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과 함께 고사리를 따고
R이 전과 같은 걸음으로 춤을 추며 다가오는 꿈을 꾸었다.
가오 잡는 여자는 오래오래 살았으면 했는데.
R이 오래오래 자유롭길 바랐는데.
한동안 뜬눈으로 가만히 누워있었다.


라이브 도중 출연자들간의 의견충돌이 심해져서 싸한 분위기 속에 갑자기 끊겨버린 방송을 보았다.
A는 교과서적 학구파였고 B는 대중친화파.
현학적이고 편집점을 찾기 힘든 A의 강의에 B는 지쳐있었고
요란하게 추임새를 넣어 흐름을 깨먹는 B 때문에 A는 짜증 폭발직전이었는데
하필 구독자가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앞에서 갈등이 곪아 터진 것이었다.
얼마 전엔 마음을 많이 다친 C의 라이브 방송을 보았다.
필사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호응이 전혀 없어 매일 아침 죽음을 생각한다고 했다.
모두의 심정이 너무 이해가 가서 걱정됐다. 특히 C가 정말 걱정됐다.
다행히 A와 B는 잘 지내고 C도 조금은 회복된 것 같다.


모든 게 봉합되고 회복되길 대책없이 비는 휫수가 점점 늘어난다.
물론 그 횟수의 99%는 곧 실망과 체념으로 변한다.
막연하고 수동적인 기복과 체넘을 왔다갔다하는 것보다 분명 더 좋은 선택지가 있을 텐데
아이고 잘돼야 될 텐데, 에휴 인생이 그렇지 뭐-가 입에 붙은 할망구가 되긴 좀 그런데
잘 모르겠어서 매일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만 잔뜩 하다 잔다.
뭐 어떻게 되겠지-가 입에 붙은 중년은 일단 돼버렸음.
근데 이게 생각보다 나쁜 기분은 아니라
했던말 또하고 또하는 고장난 전축같은 할머니로 사는 것도
의외로 썩 괜찮을지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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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과 식사 외 모든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졌다
말린 고구마를 무한정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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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 치즈 치간칫솔 실리콘덧신 사라
- 도서관 책 좀 미리 읽자 반납일 직전에 벼락치기하지 말고
- 청소하자 제발 청소 좀 하고 살자 제발 좀
- 게임하지 말자 제발 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 뭘 해야 할지 정 모르겠으면 나가서 걸어라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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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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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초조우울감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어제부로 마음의 평화에 대한 기대를 땅바닥에 내려놨다. 평화는 바라지도 않고 저 개노답 불초우 3대장한테 잡아먹히지 않고 적대적 공생관계 정도만 유지하다 늙어죽어도 대견한 거다, 정말 대단한 업적을 이룬 거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업적 달성의 유일한 방법은 무엇이냐, 몰입이다. 글과 만화의 완성도 향상에 온 정신을 쏟아붓는 것 말곤 답이 없다. 그 외에는 신경을 끊어야 한다.
그러니까 본업에 집중하라고요 남들 모임에 기웃거리면서 개짓거리 하지 좀 말고


-샌프란시스코 여행 때 썼던 일기장은 도저히 못찾겠다. 다행히 사진은 시간 순서대로 남아있으니 그거 보고 어떻게든 기억을 짜낼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게 행복했던 시기가 가물가물해지는 게 아깝기도 하지만 물건 찾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대체재를 구해다 쓰면 희한하게 그제서야 찾던 물건이 굴러들어오는 징크스가 이번에도 어떻게 좀 발동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부스터샷(3차)은 왠지 소아과에서 맞고 싶어져서 집 근처의 미리 봐둔 곳을 찾아갔다. 낡고 작지만 단단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로 보아 적지 않은 오랜 단골을 확보한 것으로 짐작되는 병원이었다.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아, 하고 감탄했다. 원장님이 호빵맨처럼 웃고 있었다. 역시 소아과는 다르구나. 어린 환자의 경계심을 풀어주기 위한 미소가 안면근육 전체에 깊게 배어있는 느낌. 곧이어 어린이집 선생님같이 상냥하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접종 관련 유의사항을 주욱 읊어줌으로써 - 두통 발열 없으시구요~접종 후 최소 3일간은 무리 마시구요~ - 역시 소아과는 달라도 뭔가 다르다 싶은 느낌을 재차 선사하였다. 몸 둘 바를 모르겠으면서도 묘하게 안심되고 보호받는 것 같았다. 1, 2차때처럼 접종은 순식간에 끝났다. 원장님은 접종한 자리에 아무 무늬없는 반창고를 붙여주며 혹시 더 궁금한 거 없냐고 물었다. 마침 궁금한 게 있던 차에 잘 됐다 싶었다.

“1, 2차접종 때 후유증이 약했다면 3차접종의 후유증도 약할 확률이 높지 않나요?”

순간 원장님의 얼굴에서 호빵맨이 사라지고 안경테가 반짝 빛났다.

“아뇨, 그건 확신할 수 없죠. 각 접종의 후유증은 독립사건입니다.”

오…!
‘확률’이라는 용어에 갑자기 어린이집 스위치가 꺼지고 수학과외선생 버튼이 눌려버린 원장님.
말투까지 약간 알파고처럼 돌변한 게 너무 웃겼고 확률통계 숙제해가야 될 것 같았다.
어쨌든 나의 3차 후유증은 1, 2차와 비슷했다. 4차 독립사건은 겪을 일 없기를 빈다.


-올해 건강검진은 유달리 무서웠다. 치명적인 무언가가 나올 것 같았다. 죽도록 가기 싫었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솔직히 ‘죽도록’이란 말 뒤에 붙는 일은 대체로 죽는 것보다 낫다. 검진도 그렇다. 눈 딱 감고 예약걸고 후딱 다녀왔다. 검진전문기관에 갈까 하다가 귀찮아서 코앞의 동네병원을 선택했다.
*이 병원 왜 이렇게 친절하지? 하도 친절해서 나는 내가 죽을병에 걸렸거나 이미 죽어서 천당의 수납계에 온 줄 알았다.
*왜 키가 조금씩 크고 있지?? R은 혹시 농사를 지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하는데 농사지어서 키컸다는 인간은 일평생 본 적이 없다. 너무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런가 싶긴 한데…하여간 기괴한 일이다.
*굵고 질좋은 핏줄로 거듭나려면 대체 무슨 수련을 해야 하는 거지??? 피뽑거나 링거맞을 때마다 혈관을 못 찾아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원에 장기투숙하며 양 팔뚝에 수액을 주렁주렁 달고 살 늙고 병든 내가 벌써부터 걱정된다.
*결국 손등으로 수면마취액을 주입하게 되었는데, 이게 꽤 아팠다. 강한 통증이 손등부터 혈관을 따라 서서히 치고 올라왔다. 다행히 어깨쯤 올라왔을 때 기억이 끊겼고, 눈 뜨니 회복실. 수면내시경 괴담에 나올만한 이상한 짓 안하고 검사내내 쥐죽은듯 있었다 한다(과연 사실일까).
*딱히 심각한 문제는 없단다. 위가 늘 걱정이었는데 의외였다. 내시경으로 촬영한 내장사진을 인쇄해주는 건 더더욱 의외였다. 어쨌든 감사한다. 좋은 기념사진이다. 해상도도 높고 색깔도 선명하고 구불구불한 주름이 아주 자연스럽게 잘 나왔다. 얼마전 인터뷰때 찍었던 얼굴사진보다 낫다. 기사에 들어갈 내 얼굴을 싹 다 이 내장사진으로 대체하고 싶다. 안 될까? 이번 책 주제랑도 훨씬 잘 어울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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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초조우울감을 버텨내게 하는 것은 역시 루틴이다. 개근상 탈 기세로 꼬박꼬박 도서관에 출석하자. 그런데 전염병 관련 규제가 전면 해제되면 다시 양 옆자리에 사람들이 바짝 붙어앉게 되는 건가. 마스크도 소독약도 없이. 아 벌써부터 결석의 너무 좋은 핑계를 찾아버렸다.

- 근데 도서관 컴실 지금 너무 조용하다. 이용자는 늘었는데 오히려 전보다 훨씬 조용해졌다. 수시로 굉음을 내어 눈총받던 요주의인물조차 몸가짐이 몰라보게 조신해졌다. 다들 도서관예절훈련소 같은 데 단체로 끌려가서 채찍이라도 맞은 건가. 모두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돌처럼 앉아있다. 지금 이 공간에서 제일 거슬리는 건 내 키보드 소리다. 이제 내가 끌려갈 차례인 듯.

- 최선에 집착하지 말고 최악만 피하면 다행이다 생각하며 살라는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내가 취할 수 있는 것 중 최선의 행동이 뭔지 쓸데없이 장시간 고통스럽게 고민하다 결국 최선을 다하지 못한 스스로를 저주하는 나같은 고질병자에겐 매우 유용한 조언이었다. 그렇다. 최선이란 보기 좋게 고정된 답이 아닌 상황과 관점에 따라 멋대로 변하는 수제비반죽같은 것이니 집착할 물건이 못 된다. 공연히 힘만 빼게 된다. 하지만 혹시 최선에 집착해야 최악을 피할까말까한 것은 아닌지, 장기간의 고통스런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만 겨우 중간이라도 가는 게 나라는 인간 아닌지, 자고 일어나니까 슬쩍 의심이 들긴 한다.

- 벼락부자돼서 A와 B와 C에게 이 돈 그냥 줄 테니 집도 사고 가게도 내고 예술활동 마음껏 하라고 하는 망상 좀 그만하고 싶다. 망상의 기저에 깔린 욕망이 너무 쪽팔린다. 동경하는 능력자들을 돈으로 사서라도 친구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왜 자꾸 이딴 생각에 빠져들지? 입장 바꿔서 나같으면 거액을 줄 테니까 친해지자는 인간이랑 허물없는 우정을 나누는 게 가능하겠냐? 쌉가능. 망상을 계속하자.

- 다시 5년 전 그때로 돌아가야 하는구나. 엄청 기쁘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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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티를 짜기 시작하자마자 우울감이 극단으로 치닫는구나. 그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지 우울새끼는.

- 트위터 언제 그만두지. 독백과 다름없는 식사일기를 쓸 뿐이고 이렇다할 사건사고도 없었는데 쌍팔년도 미스코리아 수영복 차림으로 사교파티장에 던져진 느낌이 들고 그것을 점점 견딜 수 없어진다. 내 정신상태의 물렁함이 곤약만도 못한 수준이라는 걸 자꾸 까먹는데, 그렇다고 계속 의식하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 주제넘은 얘기지만 직업적 셀럽의 멘탈이란 대단한 것이다. 그 단단함 혹은 상처의 깊이를 짐작도 못하겠다.

- 다음주에 드디어 저승사자들이 집에 방문한다. 더는 대청소를 미룰 수 없게 되었는데 청소할 정신력이 완전 바닥났다. 정말이지 일하면서 집을 깨끗이 유지하는 이들만큼 위대한 수퍼히어로가 없어뵌다. 초능력이 생긴다면 부디 자연치유능력 & 자동 청소세탁능력 패키지로.

- 좀 오랜만에 만난다 싶은 친구는 기본이 5년만이고 10년 12년만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 끔찍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너는 어떻게 하나도 안 변했냐는 말을 덕담으로 주고받는 것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지점. 젊은애들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보통 변화를 칭찬하지(예뻐졌다 살빠졌다 등) 변화없음을 칭찬으로 여기는 건 존나 가망없이 늙었다는 증거잖여. 하긴 알 게 뭐여. 그럼에도 반가움이 그 모든 끔찍함을 압도한다는 것에 매번 감동받아버린다.

- 공중화장실에서 손 씻고 물 묻은 손을 자연풍에 몇 번 털면 금세 뽀송해진다. 툭하면 산불이 날만하다. 올해 농사랑 임야 상태 여러모로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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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둘러앉아 와인을 마시며 TV를 봤다. 이리저리 돌아가던 채널이 한 영화채널에 잠시 머물렀다. 여러모로 망조가 깃든 2021년산 한국영화였다. 배우 대사 소재 연출 모든 것이 구렸다. 술에 취한 콘텐츠 고관여층에게 망한 남의 영화만큼 좋은 먹잇감이 또 있을까. 영화와 배우와 감독을 피라냐떼처럼 찢어발기는 판이 벌어졌다. 나도 엉거주춤 동참했다. 꺼림칙한 기분을 애써 외면하면서. 창작자로서 다른 창작자를 까는 것은 리스크가 큰 악취미다. 그럼 너는 씨발 얼마나 잘났는데? 하는 뼈아픈 반격을 쓸데없이 유도하는 짓이다. 한편으론 비겁하고 무의미한 경계심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당사자는 여기서 한 말 듣지도 못할 텐데 깔 거 있음 시원하게 까고 말지 뭐하러 몸을 사리는 건가. 몸 사린다고 내게 날아올 비평의 칼날이 나를 피해가디? 조신하게 칼 맞으면 좀 덜 아프디? 서로 열심히 만들고 까고 그러는 게 건강한 사회 아닌가? 뭐 그런 생각들로 한참 마음이 어수선했다.

채널은 두어 번 더 돌아가 또 다른 영화채널에 닿았다. [굿 윌 헌팅]이었다. 하도 회자되어 골백번은 본 듯하나 실은 한번도 제대로 본 적 없는, 내가 안(못)보고 지나친 무수한 명작 중 하나. 일행들은 일제히 크~~~하고 감탄했다. 그럴 만했다. 앞부분 다 잘라먹고 중반부만 잠깐 봤는데도 확 몰입되더라. 배우 대사 소재 연출 모든 것이 훌륭했고 화면 때깔마저 적당히 빛바랜 청바지처럼 고풍스럽게 멋졌다. 웰메이드의 정석같은 영화였다. 감동도 차고 넘쳤다. 너무 넘쳐서 이상했다.

구체적으로 뭐가 이상했냐면 윌의 성공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주변인들이 이상했다. 모두가 윌을 감동시키기 위한 필살의 명대사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사는 것이 너무 이상했고 단체로 미친 것 같았다. 늙은 선생이야 똘똘한 애한테 광명 찾아주는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쳐도 같이 고생하던 친구는 진짜로 그러기 힘들지 않나. 그래서 남의 인생에 누가 저렇게 지극정성으로 나서냐며 특히 남 잘되는 꼴에 배아파 뒤진 귀신들이 우글대는 반도에선 친구 인생에 초를 치면 쳤지 저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코웃음을 쳤는데, 내 말에 놀란 A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예? 그건 아니죠. 우리도 잘되고 들개님도 잘되고 다 같이 잘되는 게 좋죠.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영화는 곧 끝났고 나는 나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틈만 나면 A의 말을 곱씹는다.

틀린 게 없는 말이었다. 이를테면 나는 그 때 함께 영화를 보았던 A와 B가 정말 행복하길 바란다.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하며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삶을 살길 진심으로 바랄 뿐만 아니라 만약 내가 A와 B가 크게 도약할만한 기회를 발견한다면 지체없이 그들에게 그것을 알리고 권할 것이다. 얼마 전에 만난 C에게도 D, E, F에게도 같은 마음을 품고 있다. 그들이 나와 다른 분야의 사람이기 때문에 맘껏 너그러울 수 있는 걸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G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글을 잘쓴다. 춤도 노래도 그림도 유머도, 내가 동경하는 모든 분야에서 나보다 훨씬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인간이다. 나는 G가 아직 그 재능에 합당한 평가와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그 재능을 가지고도 내 눈앞에서 주저앉아버린다면 나는 그것을 내심 기뻐할까? 모르긴 몰라도 윌의 친구와 똑같은 대사를 하며 그를 더 높이 날아오르게 하기 위해 애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보면 [굿 윌 헌팅] 속 인물들의 행동은 극적으로 미화된 선행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상식적인 행동이라 보는 쪽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느 누구의 성공도 나의 성공만큼 기쁠 수는 없는 일이고 나만 빼고 다들 잘나가는 상황에서 절대로 사람 좋게 허허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며 잘되는 게 아니꼽고 진심으로 망했으면 좋겠다 싶은 인간들이 널린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내면에서 수없이 솟았다 꺼지는 여러 감정 중에 시기질투열등감에게만 너무 생각없이 스피커를 갖다주고 ‘본능’ 혹은 ‘인지상정’의 지위를 부여한 것은 아닌지, 그것들을 너무 보란듯이 증폭시키면서 살아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말로만 듣던 좋은 영화를 재밌게 감상했다. 격분한 윌의 얼굴을 감싸쥔 선생이 It’s not your fault를 수없이 반복하여 진정시키는 장면의 에너지는 정말 멋졌다. 와인도 아주 맛있었다. 나무늘보 모텔 또한 훌륭한 곳이었다. 1박에 4만원인데 가격 대비 방이 크고 LG스타일러와 욕조가 있었다. 무엇보다 모텔의 이름이 나무늘보라니.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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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들어간 게 이것보다 훨씬 유용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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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흫ㅎㅎㅎ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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