없는 영포티의 강을 건너게 될 디자인만 줄줄이 떠서 절망했다. 그러다 검색결과 7페이지쯤에서 취향에 맞는 걸 발견하고 좋다고 클릭해보니 군화. 그것도 무려 뒤꿈치엔 USA 옆면엔 기관총이 새겨진 미군 전투화. 이걸 신느니 영포티가 되는 게 낫겠다 싶었지만 상품옵션에 USA랑 기관총 무늬가 없는 제품도 있길래 냉큼 장바구니에 넣고 상품문의 게시판을 훑어봤다. 최근까지 문의글이 있었고 판매자가 꽤 성실하고 신속하게 답변을 달아주는 편이라 믿고 주문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답변의 말투가
[안녕하세요, 고객님. 제품이 통관 중이다. 당신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판매자 이름을 확인하니 추정 중국인.
비록 번역기 돌린 저성능 인공지능 말투였지만 그것을 뚫고 나오는 책임감과 진정성에 감동해서 주문했다. 미중갈등의 시대에 중국인이 만들어 파는 미군화를 사신는 한녀라니 세상 참 괴이하게 돌아간다 싶다가도 베트남에 우리동네 간선버스가 돌아다니고 브리트니가 호남향우회 드레스 입은 게 벌써 기십년 전 일인데 아직도 촌스럽게 이정도 일을 희한해하다니 글로벌 인간 되려면 멀었지 싶고…
보름만에 받아본 군화는 맘에 들었다. 근데 옆면에 웬 까만 무늬가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류탄이다. 뿩!

-미드 [더 보이즈]를 보니 미군화를 막 등산화 삼아도 되나 싶다. 머리가 터지거나 발 짤릴 것 같다. 엊그제는 홈랜더가 집 베란다로 날아들어오는 악몽을 꾸고 새벽 4시에 부들부들 떨면서 깼다. 진짜 무서웠다.

-그보다 더 무서운 건 봄에 책이 나온다는 사실.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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