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을 땐 소설 에세이 만화콘티 오백만개 떠오르는데 책상에 앉는 순간 모든 게 사라짐

빵 만든다며 도마에 밀가루 한줌 뿌려놓고 재채기해서 사방팔방 날려버리는 짓을 무한반복하는 기분
또다시 글 만화 재활훈련 들어가야 함 별것 아닌 거라도 끄집어내야 함
근데 음슴체 싫다
얄미운 중고딩 말투 같아서 쓸 때마다 낯뜨거움
근데 뭔가 좀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곤 싶은데 무겁고 궁상맞고 느끼해보이는 건 또 싫은 인터넷자아가 자꾸 이 말투를 끌어다 쓰려고 해서 참
아오
음슴체든 합쇼체든 뭐든 씁시다

- 일단 스테디오에 계획했던 그것을 업로드했다
힘을 빼고 가급적 자주 올릴 생각이다
들깨들
내가 만든 애들이 들깨밭에서 한가롭게 먹고 산책하고 수다떨고 노닥거리는 낙서만화입니다
https://steadio.co/creator/pyedogteeth/posts/daa8ea58-3c09-473f-a928-2a11c8cd6da5

-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 여행 동지와 얘기하다가 그때 당시가 우리 인생에서 손꼽히게 행복했던 시기임을 재확인. 이 정도 무게감을 지닌 추억을 다 부스러질 때까지 방치해버린 스스로가 어이없다. 이래서야 대체 인생 남는 게 뭔가. 진짜로 다 까먹기 전에 여행기 써야지. 이것도 스테디오에 올리면 어떨까 모르겠네.

- 묵향동후 덕에 몇 달째 기기묘묘한 독서체험 중이다. 무협물이라 하면 뇌 휴식과 쾌락 충전의 효능을 갖춘 것이 보통인데 묵선생 책 읽을 땐 쉬는 맛이 전혀 없음. 읽을수록 이분 특유의 문체&구성방식과 내 문해력의 궁합이 굉장히 안 맞는 느낌이다. 마도조사와 비슷하게 짜여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옴니버스 이벤트 -> 각 이벤트에 담긴 자잘한 단서들 -> 뒤늦게 밝혀지는 애달픈 충격적 진실] 이 구성이 나에게 몹시 큰 고통을 준다. 전작 읽을 때 웬만큼 단련돼서 이번엔 좀 수월하게 몰입할 줄 알았는데 아 전혀. 이벤트 발생 시마다 마구 터져나오는 신규 아이템 인물 설정 장소 등등등의 정보들이 머리에 저장이 안 돼서 미칠 것 같다. 정교한 설정의 홍수를 즐기는 독자라면 능히 이 작품을 재밌게 감상하겠으나 나는 아닌 듯. 확실하고 말초적인 욕망과 결핍을 지닌 극소수의 주인공이 못돼처먹은 악당과 맞서싸우는 구도를 뻔하다고 욕하면서 좋아하는 내 그릇을 넘어서는 작품임. 전작은 그래도 대부분 지표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고 혈연관계 오욕칠정 같은 아침드라마적 인간미가 기본탑재 돼있기에 중후반부 넘어 정든 인물들이 늘어날수록 몰입도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효과가 있는데, 천관사복 이건 시발 산신령과 요마괴귀 대잔치니 인물의 행동 동기나 욕망이 재깍 와닿지를 않고 피바람이 몰아쳐도 썩 위기감이 없고 그저 내 영혼만 어수선해질 뿐. 심지어 이쪽 주인공 커플은 한쪽의 호감도가 극초반부터 만랩을 찍었고 상대에게 전심전력으로 풀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터라 약간 남의 집 신혼여행 브이로그 보는 것 같고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런데,

계속 읽게 된다. 완독을 향한 투지가 끊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매일 폭포수 밑에서 가부좌 틀고 눈 감는 심정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로 공부할 때 빼고 이렇게 고행에 가까운 독서를 지속한 적은 없었다. 대체 왜. 1. 주요 인물들의 매력에 어쨌든 설득당함 2. 중간중간 나오는 귀여운 개그 3. 구제할 길 없는 인류의 근원적 고통에 대한 굉장한 묘사력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꺼지지 않는 사랑과 희망. 생각해보니까 3, 4번이 꽤 세다. 이를테면 참혹한 운명 앞에서 처절하게 울부짖는 중생을 보듬으며 나를 위해 살아가달라고 부탁하는 다정한 신. 종각역에서 이 장면을 읽다가 너무너무 아름다워 울었다. 지금 이 일기 얼른 써버리고 마저 읽으러 가고 싶다. 총 10권 중 이제 8권 읽을 차례. 이쯤 되면 이유불문 그냥 재밌는 작품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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