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절제한 탄수화물을 12월에 다 때려먹고 있다. 빵 떡 면 너무 맛있다. 얼마 전만 해도 술만 있으면 탄수화물 다 필요없었는데 요샌 탄수화물을 한입이라도 더 먹으려고 술을 안 먹는다.

“내가 씨바 죽음의 사선도 넘어본 놈인데 그까짓 것도 못하겠냐?” 종각역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지나가며 한 말. 어으 저 허세. 나는 할아버지가 의외로 그까짓 것을 못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의 운율만은 좋아서 계속 곱씹는 중이다.

친구랑 불륜커플 핫플레이스라는 어느 카페에 갔다. 불륜상대랑 방문했으면 틀에 박힌 장소를 찾은 스스로가 약간 쪽팔렸을 것도 같은데(아니 그쯤 되면 불나방처럼 눈에 뵈는 게 없으려나) 친구와 가니 그저 희희낙락 좋았다. 한강뷰가 멋졌다. 불륜픽만 찾아다녀도 재밌겠다. 그럴싸한 맛집 카페 많을 것 같다.

너는 남자랑 이런 데를 와야지 어쩌다가 나랑…쯧쯧…이런 말 하는 사람 별루다.

도서관 안에서는 취식 금지라 뒷동산의 공동묘지에서 싸가져간 밥을 먹었다. 누가 얼씬도 안해서 너무 좋다고 생각하는 순간 고양이가 다가왔다. 살짝 떨어진 곳에 웅크리고 앉아 내가 먹는 걸 지켜보았다. 고양이의 시선을 받으며 쭈뼛쭈뼛 밥을 먹었다. 줄 게 없어 유감이었다. 민망한 먹방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복귀했다. 슬쩍 돌아보니 거기 그대로 앉아 나를 보는 고양이가 있었다. 집에 멸치가 남았던가. 찾아봐야지.

영화관 경리나라 광고가 너무 세련되게 리뉴얼되고 경리나-라! 주제가도 없어져서 서운했는데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옛 주제가가 나온다. 경리나-라! 썬연료 다음으로 사랑하는 CM송.

5일만에 변기를 뚫었다. 온갖 민간요법 다 쓰고 생지랄 난리굿을 쳤는데도 소용이 없어서 결국 업체를 불러야 하나 싶어 절망에 빠졌다가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더 해보자 하고 원기옥을 모아 뚫어뻥을 하는 순간 뻥 뚫렸다. 1년간 내가 했던 일을 다 합쳐도 그 뻥 소리가 터져나온 순간의 희열과 성취감은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유튜브에 그렇게 많은 변기뚫기 채널이 있는지 몰랐다. 감사합니다 스승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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