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등에 불붙은 채 마감하는 거 진짜 너무 괴롭고 작업물도 개판되니 이번엔 반드시 미리미리 글을 써두리라 굳게 다짐했다. 그리하여 매일 도서관에 출근해서 데스크탑 앞에 앉았는데, 미치겠다. 졸리다. 죽도록 졸리다. 커피도 소용없다. 너무 졸려서 저항의지조차 안 생긴다. 누가 양동이로 정수리에 잠을 쏟아부은 것처럼,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졸리다. 저번 책 쓸 때도 어찌나 졸리던지 이렇게 눈 감고 있을 바에는 차라리 미리 관짝에 들어가있는 게 낫겠다 싶더니만 아 시발 또 이러네. 왜 이러지? 아무래도 뇌가 마감이 임박하지 않은 일은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것 같은데, 굳이 억지로 해야 하나. 이 정도만 안 하는 게 맞지 않나. 아님. 해야 됨. 공식적인 마감은 내년이지만 하반기의 일정을 생각하면 절대로 여유롭다고 할 수 없는 상황. 아무리 먼 마감이라도 날짜가 정해진 순간 내 코앞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해온다. 대비하지 않으면 백퍼 좆된다. 여기까지 쓰고 또 개같이 졸았다. 북유럽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조는 사람을 환자로 간주하고 도와주기 위해 다가온다던데, 내 상태면 즉시 응급실에 끌려갈 듯. 북유럽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 지경이면 도서관에서 들것에 실려나가게 생겼다. 목을 못 가누겠어. 어떡하지. 어떻게 잠을 쫓지.
 
- 도서관에서 나와 마트에 갔다. 질 좋은 단호박과 아보카도를 싸게 샀다. 기쁘다. 식재료헌터일을 할 때는 정신이 이렇게 맑을 수가 없다.

-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귀갓길엔 반드시 후회한다. 레파토리는 늘 같다. 아 내가 또 싸구려 븅신짓을 해서 상대를 질리게 했구나! 과대망상인지 실제로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후회반사작용을 막을 길이 없어서 일생을 이러고 살았다. 자기반성을 빙자한 무의미한 공회전. 진저리를 치면서도 기회만 왔다 하면 또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학습이 안 된다. 그래도 가끔 이 증상을 완화시키는 분을 만날 때가 있다. J님이 그러하다. 많은 얘기를 나눴고, 덕분에 마음 속에 답답하게 꼬여있던 매듭을 푸는 데에 큰 도움을 받았다. 사람을 지긋지긋해하면서도 사람만 보면 좋아 죽는 이 성격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것과, 이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는 것, 대화가 주는 기쁨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상 평생 인간혐오와 집착 사이를 우왕좌왕할 운명이라는 것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의하고 공감했다. 이런 공감의 순간 때문에 사람 좋아하는 마음을 끝끝내 놓지 못하고 후회와 개망신이라는 대가쯤이야 뭐 치를 만하지 않나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 책을 많이 보고 영화도 기회 될 때마다 보러 가고 오랜만에 한국 드라마들도 조금씩 보고 있다. 훌륭한 작품들이 너무나 많다. 그것들의 장점을 전부 흡수해서 내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전에 과외했던 초딩이 퍼뜩 떠올랐다. 한숨을 푹 쉬면서 교과서에 이마를 갖다대고선 이러고만 있어도 책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면 좋겠다고 했던 의욕 제로의 자식. 지금 걔랑 나랑 다를 게 뭐야. 수치스러워하는 와중에 R은 또 한다는 얘기가 나보고 마인부우 되라고, 질투나는 걸 다 알사탕으로 만들어서 먹어버리라고 했다. 아이구 증말 예나 지금이나 초딩같은 양반. 단호박이나 구워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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