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호텔이라는 곳에서 9천원을 결제한 내역이 있었다
호텔에 간 적 없을 뿐더러(갔다면 모텔을 갔겄지) 숙박업 이용금액이라고 보기 힘든 저 9천원이라는 액수는 뭔가
한참 어리둥절해 있다가 명세서의 사업장소재지 주소를 보고 그 근처 카페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 그게 거기 xx호텔에서 운영하는 카펜가보네 근데 그냥 업종을 숙박업으로 하고 영업해도 되나?
모회사와 자회사의 업종이 달라도 일정 규모 이하에 사업장 건물을 공유하면 그래도 괜찮은 건가?
알쏭달쏭 골치아픈 어른의 세계

- 현금 쓸 일이 있어서 거금 3만원을 뽑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2만원을 잃어버렸다
주머니에 뭔가를 넣다뺐다하는 과정에서 지폐 두 장을 어디론가 나풀나풀 날려버린 것이다
아 팔푼이같이 진짜
이 사건으로 인한 내상이 꽤 오래 갔다
내돈!!!!!!!!!!!!!!!!!!!!!

- 망원동 귀인의 조언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것을 비밀리에 미약하게나마 조금씩 실천중인데, 어렵다
정말 어렵다
절대로 만만한 길이 아니다
즉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조언에 깊이 감사드린다

- 빨간 날과 상관없는 입장이지만 명절이 주말에 잡아먹혀 짧아지면 왠지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와인 먹는 귀신 이야기 추석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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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이빨

글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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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결제정보로 나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게 된 지 오래다
9월 초의 나는 인도네시아 요리를 신나게 먹고 멋진 카페에서 소품 하나하나에 손가락질하며 꺅꺅 감탄하는 인간
지마켓에서 1원 한푼이라도 더 싼 반팔수영복을 찾아헤맨 인간
답례선물용 십만원짜리 상품권을 사며 덜덜 떠는 인간이었다
  
돈을 쓰지 않은 날은 뭔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겠다 하루가 통째로 암흑 속에 깊이 가라앉는 것이다
소비자가 될 때만 겨우 존재감을 인정해주는 깍쟁이 세상인심이야 그렇다 치지만 나 자신이 돈 안 쓴 나를 적극적으로 까먹는 건 너무 서글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생산
글이나 그림을 쥐어짜낸 날은 어떻게든 기억이 난다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스스로를 가장 저렴하게 기억하는 방법이다

마구 맺은 계약에 깔려죽고 말 거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내 능력 밖의 계약은 저절로 깨지게 되어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진공의 상태에서 아무래도 좋을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
이제야 제자리에 돌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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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에 나앉는다’는 표현을 자주 생각한다. 가끔 소리 내어 말하기도 한다. 길에 나앉는다. 길바닥에 나앉는다.

- 12시에 행사장에서 밥을 먹고, 2시까지 다음 일정이 있는 장소로 가면 시간이 딱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2시 반이 넘어가도록 행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1시가 되어서야 겨우 음식 세팅 시작. 일찌감치 줄을 선 사람들은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과 그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운영진을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는 1분에 한번씩 휴대폰 시계를 확인하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1시 10분경 참지 못하고 운영진에게 다가가 죄송한데 몇 시쯤부터 음식을 살 수 있냐고 물었는데, 놀랍게도 그 대답이 “지금 사실 수 있는데요?!” 맙소사. 다들 양쪽으로 갈라서서 한쪽은 왜 시작을 안 하지...다른 한쪽은 왜 안 사먹는 거지...이렇게 묵묵히 고뇌하고 있었던 건가. 하긴 극도로 내성적인 사람들이 행사를 열면 이런 해프닝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수많은 노하우와 금전으로 이루어지는 고도의 행위예술이라는 생각을 갈수록 자주 하게 된다.

-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다. 너무 재미가 있고, 재밌지만...이제는 시청을 좀 자제해야 할 것 같다. 처음엔 남의 작품을 오랫동안 멀리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와 공부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에 쓰디쓴 보약을 코 막고 삼키듯 이것저것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재밌어서 자발적으로 보게 되고, 슬슬 불건전한 중독 단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렇게 돼버렸다. 반년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할 일. 아무것도 하기 싫고 드라마만 무한정 보고 싶다. 남이 만든 세계관에 영영 취해있고 싶다. 가상에서 현실로 내쳐지는 순간의 공허함이 두렵다. 가장 두려운 건 내 세계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직면해야 한다는 것. 다들 너무해. 너무 잘해. 너무들 해 진짜.

- 질투에 대한 글을 썼고 겁도 없이 ‘질투왕’을 자처하였으나 실은 거짓말이다. 나는 질투하지 않는다. 질투는 능동적이다. 질투의 대상을 해치고자 하는 명백한 공격성을 내포한 감정이다. 나같이 게으르고 소심한 수동형 인간은 질투 못 한다. 그 귀찮고 위험부담 큰 열혈짓을 뭐하러 합니까. 훨씬 조용하고 폐쇄적인 선택지, 열등감이 있는데. 남을 공격하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내 멘탈만 묵묵히 갈아먹는 감정! 뒤탈 없고 간편하고 얼마나 좋아. 나는야 열등감왕. 음 이건 별로. 벌써 질투왕보다 한 글자 더 늘어나서 리듬감이 확 굼떠지고 어감도 후져졌어. 열등해 증말.

- 어마어마한 귀찮음을 딛고 일어나 도서관에 나와서 죽지못해 일을 하다 두어 건의 통화를 하고 기분이 나아졌다. 역시 나의 비관에는 햇빛과 운동과 사람이 약. 물론 세 번째 것이 종종 독약이 돼버려서 곤란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기에, 더더욱 사람과 호의를 주고받는 순간이 있음에 감사한다. (합장 이모티콘) 근데 나 요즘 이모티콘 너무 많이 쓴다. 상대가 내 말투로 인해 불쾌해질 여지를 최소화하고 호의를 최대한 증폭시키고자 동글동글 귀여운 이모티콘을 줄줄이 엮어 답하곤 하는데, 종종 그 과대포장된 상냥함이 너무.....아으 몰러 그냥 가끔 그 이모티콘들 확 다 구워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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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지하철 객실. 맞은편 남자가 일어나서 자기 배낭에서 벌레 한 마리를 객실 바닥에 떨어내고 하차했다. 새끼손까락 두 마디만한, 하늘소를 닮은 검은 벌레였다. 추락 직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라도 하듯 한동안 꼼짝없이 제자리에 붙어있던 벌레는 이내 멈칫멈칫 출입문 근처를 맴돌았다. 내성적인 벌레였다. 옆자리 여자들이 속삭였다. 어떡해 벌레. 근데 저거 바퀴벌레는 아닌 것 같다. 그지. 응. 바퀴는 아냐. 나만 혼자 벌레를 주시하고 있던 게 아니었고 대화의 톤이 벌레에게 비교적 온정적이었다는 것에 왠지 안도했다. 열차가 다음 역에 정차했고 출입문이 열렸다. 승하차하는 객들의 발걸음이 우르르 벌레 위로 쏟아졌다. 곧 끔찍한 꼴이 펼쳐지겠다 싶어 마음이 몹시 괴로웠는데, 놀랍게도 벌레는 멀쩡했다. 우연인지 다들 알아서 조심한 건지 하여간 모든 신발이 절묘하게 벌레를 피해갔다. 다음역에서는 열차 밖으로 벌레를 내보내려는 중년남자 두 명의 시도가 있었다. 그들은 벌레를 발 안쪽면으로 살짝살짝 차서 출입문 바깥쪽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벌레는 출입문의 턱에 걸려 좀처럼 나가지를 못했고, 벌레를 동정하되 맨손으로 만지면서까지 도와주고 싶지는 않았던 남자들은 둔탁한 발재간으로 어찌어찌 해보려다가 그냥 그대로 떠나버렸다. 문제는 그들의 도움으로 인해 벌레가 출입문에 눌려죽기 딱 좋은 위치로 옮겨졌다는 것. 옆자리 여자들이 초조하게 말했다. 어떡해. 어떡해 벌레. 출입문 닫힙니다 - 푸슉 소리와 함께 양쪽에서 다가온 문이 맞물리려는 순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옆의 여자가 번개같이 달려가서 우산 끄트머리로 문에 끼이기 직전의 벌레를 끄집어냈다. 그가 자리로 복귀할 때 기립박수를 칠 뻔했다. 교과서에 실릴법한 영웅적 행동이 아닌가. 다시 몇 정거장이 지났다. 아까와는 다르게 객실이 꽤 붐볐다. 그 북새통 속에서 벌레는 기적처럼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적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 점점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곧 내 하차역이 다가왔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충동적으로 벌레를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밭일 할 때 신으려고 했던 양말 한 켤레가 가방 안에 있었다. 그걸로 벌레를 애기 포대기 감싸듯 쥐어들고 재빨리 내렸다. 뒤에서 여자들이 뭐라고뭐라고 했던 것도 같다. 역 근처에 작은 화단이 보이기에 거기다 벌레를 탈탈 털고 홀가분하게 갈길을 갔다. 너무 속편하게 홀가분해하는 거 아닌가 싶긴 했다. 서울 도심의 알량한 풀숲이 벌레의 생명연장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모르겠다.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잊지 않겠다. 그럼으로써 벌레 너는 최소한 내 기억 속에서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니 내 역할은 딱 여기까지만 하면 안 될까…하고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애원하듯 흥정을 시도하며 얼른 갈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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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의 에세이 브랜드
어스라이크 8월호에
질투를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엄주 님의 아름다운 표지 일러스트와
믿고 읽는 작가님들의 멋진 글들과
저의 망측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늦여름 종합선물세트!
강력추천합니다.

https://ridibooks.com/books/3120000587

나는야 질투왕

취향과 태도에 대한 다양한 생각, 어스라이크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듯,우리의 사고를 유연하게 해주는 글의 힘을 믿습니다. -질투란 불온한 감정입니다.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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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과 사실관계를 남들이 알아먹을 문장으로 만드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정신이 너무 빨리 지친다

노화 탓인지 스트레스 탓인지 몸에 어떠한 병이 있어서인지 알 도리는 없으나

어쨌든 당분간 또 재활주간

할 수 있는 것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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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마시는 처녀귀신 이야기, 광복절 특집!

이번편에 등장한 와인들은
진짜 너무 맛있어서 계속 퍼마셨다가
잠깐 저승 구경을 하고 왔네요.
그때 본 풍경도 함께 담아보았습니다.

https://steadio.co/creator/pyedogteeth

 

들개이빨

글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steadi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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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이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상태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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