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_여전히 글 쓰는 양이 적어도 너무 적다. 질도 나쁘다. 모든 문장이 본심보다 무디거나 낯 뜨겁게 과장돼있다. 글을 위해 억지로 꾸며낸 감정을 어디서 본대로 대충 나열하고 있다. 글 한줄 쓰고 이게 아닌데, 또 한줄 쓰고 아 진짜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다. 나는 내가 에세이를 잘 쓰는 사람이 될 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어쩌면 내게 가장 맞지 않는 글이 에세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제 와서 들어버렸다. 옆집에서 싸움이 났다. 담배연기가 원인이었다. 언성이 점점 높아지고 존댓말이 반말로 바뀌고 기어이 개새끼소리까지 오가는 상황이 돼버렸다. 한쪽이 상대를 칼로 찌르거나 난간 아래로 집어던지는 참사가 벌어질까 무서웠다. 술 퍼먹고 개소리를 했다. 발목이 자꾸 접질린다. 뱀에 물릴 뻔했다. 차에 치일 뻔했다. [용과 주근깨 공주]를 봤다.

 

good_어쨌든 죽지 않았다. 백신 접종 완료 후 아직까진 무탈하다. 쥬시팡을 하지 않았다. 아보카도를 개당 500원에 샀다. 이번 주에는 운동을 조금 했다. 옆집의 싸움은 조용히 일단락된 듯하다. 나를 시기질투의 지옥불에 던져놓았던 작가의 책을 필사하기 시작했다. 필사를 제대로 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꼬인 심보를 펴는 데에 생각보다 도움이 되는 처방이었다. 작가의 재능 일부에 소유권이 생긴듯한 착각이 들면서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의 무능에 일일이 놀라지 않기로 했다. 나카무라 카호中村佳穂라는 뮤지션을 알게 됐다. 엄마와 산책했다. 가지 오이 당근 토마토 콩 호박 부추 깻잎 고구마를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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