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육체노동을 하고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고 7시간 이상 잠을 자니 기분이 좋아졌다. 더러운 기분으로 있어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거 평생 지겹도록 겪어보았으니 앞으로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마음 속 걸림돌들을 최대한 외면한 채 텅 빈 머리통을 목 위에 대충 얹어놓고 다닐 것이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어차피 괴로움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덮쳐오고 어떻게든 지나간다.

 

-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나와 다른 유형의 인간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는 재능이 없어도 진짜 더럽게 없다는 걸 매일매일 뼈저리게 체험중이다. 그런데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의 차이가 과연 그렇게까지 큰 것인가, 요즘은 그 자체도 좀 의심스럽다. 그냥 다 그저 그런 능력치를 갖고 있는데 혼자서 그 차이를 냅다 크게 부풀려서는 아 나는 저건 절대 못해, 이런 거나 하고 살아야 돼, 그렇게 잘 맞지도 않는 선을 아무렇게나 긋고 살았던 것 아닌가 싶다. 그놈의 자의식을 때려잡아야 한다. 아주 그냥 똑똑한 척 뺀질뺀질하게 입만 살아가지고서는 더럽게 심약하고 게을러 터져서 많은 것을 망친 원흉이다. 잘하든 못하든 그냥 해야 한다. 결심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

 

- 쓰면서도 분명 이 결심대로 되지 않을 거다, 며칠만 지나면 또 더러운 휴지뭉치 같은 근심걱정이 머리통에 가득 찰 것이고, 건전한 정신은 부패한 자의식에게 숙청당할 것이며, 결국 늘 하던 대로 저품질의 재능을 원망하며 결심한 일을 때려치우고 말 거라는 예감이 스멀스멀 든다. 뭐 그러면 그때 가서 또 새롭게 결심을 하든 자학을 하든 아유 난 모르겠고 어제 사온 생선이나 구워서 막걸리와 함께 먹자. 청어가 두 마리에 2천원이라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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