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or bad_

쓰레기 분리수거를 3주간 미루고 도서관 책도 연체하고 말았다. 쓰레기야 그렇다쳐도(아니...이것도 사실 그렇다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집 꼴이 시사고발프로의 범죄현장처럼 되어간다...)도서관 책의 대출기간만큼은 정말 강박적으로 잘 지키는 편이었는데, 이게 무너지니 위기감이 바짝 든다. 지금 아주 잘못 살고 있다. 글쓰기 때문이다. 


만화와는 달리 뼈빠지게 그림작업을 안해도 된다는 점에서 글쓰기를 어떻게든 미래의 밥줄로 삼아야겠다 생각한 적도 있었다. 경솔했다. 그림노가다가 손목과 허리를 크게 해먹기는 해도 노가다 특유의 어떤 신성한 정화력이 정신을 평화로운 진공상태로 만들어주는 측면이 있다(어쩌면 탈진이었을지도). 반면 글쓰기는 멘탈이 작살날 때까지 정신력을 쭉 빨아간다. 작업시간 내내 자비없이 논스톱으로 쭉쭉. 과정을 전혀 즐기지 못하고 힘들어하기만 하는 건 그 분야에 재능이 없다는 결정적 증거인데, 내가 눈치없이 너무 오래 질척대고 있는 건지. 어떻게 생각하면 남들은 더한 고생도 하는데 나만 유난떠는 것 같고(과연 행복의 척도를 외주줘버린 집단주의 동양인 근성) 나이 처먹고 재능 운운하며 도망가는 것도 좀 짜치지 않나 싶고...
허허 이럴 땐 고구마를 먹쟈

럭비공만한 고구마 뱀처럼 긴 고구마 뒤틀린 고구마 꼬부라진 썩은 고구마 두동강난 고구마 딱지 앉은 고구마… 그러니까 지금 집에 남은 대부분의 고구마가 고구마계의 루저들인 셈인데, 얘들을 만지고 씻고 손질하고 구워먹고 있자면 너무 맛있어서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안 나고 그냥 어떻게 되겠지 싶어진다. 이렇게 맛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경춘선 망우역을 지나는데 얼씨구야(수도권 지하철 환승역을 알려주는 그 국악)의 음질이 개좋은 것이다. 연주에 쓰인 악기 하나하나가 살아서 요동치는 듯한 고음질이라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없던 흥이 솟아올라 전국노래자랑 관객할매처럼 춤출 뻔했다. 환승자들이 얼씨구야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며 열차를 갈아타는 장면을 상상했다. 안전사고가 속출하겠구나. 아무래도 BGM의 음질은 좀 열화시키고 멘트는 더 크고 또렷하게 조정하는 것이 공동체의 안녕에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왜 하필 망우역 얼씨구야의 음질을 유독 좋게 느꼈던 걸까. 실제로 그런 걸까 아님 계속 졸다 깨다 졸다 깨다 하는 와중에 청각기능에 뭔가 왜곡이 생겼던 걸까. 나중에 확인해봐야지, 해놓고 또 귀찮아서 안하겠지.


그러고 보니 전국노래자랑은 요즘 어찌 돌아가나 문득 궁금해져 찾아보니 아이고. 작년 3월 이후로 녹화 일정이 전면 중단된 채 현재까지 재방송만 나오고 있다. 고령의 관객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프로그램에 이 시국은 진짜 치명적이겠다. 아쉬워할 사람들 많겠지 싶어 시청자 참여게시판을 둘러보다 뿜었다.

위의 글에 극대노한 답글↓

 

이쪽 팬덤싸움도 굉장하네요.
어쨌든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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