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과 침대에서 노닥거리는데 유명 요리유튜버 X가 카메라를 들고 난입해서는 R과 내 사이에 잔뜩 쌓여있는 수제 생강과자를 마구 집어갔다. 것도 아주 비열하기 짝이 없는 웃음과 함께 과자를 앞뒤로 뒤집어보며 설탕이 많이 묻은 것만 골라집는 거였다. 화가 폭발해서 침대 옆에 있던 식칼을 집어들고 X의 멱살을 잡아 벽에 밀어붙였다. 너 이새끼 확 귀를 잘라버린다! 움찔하며 양쪽 귀를 감싸쥐는 X. 그 모습이 퍽 통쾌하였으나 귀를 진짜로 잘라서 어쩌려고? 그래봤자 깜빵밖에 더 가나 싶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 꿈에서 깼다. 어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싸늘하게 외면받고 구석에서 울면서 만두를 빚는 꿈을 꾸었다.
어차피 깰 꿈이라면 악몽 쪽이 좀 더 재밌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마찬가지로 어차피 끝날 삶이라면 불행한 편이 좀 더 재밌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까. 장난으로라도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할 것 같다. 불행을 일부러 불러들이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고되다. 추가사리를 굳이 처넣을 필요가 없다.

- 어느 현자께서 남망기가 20년간 보여준 감정의 변화를 시간순으로 정리 분석한 글을 읽고 완전히 할말을 잃었다. 동태눈깔이로구나! 두 번을 읽고도 마도조사가 이토록 섬세하게 디자인된 작품이라는 걸 몰라보고 이상한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었다. 물론 그 소비방식에도 나름의 의의는 있겠으나…하여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처삼촌 묘 벌초하듯 대충대충 읽었던 1, 2회독과는 달리 3회독부터는 한글자 한글자가 뼛속 깊이 스며들 듯. 뭘 또 뼈까지 내주고 지랄인가 오바떨기는 하고 코웃음을 쳤다가 야씨 마도조사 같은 대작이 꼴랑 세 번 읽은 걸로 뼈에 들어온다면 시발 삼대가 엎드려 절해야지 하고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운명. 로맨스. 감정의 얽힘. 아이고 애절해 미치겠다. 어쩌면 좋냐 이 허구의 세계를. 아니 그게 실은 허구가 아니라 현실과 동등한 무게로 존재하는 세계관 소위 평행우주이고 작가라는 집단이란 그 우주의 일면을 관찰하고 묘사하는 직업군인 것이다, 작가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현실에 구현된 우주가 엄청나게 정밀하고 흥미진진할 수도 있고 얼기설기 개판일 수도 있는 거다, 그런 생각마저 든다.

- 부모님에게 BL의 매력을 설명하긴 어렵지만 맘모스빵의 매력을 설득시키긴 무척 쉽더군.
결국 모든 세계관의 최강자는 빵이다. 빵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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