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또 고통의 주간 시작. 만화 연출방식에 대한 고민. 실행력과 집중력 부족에 대한 고민. 꼬인 계약에 대한 고민. 탈진할 때까지 잡초를 뽑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마셔도 가시지 않는 초조함. 나 혼자 아무런 발전이 없다는 조바심. 필수생존능력이 결여된 채 운좋게 어찌어찌 몇십 년을 버텼으나 그 운발도 슬슬 끝장이라는 불안감. 이 모든 감정을 드럼세탁기 빨래 돌아가는 거 멍하니 구경하듯 무념무상으로 바라보는 나. 냅두면 언젠간 끝날 것. 지긋지긋한 근심걱정에 찌든 생각들 어차피 때되면 종료 알림음과 함께 멈출 거고 그때가서 탈탈 털어 건조대에 걸면 그만. 얼룩이 완벽하게 빠지진 않겠지만 이미 묵은 얼룩이 너무 많아놔서 옷무늬처럼 느껴지니 상관 무. 이러한 정신적 고통을 조롱하듯 갑자기 생명을 위협하는 어택들이 마구 들어옴. 녹슨 쇠갈퀴에 새끼발가락을 찧었고 줄무늬산모기에 수십방을 물려서 가려워 돌아버리는 줄 알았으며 넋놓고 걷다가 머리가 빨간 뱀을 밟을 뻔했고 울퉁불퉁한 시멘트길에 크게 자빠짐. 죽을 수도 있었음. 다행히도 두개골과 고관절이 박살나기 직전 몸이 반쯤 접힌 쥐며느리처럼 둥글게 말리면서 한바퀴 구른 덕에 낙상의 충격이 분산됨. 하지만 구르는 과정에서 오른팔 전체가 엉망진창됨. 그냥 약간 멍함. 모든 고통은 좃같지만 역시 고통의 원조맛집은 육체적 고통. 정신적 저거와는 비교도 안 되게 생생하고 아찔한 좃같음이 있음을 재확인. 존경하는 분이 가족을 잃었는데 애도의 말 한마디를 못함. 죽음 질병 장애와 본격적으로 어깨동무하고 가게 된 지 꽤 됐는데도 뭐 하나 능숙하게 대처하는 것이 없음. 드라마 보다 말고 벌떡 일어나 충동적으로 머리카락을 자름. 고무줄로 말꼬리같이 묶은 머리를 움켜잡고 주방가위로 고무줄 바로 아랫부분을 냅다 끊어냄. 머리숱이 줄어서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잘리지 않음. 손아귀에 존나 힘을 줘서 겨우 썰어내다시피 함. 끔찍한 꼴을 예상했으나 의외로 그럭저럭 좌우대칭이 맞아서 놀람. 뭔가 약간 90년대 일본 호스트 혹은 욘사마 느낌이 나서 뿜음. 귀인이 나눠주신 꽃씨가 우편함에 도착. 다섯 종을 신청했는데 무려 아홉 종이나 넣어주심. 귀인의 건강을 간절히 기원함. 내년에 싹틔울 생명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은 환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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