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요만큼 일해놓고 지쳐야만 하겠니. 워커홀릭 같은 거 돼볼 생각은 조금도 없는 거니 나자식아. 생애주기상 내가 앞으로 멀쩡하게 노동할 수 있는 기간이 이제 그렇게 길지가 않아.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내 세대는 잘만 하면 평균수명이 130살쯤 될 거라 하네. 암도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이 아니라 그것을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치료법이 상용화될지도 모른다 하네. 암으로 가족을 잃어본 입장으로서는 혁신적인 암 치료법이 나왔다는 소식에 착잡하고 애통해질 수밖에 없다. 이왕 평균수명 늘릴 거라면 죽은 사람의 티끌만한 DNA만으로도 그를 되살리는 기술이 상용화되는 날이 와주었으면 한다. 아 뇌졸중으로 인해 사멸된 뇌세포를 되살리는 기술도 부디 빠른 시일내에 나와주었으면. 소멸을 거부하는 인간 욕심으로 인해 분명 새로운 지옥도가 펼쳐지겠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간은 그리 오래 존속할 가치가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지옥 속에서라도 꼭 붙들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세상을 망치는 건 나름의 간절한 사정이 있는 이런 이기심이겠지. 아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빌런은 거창한 게 아니라 나 같은 인간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들어낸 괴물이라는 걸.

-꿈에서 애를 낳았는데 그 애를 예전 먹는존재 출판 담당자가 받아줬다. 자세한 기억은 안 나지만 정황상 애아빠는 없고 나 혼자 자가번식한 것 같다. 갓 태어난 시뻘건 애를 받아안고 와씨 내 인생 이제 어떡하냐 얘를 이제 낳아서 어느 세월에 사람꼴로 키워내냐 한탄하며 눈을 부릅뜨니 익숙한 천장. 아아 진짜, 진짜, 최근에 이렇게까지 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꿈에서 아이의 탄생을 순수하게 기뻐하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을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아직까지 조금 남아있다. 하지만 우리는 끝끝내 만나지 않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거야 날 닮았다면 내맘 알겠지 내자식아

-아보카도가 구입 한달만에 더할 나위없이 완벽하게 익었다. 행복.

-OO이가 2년 전에 선물한 동남아 똠양꿍라면을 오늘에야 끓여먹을 결심을 하고 뜯었다가 기겁했다. 면발이 시커멓게 썩어있었다. 라면의 유통기한이 생각보다 짧음을, 면이 썩으면 얼마나 처참하고 역겨운 꼴이 되는지 알게 되었다. 라면이 의외로 좋은 비상식량이 아니라더니 진짜 그러네(물 끓여야 함, 생각보다 짧은 유통기한). 통조림. 통조림이 짱이다. OO아 미안하다.

-어쩌면 수 년 뒤 부산에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부산은 너무나 사랑하는 도시이고 구미 가기도 좋고 암튼 생각만으로도 즐거운데…문득 몇 년 전 부산에 갔다가 너무너무 활기차고 사교성 좋은 노인들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기억이 난다. 부산 지리를 잘 모르는 내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득달같이 다가와서 길안내를 해준 할아버지와 막 출발한 버스에 와호장룡처럼 달려들어 올라탄 할머니. 죽지 못해 비실비실 살아가는 울동네 어르신들과 확연히 다른, 자아효용감이 넘치고 기운찬 몸짓을 보고 와 이게 뭔가 싶었지. 이 얘길 부산 출신에게 했다가 그런 얘긴 생전 처음 듣는다는 뜨악한 반응에 내가 귀신에 씌었던 건지 아님 하필 그때 약빤 노인들이 내 앞에 많이 출현했던 건지 알 도리가 없게 되었다.
모르겠다 어르신들은 의료혜택 알차게 받으면서 잘 사시면 좋겠고, 나는 부산 차이나타운 러시아거리 너무 가고 싶다.

-지난번에 주문한 미군화는 내 인터넷 쇼핑 역사상 최대의 실패작이자 희대의 쓰레기 신발이었다. 인체공학적인 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만든…아니 그 차원을 넘어 구매자를 고문하겠다는 확고한 악의를 가지고 만든 제품 같았다. 택배 받고 바로 신고 8킬로미터 정도를 걸었는데 군화의 입구부분과 다리가 접촉된 부분이 혼절할 정도로 아팠다. 고통이 사라지는 유일한 순간은 점프스키 활강 자세를 취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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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부터 맘모스빵을 끊고 쥬시팡을 끊었다. 3일째 되는 날이 제일 힘들었다. 작심삼일이란 말을 만들어낸 조상신이 너 지금 내 말 무시하냐며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빵과 쥬시팡은 독약...빵과 쥬시팡은 독약...손대면 죽는다...죽는다 진짜...를 되뇌며 플랭크로 몸을 고문하자 욕망이 좀 잦아들면서 조상신이 사라졌다. 대신 삶은 팥을 미친듯이 퍼먹게 됐다. 왜 이렇게 뭐라도 미친듯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지 모르겠다. 몸에 저장된 걸 좀 다 쓰고 배고파했으면 좋겠건만 밥에 한맺힌 대식가 핏줄에겐 어림없는 소리.
그나저나 "맘모스빵 폭식"으로 검색해서 여기 들어오는 분이 꾸준히 있던데 그 심정 너무 알 것 같고...익명의 맘모스빵중독자모임MA이라도 만들까 싶네.
차곡차곡 겹쳐진 팥앙금 완두앙금 버터크림 딸기잼 사이에 알밤이 들어있고 위아래에 두터운 크럼블이 붙은 K시장 맘모스빵은 진짜 예술이고…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 사먹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

-전자렌지용 사기그릇을 오븐에 넣어 돌렸는데 보기 좋게 반으로 쩍 깨졌다. 치우다가 깨진 부분에 손을 베었다. 사용법을 어긴 대가가 크다. 엄마가 준 그릇이 이렇게 하나하나 사라지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지도를 켜고 아무 목적없이 속초에서 부산 가기 수원에서 목포 가기 우리집에서 강원랜드 가기 따위를 검색할 때가 마음이 제일 평화롭고 행복하다. 전엔 지도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새 지도검색이 취미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것도 왠지 늙으면 단팥빵이 좋아지는 증상과 비슷한 듯하다.

-등산화를 검색하니 신는 순간 돌아올 수 없는 영포티의 강을 건너게 될 디자인만 줄줄이 떠서 절망했다. 그러다 검색결과 7페이지쯤에서 취향에 맞는 걸 발견하고 좋다고 클릭해보니 군화. 그것도 무려 뒤꿈치엔 USA 옆면엔 기관총이 새겨진 미군 전투화. 이걸 신느니 영포티가 되는 게 낫겠다 싶었지만 상품옵션에 USA랑 기관총 무늬가 없는 제품도 있길래 냉큼 장바구니에 넣고 상품문의 게시판을 훑어봤다. 최근까지 문의글이 있었고 판매자가 꽤 성실하고 신속하게 답변을 달아주는 편이라 믿고 주문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답변의 말투가
[안녕하세요, 고객님. 제품이 통관 중이다. 당신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판매자 이름을 확인하니 추정 중국인.
비록 번역기 돌린 저성능 인공지능 말투였지만 그것을 뚫고 나오는 책임감과 진정성에 감동해서 주문했다. 미중갈등의 시대에 중국인이 만들어 파는 미군화를 사신는 한녀라니 세상 참 괴이하게 돌아간다 싶다가도 베트남에 우리동네 간선버스가 돌아다니고 브리트니가 호남향우회 드레스 입은 게 벌써 기십년 전 일인데 아직도 촌스럽게 이정도 일을 희한해하다니 글로벌 인간 되려면 멀었지 싶고…
보름만에 받아본 군화는 맘에 들었다. 근데 옆면에 웬 까만 무늬가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류탄이다. 뿩!

-미드 [더 보이즈]를 보니 미군화를 막 등산화 삼아도 되나 싶다. 머리가 터지거나 발 짤릴 것 같다. 엊그제는 홈랜더가 집 베란다로 날아들어오는 악몽을 꾸고 새벽 4시에 부들부들 떨면서 깼다. 진짜 무서웠다.

-그보다 더 무서운 건 봄에 책이 나온다는 사실.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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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_맘모스빵을 끊었다. 청어구이를 많이 먹었다. 폭식을 하니 머리카락이 덜 빠지는 것 같다. 팔자주름이 약간 옅어졌다. 최근에 본 영화와 드라마가 너무 재밌었다. 문명특급을 보고 반성했다. 죽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한테 유튜브 채널 두 개를 영업했는데 다 성공했다. 사고 싶었던 깔깔이 자켓을 싸게 샀다. 운동화를 새로 산 뒤 발목을 접질리지 않는다. 12월 한달간 난로를 실컷 틀고 지냈는데도 생각보다 전기요금이 적게 나왔다. 글쓰기의 끝이 보인다.

bad_ 팔자주름을 약간 주고 뱃살 세 근을 얻어온 게 과연 잘한 거래인가. 팔짱을 끼면 왼손에 살이 두둑하게 잡힌다. 일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액체괴물 주무르듯 뱃살을 주무르게 되던데 지방괴물은 액체괴물과 달리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열만 더 받았다. 아보카도 구입 2주째. 여전히 돌덩이다. 페루산 팥을 밤새 불리고 쪄먹었는데 너무 딱딱해서 한번 더 쪘다. 술먹고 또 개주접을 떨었다. SNS와 유튜브를 끊겠다는 결심이 완전히 무너져 아무런 원칙없이 보고 있다. 집중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문명특급을 틀어놓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밤새도록 쥬시팡 게임을 한 스스로를 욕하고 저주했다. 새로 산 운동화 신고 벗을 때 개불편하다. 구두주걱이 필요한 신발은 신발로서 자격미달이라고 생각한다. 냉동실 구석에 처박혀있었던 맘모스빵 반쪽을 가오나시처럼 삼켜버렸다. 지금까지 쓴 글을 싹 뒤집어 엎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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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_집이 더러워서 소름이 끼친 건 처음이다. 비트를 잘라놓고 설거지를 안 해서 피범벅이 된 듯한 중식도와 도마를 보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덱스터나 한니발도 나보다는 깔끔하고 예쁘게 살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다. 10개나 산 아보카도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돌처럼 딱딱하다. 칼도 잘 안 박힌다. 식사빵도 아니고 육중하기 그지없는 맘모스빵을 매일매일 전투적으로 먹어치우고 있다. 제어가 안 된다. 집에 있는 것까지만 먹고 이제 진짜 빵을 끊을 생각이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빨래판만한 맘모스빵을 두 개나 또 사왔다. 빵중독이다. 게임중독도 심각하다. 이젠 개선 의지조차 없다. 다람쥐 볼따구가 되도록 빵을 때려먹으면서 동태눈깔로 밤새도록 쥬시팡을 하는 내 꼴에 비하면 호머 심슨은 진짜 건실하고 지적으로 사는 거다. 심지어 도넛도 맘모스빵보다는 웰빙 아냐? 2021년 결산을 음력 설 직전으로 미루면서 꽤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농담이 아니라 웬만한 일은 진짜로 이슬람 설날까지 미루게 생겼다.

good_해가 확연히 길어지고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빵 폭식 덕분에 기운이 뻗쳐서 하루 10키로는 우습게 걷고 달린다. 빵집 사장님 부부에게 생전 안 떨던 너스레를 떨면서 막 친목의 스몰토크를 나눴다. 노화란 대단하네. 아무짓도 안했는데 사교평가랑 화술 능력치가 저절로 올랐어. 아니면 설마 이것도 맘모스빵의 효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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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원자재값이 많이 올랐다더니만 그것은 중국산이 더이상 저렴하지 않다는 의미였나보다. 팥 검색했다가 깜짝 놀랐다. 보통은 크게 차이가 났던 중국산 농산물과 국산 농산물 가격이 거의 들러붙어버려서. 중국이 이제 세계의 공장 역할을 맡지 않으면 소비자 물가는 어떻게 되는 거지? 미국도 흉작이라 하고…그런데 예상밖의 다크호스가 있었다! 페루! 페루산 팥이 중국산보다 훨씬 싸다! 거의 반값이다! 이렇게 세계는 인건비 싸고 작황 괜찮은 동네 이곳저곳에다 돌아가며 공장을 만드는 게릴라 각개전투 생산전략으로서 대 인플레이션 시대를 버텨나가게 되는 건가?

-싸구려 개저질 식재료가 가득한 내 취향의 중형마트가 집 근처에 생겨서 기뻐하며 애용중이다. 단지 직원들 개고생하는 게 너무 눈에 보여서 이용하는 것 자체가 송구스러운 기분인데, 어제 게맛살 코너를 서성이는 내 옆에서 재고 정리하는 직원이 너무나 또렷한 발성으로 “하………힘들어 죽겠네…………”라고 말하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는 것이다. 그 통한의 말투가 가슴에 박혔다. 문득문득 곱씹게 된다.
아 맞다 거기서 990원에 전주 무슨 막걸리를 사고 롯데마트에서 표문막걸리를 무려 4500원에 사왔는데, 전주막걸리가 훨씬 맛있었다! 싸구려에 반응하는 내 입맛을 확인할 때마다 안심이 된다.

-찬바람 쌩쌩 부는 공동묘지의 비석에 앉아 끼니를 때우는 것이 썩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였으나 캐나다에 계시는 C님 동네의 기온을 확인하고 숙연해졌다. 체감온도 영하 51도. 러시아에서 정적을 숙청할 때 빨개벗겨가지고 물 뿌린 뒤 바깥에 내쫓아서 얼려 죽였다더구만 그 온도가 대략 영하 30도. 윽. 부디 캐나다의 지인들에게 늘 온기가 함께하기를. 아니 그나저나 어떻게 그 엄동설한에 사람한테 물을 뿌려 얼려죽일 생각을 할 수가 있냐 그냥 자비롭게 쏴죽이지. 인류와 다른 동물을 구별짓는 가장 큰 특징은 자기 동족을 최대한 악랄하게 괴롭힐 줄 안다는 점이 아닌가 싶고…존잘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에 취해서 이 드러운 종족으로 태어난 개같음을 퉁치고자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보았는데…남자주인공 배우의 이슈를 뒤늦게 확인하고 망연자실. 피할 수가 없네 피할 수가 없어.
영화는 멋졌다. 아니타와 리프와 베르나르도 나오는 신에서 완전 완전 완전 혼이 나가버렸다. 뮤지컬에 빠지면 집안 기둥뿌리 한두개쯤은 우습게 들어먹겠구나. 뇌를 꾸짖어서 싸구려에만 반응하게끔 세뇌합시다.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에서 일하면 어떤 기분일지 간접(어 이 정도면 직접인가)체험중. 별로 부럽지 않아졌다. 직원들 고충이 장난 아니겠는데…이거는 연예인 걱정하는 격인듯. 시발 나나 잘하자 나나 제발 좀.

-일전에 탄수화물을 먹기 위해서라면 술을 안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나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요즘 술과 탄수화물 둘다 미친듯이 먹고 있다. 술은 막걸리 빵은 맘모스빵. 금욕적인 식습관을 유지했던 2021년이 남의 인생 같다. 이대로라면 R보다 내가 먼저 죽겠지. R은 요즘 좋은 영양소를 골고루 잘 먹고 있다(박수 기립박수). 이왕 이렇게 된 거 지역별 막걸리와 맘모스빵 탐방이라도 할까 싶은데…하고 싶은 모든 짓은 3월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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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이 정도로 마음이 휘둘릴지 몰랐다...시리즈에 대한 배경지식과 애착 모두 부족한 상태로 노웨이홈을 봤는데도 눈물대잔치였는데 샘 레이미 3부작을 보고 나니 찢어진 마음이 붙지를 않아...계속 슬프고 아련하고...생각하는 사람 조각상 자세로 처울면서 거미놈들 행복을 빌고 있고...아까도 트위터에 어떤 사람이 올린 짤 보고 도서관 열람실에 엎드려 흐느끼고...뉴욕에 집 사고 싶고...아냐 이건 아냐 정신차려야돼 요망한 헐리웃 놈들에 속아서 그 세계관에 내집마련하면 좃되는 거다 진짜 안봐도 뻔하지 않냐 이사 온 당일날 짜장면 먹는데 지붕무너지고 대들보뽑히고 미친놈이 창문뚫고 날라와서 짜장면 밟고 지나가고...그 아수라장에도 뉴욕 인구 절대 안 줄어드는 거 보면 대형호재가 있긴 한 것 같은데 언제 그 인구 반토막날지 모르고...실거주도 투자가치도 존나 불안해...암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조만간 볼 건데(이미 극장에서 봤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두 커플 보고 내가 또 얼마나 또 아이고 거미가 날 죽여요 어머니!

- 즐겨 쓰던 앱을 실수로 지워서 새로 깔려는데 내 구형폰에는 더 이상 앱 설치가 안 된다고 한다. 폰 교체의 그날이 드디어 온 것인가...옘병 3년밖에 안 썼구만…느려도 아직 멀쩡히 잘 돌아가는데 이런 개같은...낙담한 채 데스크탑에서 구글플레이를 실행하고 생각없이 이거저거 눌러보는데 아니 뭐야 앱 설치가 되었어!! 5일만에 혽서 변기 뚫은 일 다음으로 기뻤다.

- 도서관 오픈시간 3분 전에 가면 열람실 최고의 상석에 앉을 수 있다. 뒤는 벽으로 막힌 데다 양 옆은 거리두기 때문에 비워놓게 되어있는 말하자면 전염병 시국이 낳은 쾌적한 좌석인데 엊그제 점심먹고 복귀하다 흠칫 놀랐다. 내 바로 옆, 앉으면 안 되는 자리에 누가 앉아있는 것이다. 와씨 이게 얼마만이냐. 좌석표를 받지 않고 들어와서 빈 자리를 무단점거하는 메뚜기족. 존나 반갑고 짜증났다. 메뚜기의 눈치를 보며 주춤주춤 내 자리에 앉았다. 정당한 내 권리를 행사하는데 눈치를 봐야 한다는 지점에서 벌써 신경질이 확 났는데 메뚜기가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 나를 무슨 또라이 보듯 쏘아보다 한마디 툭 내뱉기를 “저기요. 딴 데 앉으시면 안 돼요?” 시발 이게 실성을 했나. 개빡쳐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기 그쪽 즈리 으니시잖으요.” 그러자 메뚜기가 아…하더니 번개같이 짐을 챙겨 사라졌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신속하게 꺼져줘서 진짜 고맙다. 진상 중의 개진상이 도서관 진상이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그쪽이 하필 개진상이어서 좆같이 나왔으면 멱살잡고 싸워서 나란히 유치장에 갇힐 수도 있었다. 그리고 부럽다. 나는 내 권리가 안전하게 보장된 영역이 아니면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한다. 하지만 뭔가가 100% 보장되는 일은 없다. 권리를 침범하는 인간이 꼭 나온다. 그럴 때면 나는 식겁해서 어쩌지? 저것들을 어떻게 막지? 하고 혼자서 한참을 끙끙 않는다. 반면 남의 권리에 천연덕스럽게 발가락을 담갔다가 권리자가 뭐라고 항의하면 아님 말고~하고 슥 발 닦고 가버리는 그런 인간들, 당하는 입장에선 진짜 열받고 별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의 민폐를 끼치고자 하는 그 태도에서 느껴지는 어떤 경쾌함이랄까 호방함…그런 것들이 전혀 탐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들은 내가 확보한 권리를 탐하고 나는 그들의 뻔뻔함을 부러워한다. 누가 더 행복할까?

- 숨 쉬기 힘들 정도로 매사가 두렵고 불안하고 혹시 또 R에게 뭔 일이 터진 건 아닌가 싶어 미쳐버릴 것 같은 순간 귀신같이 R에게 전화가 왔다. 아무 일 없다는 걸 확인하자 눈이 절로 감길 정도로 안심이 됐다. 심경을 고백하자 R이 나를 조롱했다. “이히히히 지가 일이 안 풀린다고 나한테까지 뭔 일이 있는 줄 알고~~쯧쯧쯧~~나는 잘 있지롱!!” 뱃가죽을 힘껏 꼬집어비틀어주고 싶을 정도로 고마웠다.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며 나를 조롱할 기운만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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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_돼지고기 뒷다리살을 쪄서 냉장고에 식혔다 먹으니 스팸과 맛이 무척 비슷함. C전통시장 맘모스빵과 인절미크림빵 아주 맛있음. 우리할매떡볶이 처음 먹어봤는데 소스가 내가 딱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맛. 체다치즈 얹어먹고 극락가버림. 합리적인 시스템의 보리밥집 발견. 예전처럼 대책없이 퍼마시지 않게 됨. 마트 전단지 구경이 요즘 제일 큰 낙인데 귀가하니 대자보만한 전단지가 대문에 떡 붙어있었음. 궁금했던 노래 제목 우연히 알아냄. [틱틱붐] 관람. 앤드류 가필드는 울먹이는 표정 연기의 신이다! 도서관 출석률 양호. 머리를 매우 잘 감고 있음. 이슬람 국가들은 춘분(3월 21일)을 새해로 친다는 얘기를 주워들음. 올해 새해 결심은 이슬람 스케줄을 따르기로. 작업방에 1년 가까이 꼴보기 싫게 쌓여있던 옷더미를 드디어 치움.

bad_2022년이 벌써 열흘이나 지났다는 걸 믿을 수 없음. 앞으로도 시간의 속도를 믿을 일은 결코 없을 거란 사실에 기가 막힘. 식탐 진짜 미친 것 같음. 몸이 무거움. 외로움. 갖고 있는 코인 개폭락했는데 샌프란시스코랑 터키에 집 사고 싶어짐. 모든 SNS가 나 몰래 작당한 듯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의 정보를 자꾸 상단에 띄워줌. 한번 손에 넣은 전자기기는 가루가 될 때까지 쓰는 내 구두쇠 기질에 앱 업데이트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도저히 교체를 안할 수 없게끔 몰아가는 모바일기기의 시스템(혹은 장사수완)은 너무나 고통. 의사가 절대절대반드시꼭 눈을 쉬어야 한다고 말함. 하지만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질과 양을 생각하면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음. 작업방의 옷더미를 고대로 들어서 베란다에 처박아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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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곤하고 할일 너무 밀렸지만 번아웃이라고 자가진단하는 건 너무 남사스러워서 크림빵을 엄청 먹었고 2021년 결산은 음력설 직전까지 미루고 대청소 건강검진 부스터샷 접종 어쩌구 다 2월로 미루고 더러운 방에 혼자 좀비처럼 앉아있는 중...근데 실은 좀비가 앉아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생각해보니까 좀비 진짜 되게 안 앉는다 압도적으로 서있는 걸 선호한다 늘 보면 그냥 먼길도 마다않고 뭘 그렇게 먹으러들 갔었어 사지육신이 썩어가는 분들이...그런 면에서 보면 좀비가 나보다 훨씬 성실하고 의욕적이므로 좀비처럼이라는 비유에는 어폐가 있다...아주 추진력이 있고...굉장히 목표지향적인 분들이시고 그니까...새해에는 좀비처럼만 살아도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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