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OO한방병원으로 예약.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라는 이유로 선택했는데, 뒤늦게 걱정이 됐다. 1) 생긴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지역사회의 검증을 충분히 받지 못한 곳임. 2) 가장 우려되는 지점. '한방'이라는 두 글자. 물론 한방'병원'에서 각종 수액 영양주사 많이들 놓는다는 거 알고 있지만 이왕 할 거면 뭐든 전문점, 원조집에서 하고 싶은 심리가 있잖아. 양의학의 정수인 백신주사를 한방병원에서 막 맞아도 되겠냐 이말이야. 그래서 좀 떨어진 곳의 대형병원으로 예약을 옮겨볼까 하다가, 마침 유명한 큰 병원에 접종하러 갔는데 일반진료환자랑 백신접종자가 뒤섞여 그런 개판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는 어떤 이의 후기를 발견했고 또 예약 변경할 경우 이래저래 성가신 추가적 절차가 뒤따른다기에 벌써 귀찮아져서 그냥 원래 예약을 냅뒀다. 온도계 택배가 도착했다.


당일] 백신 핑계로 맛있는 걸 먹었다는 후기를 많이 봤다. 백신접종이 외식업 소비에 미친 긍정적 영향이 분명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돼지껍데기를 먹었다. 시간 맞춰 병원에 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순간 약간 놀랐다. 1) 생각보다 세련된 인테리어에 대기공간도 넓고 쾌적했다. 2) 그 넓은 공간에 젊은이들이 바글바글했다. 1)2) 모두 내가 하자 없는 백신을 제대로 접종받고 무탈히 귀가하는 것과는 크게 상관없는 요소들인데 괜히 안심됐다. 인테리어와 웨이팅이 만들어낸 권위에 이렇게나 잘 현혹된다 내가. 30초쯤 앉았나 했는데 이름을 부른다. 접종 전 유의사항에 대해 원장과 면담을 해야 한단다. "알러지없으시죠기저질환없으시죠뭐약드시는거없으시죠접종후3일간술담배안되시고무리한육체활동하지마시고자극적이고기름진거드시지마시고..." 골백번도 더 읊었을 유의사항을 래퍼처럼 쏟아내는 원장의 얼굴을 보면서 속으로 되게 돈 잘 벌게 생겼다고 생각하며 대충 끄덕였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이렇게 대충일 수가 없었다.
바로 주사실로 가서 왼팔에 접종을 받았다. 30초도 안 되어 끝났다. 웬만한 주사보다 덜 아팠던 것 같다. 저기 뭐냐 백신 그거 유통기한은 안 지났는지 적정온도에서 잘 보관한 건지 몹시 궁금했지만, 못 물어봤다. 어차피 물어봤자 괜찮다 그러겠지 아이고 죄송합니다 상온에 방치해서 푹 썩은 걸 그만 환자분께 쏴드리고 말았네요 할 리도 없고. 주사실 앞에서 15분을 대기했다. 복도 벽에 굵은 고딕체로 '우리 병원은 전문 의료진이 백신을 접종합니다'라고 쓰여있다. 엄밀히 따지면 아무 공신력도 없는 글귀이지만 아까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안심됐다. 활자의 권위에 이렇게 또 약해요 내가. 병원 내부를 찬찬히 둘러봤다. 영양주사, 도수치료, 침, 부항, 비만/피부클리닉 등의 홍보문구가 붙어있다. 동네병원의 백신접종이 신규 고객 확보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15분 경과. 별 일 없기에 귀가했다.


증상]
2시간 경과 - 미열감.
4시간 경과 - 조금씩 왼팔이 뻐근해짐. 몸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지는데 체온은 36.1도.
12시간 경과 - 팔 통증이 강해졌으나 금강막기, 넥스트레벨 동작 모두 가능. 혹시 몰라서 타이레놀 먹고 취침.
20시간 경과 - 체온 34.6도??? - 검색해보니 34도면 이미 시체라고 함. 잘못 측정한 듯.
22시간 경과 - 왼쪽 눈 부위에 쑤시는 듯한 두통이 아주 약간, 식도가 미묘하게 부은 느낌. 기분 탓인 듯.
24시간 경과 - 침 삼키기 약간 불편. 팔 통증 약해짐. 체온 36도. 
모든 증상은 일반적 감기증상의 아주아주 약한 버전. 백신 접종 이후의 일반적인 증상일지 궁금.
40시간 경과 - 체온 36도. 팔 통증 희미해짐. 열감 없음.
72시간 경과 - 평소 컨디션과 동일.
 
질병관리청에서 이상반응 신고 안내 카톡이 왔다.
"몸은 어떠세요?" 
이상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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