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블로그 어떡하지

이왕 굴릴 블로그 대표포털에서 해보자는 얕은 마음으로 옮겨가려 했으나 

티스토리 너무 조강지처같고 맘에 걸려 차마 떠나지를 못하겠네


몰랐는데 조강지처의 조가 술지게미 조였어

술지게미랑 쌀겨로 연명하며 함께 고생하던 마누라

조강지처 음

고사성어 중에서도 괜히 애틋하고 정이 가더라니

음 마누라랑 술먹은지 오래됐다




- 위 문장 쓰고 한시간동안 지뢰찾기했다 미친년 진짜

술을 안 처먹으니 지뢰찾기에 빠져가지고


지뢰를 이제 거의 반사신경으로 까는 지경이 됐는데


자꾸만 테러집단이 막 방에 들이닥쳐서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지뢰찾기 고급단계를 깨라고 실패하면 쏴버린다고 협박하는 상상에 빠져버린다

너무 긴장해서 손떨다가 세 턴만에 지뢰밟고 총맞아 죽는 상상




- 이유를 모르겠는데

뭔가 인생에 썩 도움될 것 같지 않은 일에

필요 이상으로 시간을 투입하는 것 같다 싶으면

반드시 테러집단이 달려온다


한번에 네 시간씩 넣어주는 노래방에 빠져서 혼자 밥먹듯이 노래부르러 갔던 시절

테러집단이 또 막 내가 있는 방에 들이닥쳐서는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가사보지말고 노래부르라고 한 글자라도 틀리면 쏴버린다고 협박하고

나는 막 떨려가지고 목에서 염소소리나고 그러다 가사 틀려서 총맞아 죽는

그런 상상 속에서 툭하면 허우적댔지

이건 뭔놈의 파국적 사고인지




- 늘 무엇엔가 미쳐있긴 한데

제대로 미쳐서 끝장을 본 경험은 한 번도 없다

맨날 미치다 말았다

지금은 부동산과 고구마에 미쳐있다

이 사랑은 과연 언제 끝날지


어쩌면 상상 속 그 테러집단은

나를 끝까지 미치지 못하게 만드는

일종의 제어장치일까

대체 무엇을 위한 제어일까

씨발 이거 고민하다 또 지뢰찾기켰어




- 생각해보니 몇 년 전 홍대 그 스파오 사거리 전광판에

지뢰찾기하다 오류나서 굳어버린 데스크탑 화면이 한참동안 떠있는 사고가 난 적 있었지

그 전광판 담당자분 잘 살고 있는지 괜히 궁금하네





초보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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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세요


제발 글을 쓰세요


마지막 부탁입니다





글 쓸 자신이 싹 없어져서 죽어지내다 담당자의 저 말에 더럭 겁먹고 아무거나 쓰기로 했다. 신뢰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이라는 말은 무섭다. 바로 앞의 문장을 쓰고 사흘간 지뢰찾기에 몰두했다. 총 게임횟수 4천판을 넘었다. 구린 글을 쓰는 것도 모자라 전시해야 한다는 게 괴롭다. 내 문장 특유의 느낌이 너무 역겨워 죽겠는데 이걸 또 어떻게 견디냐. 이짓거릴 신이 나서 몇 시간이고 했던 때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자기애와 과시욕에 휘둘리던 시기. 잠깐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죽고 싶어지지만 글은 기특하게 자주 썼다. 자기애고 지랄이고 그딴 거 다 고갈된 자리를 수치심이 채워버린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수치심은 창작의 효율을 낮춘다. 망신에 대한 백신이나 보험 노릇을 하라고 깔려있는 감정일 텐데 내 것은 왜 이리 덩치만 크고 미덥지 않은지. PC 성능은 있는대로 갉아먹고 랜섬웨어엔 속수무책인 액티브엑스 공짜백신 혹은 막상 일 터지면 돈 한푼 안 주고 튀어버릴 보험회사 같은 나의 수치심....따위의 비유를 생각해냈다는 게 또 한 번 수치스럽다. 혹시 글쓰기란 원래 수치스러운 행위가 아닌가 반짝 희망을 느꼈다가, 수치심에 태생적인 정당성이 부여된다 하여 희망을 가질 건 또 뭔가 싶어 다시 가라앉았다. 근데 계속 싫다 싫다 힘들다 괴롭다 하다보니 이상하게 또 조금씩 뭔가를 쓰고 싶어졌다. 하기 싫은 일은 왠지 인생에 유익할 것 같다. 요컨대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정신. 어쩌면 고생페티쉬. 암튼 가뜩이나 부족한 참을성이 근래에 더 떨어져서 하기 싫은 걸 계속 피하고만 있었다. 속 편하게 피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이렇게 살다간 끝내 인간쓰레기로 죽게 될 거라는 공포로 정신이 병들어가던 차였다. 글쓰기가 이에 효험을 발휘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생겼다. 요즘 건강식품에 대한 집착이 부쩍 커졌는데 글쓰기만큼 정신건강에 쓴 약도 드물다는 걸 깨달은 거지. 기를 쓰고 쪽쪽 빨아먹을 거다. 담당자가 이런 글을 바랐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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