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or bad_

일하기가 너무 괴로워 열일을 마다했고 그 결과 팽팽 놀게 됐다. 인간관계로 인한 리스크를 피하고자 모두를 멀리했고 그 결과 쾌적한 고독을 누리게 됐다. 식비로 나가는 돈이 아까워 죽겠다 죽겠다 소리를 입에 달고 산 결과 엄청난 양의 고구마를 얻게 됐다. 사실상 모든 것이 내 바람대로 돌아가고 있으므로 스트레스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래서 아까 낮에 잠깐 양손에 고구마를 들고 기쁨의 춤을 췄다. 문제는 그 고구마가 썩고 있다는 것. 심각한 일은 그뿐이다.

 

몇 달간 겪었던 일들의 모든 순간을 세세히 기록하고픈 마음과 그에 대해 한글자도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정확히 똑같은 높이로 굴뚝같아서 아주 괴롭다. 이렇게 된 이유를 안다. 이미 그 일들의 일부를 쓰고 그려서 편집자에게 보여줬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다. 내게는 피같이 소중한 순간들이 상품성을 인정받지 못했을 뿐더러 내가 각별히 여기는 실존인물들의 가치마저 내 창작물에 등장했다는 이유로 싸잡혀 저평가돼버린 느낌. 순전히 내 능력부족으로 인해. 이건 정말……많이 아프다. 또 겪자니 두렵다. 그래도 고구마를 많이 먹고 춤을 추니 고통이 좀 옅어진 것도 같다. 부디 내 멘탈이 앞으로도 숱하게 닥칠 그 좌절감에 단련되길 기원하며, 기우제 지내듯 매일 춤을 춰야겠다.

 

네 살짜리 조카가 검지손가락으로 내 몸을 쿡 찌르더니 표정이 굉장히 이상해져서 여기저기를 다시 쿡쿡 찔러보고 하는 말. "왜 몸이 말랑하지...? 몸이...어떻게 이렇게 말랑하지...?" .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고 근육운동 좀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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