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_필기도구를 24시간 몸에 붙이고 다니며 틈만 나면 글을 쓰려고 했으나 죽어도 안된다. 공책에도 PC에도 태블릿에도 안 써진다. 옛날엔 최소 어느 한 군데에는 써졌었다. 열심히 해도 안 되길래 기대를 내려놓고 힘을 빼봤더니 더 안됐다. 겪고 느낀 걸 문장으로 변환하는 기능이 좃된 것이다,, 라고 하기에는 여기다 계속 뭘 쓰고 있긴 하고...모르겠다. 이 문제에 대해 하도 오래 고민해서 이제 더는 생각도 하기 싫다. 퍼뜩 기시감이 들어 블로그의 예전 글들을 훑어봤다. 수치심을 참으면서 계속계속 훑어봤다. 내가 쓴 거니까 다 비슷하게 짜증나긴 한데 그래도 그렇지 어쩜 이렇게 꾸준히 지긋지긋하게 굴었는지 새삼 놀라웠다. '나는못났고뭐든못하고사랑받지못하니까죽고싶은데그래도어쩌겠어'의 정서로 대충 끝맺는 구조. 날짜를 계속 거슬러 올라가도 죄다 그런 글이다. 무려 십여년간 이지랄을 해온 것이다. 아니 십여년이 아니라 수십년이네. 고딩 중딩 초딩때도 늘 그랬다. 일기장 어디를 펼쳐봐도 잘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불신 불만 불안 초조 긴장 좌절 열등감에 쩔어있지 않은 페이지가 없었다. 뒤져야 끝나지 이짓은.


good_즉 수십년간 쥐뿔도 발전을 안했는데 뒤지지 않고 살아남은 개꿀인생인 것이다. 자축의 의미로 도장찍힌 돼지고기 2키로를 8천원에, 새송이버섯 2키로를 5천원에 샀다. 버섯은 버섯맛이었고 돼지고기찜이 아주 맛있었다. 껍질 잘 까지는 반숙란 삶는 법을 터득했다. 선물받은 비건 쿠키와 스콘이 너무너무 맛있었다. 얻어먹은 국밥과 케이크와 냉면과 빵이 너무너무 맛있었다. 체형이 점점 웅장해지고 있지만 전처럼 신경 쓰이지 않는다. 다시 나가서 걷기 시작했다. 책과 영상을 집중해서 보는 훈련을 시작했다. 최근에 본 영화들이 다 재밌었다. 휴대폰을 멀리하고 있다. 남의 빛나는 순간을 보고 자괴감에 빠져드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어떤 고마운 메시지를 보고 어차피 평생 못 그만둘 자학성 자기복제라면 그래도 좀 성의있게, 재밌는 방식으로 해야겠다고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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