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이 정도로 마음이 휘둘릴지 몰랐다...시리즈에 대한 배경지식과 애착 모두 부족한 상태로 노웨이홈을 봤는데도 눈물대잔치였는데 샘 레이미 3부작을 보고 나니 찢어진 마음이 붙지를 않아...계속 슬프고 아련하고...생각하는 사람 조각상 자세로 처울면서 거미놈들 행복을 빌고 있고...아까도 트위터에 어떤 사람이 올린 짤 보고 도서관 열람실에 엎드려 흐느끼고...뉴욕에 집 사고 싶고...아냐 이건 아냐 정신차려야돼 요망한 헐리웃 놈들에 속아서 그 세계관에 내집마련하면 좃되는 거다 진짜 안봐도 뻔하지 않냐 이사 온 당일날 짜장면 먹는데 지붕무너지고 대들보뽑히고 미친놈이 창문뚫고 날라와서 짜장면 밟고 지나가고...그 아수라장에도 뉴욕 인구 절대 안 줄어드는 거 보면 대형호재가 있긴 한 것 같은데 언제 그 인구 반토막날지 모르고...실거주도 투자가치도 존나 불안해...암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조만간 볼 건데(이미 극장에서 봤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두 커플 보고 내가 또 얼마나 또 아이고 거미가 날 죽여요 어머니!

- 즐겨 쓰던 앱을 실수로 지워서 새로 깔려는데 내 구형폰에는 더 이상 앱 설치가 안 된다고 한다. 폰 교체의 그날이 드디어 온 것인가...옘병 3년밖에 안 썼구만…느려도 아직 멀쩡히 잘 돌아가는데 이런 개같은...낙담한 채 데스크탑에서 구글플레이를 실행하고 생각없이 이거저거 눌러보는데 아니 뭐야 앱 설치가 되었어!! 5일만에 혽서 변기 뚫은 일 다음으로 기뻤다.

- 도서관 오픈시간 3분 전에 가면 열람실 최고의 상석에 앉을 수 있다. 뒤는 벽으로 막힌 데다 양 옆은 거리두기 때문에 비워놓게 되어있는 말하자면 전염병 시국이 낳은 쾌적한 좌석인데 엊그제 점심먹고 복귀하다 흠칫 놀랐다. 내 바로 옆, 앉으면 안 되는 자리에 누가 앉아있는 것이다. 와씨 이게 얼마만이냐. 좌석표를 받지 않고 들어와서 빈 자리를 무단점거하는 메뚜기족. 존나 반갑고 짜증났다. 메뚜기의 눈치를 보며 주춤주춤 내 자리에 앉았다. 정당한 내 권리를 행사하는데 눈치를 봐야 한다는 지점에서 벌써 신경질이 확 났는데 메뚜기가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 나를 무슨 또라이 보듯 쏘아보다 한마디 툭 내뱉기를 “저기요. 딴 데 앉으시면 안 돼요?” 시발 이게 실성을 했나. 개빡쳐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기 그쪽 즈리 으니시잖으요.” 그러자 메뚜기가 아…하더니 번개같이 짐을 챙겨 사라졌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신속하게 꺼져줘서 진짜 고맙다. 진상 중의 개진상이 도서관 진상이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그쪽이 하필 개진상이어서 좆같이 나왔으면 멱살잡고 싸워서 나란히 유치장에 갇힐 수도 있었다. 그리고 부럽다. 나는 내 권리가 안전하게 보장된 영역이 아니면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한다. 하지만 뭔가가 100% 보장되는 일은 없다. 권리를 침범하는 인간이 꼭 나온다. 그럴 때면 나는 식겁해서 어쩌지? 저것들을 어떻게 막지? 하고 혼자서 한참을 끙끙 않는다. 반면 남의 권리에 천연덕스럽게 발가락을 담갔다가 권리자가 뭐라고 항의하면 아님 말고~하고 슥 발 닦고 가버리는 그런 인간들, 당하는 입장에선 진짜 열받고 별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의 민폐를 끼치고자 하는 그 태도에서 느껴지는 어떤 경쾌함이랄까 호방함…그런 것들이 전혀 탐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들은 내가 확보한 권리를 탐하고 나는 그들의 뻔뻔함을 부러워한다. 누가 더 행복할까?

- 숨 쉬기 힘들 정도로 매사가 두렵고 불안하고 혹시 또 R에게 뭔 일이 터진 건 아닌가 싶어 미쳐버릴 것 같은 순간 귀신같이 R에게 전화가 왔다. 아무 일 없다는 걸 확인하자 눈이 절로 감길 정도로 안심이 됐다. 심경을 고백하자 R이 나를 조롱했다. “이히히히 지가 일이 안 풀린다고 나한테까지 뭔 일이 있는 줄 알고~~쯧쯧쯧~~나는 잘 있지롱!!” 뱃가죽을 힘껏 꼬집어비틀어주고 싶을 정도로 고마웠다.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며 나를 조롱할 기운만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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