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정보로 나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게 된 지 오래다
9월 초의 나는 인도네시아 요리를 신나게 먹고 멋진 카페에서 소품 하나하나에 손가락질하며 꺅꺅 감탄하는 인간
지마켓에서 1원 한푼이라도 더 싼 반팔수영복을 찾아헤맨 인간
답례선물용 십만원짜리 상품권을 사며 덜덜 떠는 인간이었다
  
돈을 쓰지 않은 날은 뭔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겠다 하루가 통째로 암흑 속에 깊이 가라앉는 것이다
소비자가 될 때만 겨우 존재감을 인정해주는 깍쟁이 세상인심이야 그렇다 치지만 나 자신이 돈 안 쓴 나를 적극적으로 까먹는 건 너무 서글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생산
글이나 그림을 쥐어짜낸 날은 어떻게든 기억이 난다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스스로를 가장 저렴하게 기억하는 방법이다

마구 맺은 계약에 깔려죽고 말 거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내 능력 밖의 계약은 저절로 깨지게 되어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진공의 상태에서 아무래도 좋을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
이제야 제자리에 돌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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