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01 M이 예쁜 꽃과 탐스러운 타르트를 퀵으로 보내줬다. 배달직원이 할아버지라 놀랐다. 그분이 햇님 이모티콘처럼 활짝 웃으며 다정하게 축하해주셔서 황송할 정도로 감사했다. 그 표정과 목소리를 떠올리면 아직도 좀 찡하다. / 행사장에 좀 일찍 도착해서 호수공원 산책_공원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카페 테라스에서 2천원짜리 커피를 마셨다. 부모님은 맑은 날씨와 공원뷰와 커피값에 대만족. 인근 고등학교에서 제기차기 실기시험이 있는지 운동복 차림의 남녀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미친듯이 제기를 찼다. 귀여웠다. / 시상식.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수상소감의 미칠 듯한 긴장감 부담감 어색함. 애당초 너무 희귀 이벤트니 영영 익숙해질 일은 없겠군. 예나 지금이나 상패는 정말 무겁구나. 전설의 영웅들과 허겁지겁 인사했다. 술 끊었는데 테이블에 공짜와인이 있어서 두세모금 마셨다. 뷔페음식을 마구 퍼먹었다. 멋진 경품이 많았는데 하나도 당첨되지 않았다. 행사장에 와주신 저승사자님과 J작가님께 깊은 감사를. /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이해할 수 없이 위험한 행동을 했다. 심지어 그걸 제지하는 엄마한테 왜 자꾸 잔소리냐며 불같이 짜증. 참다못해 나까지 참전. 분위기 완전 개떡판됨. / 사망자 없이 간신히 집 도착. 피곤해 죽겠는데 너무너무 화가 나서 집에 안 들어가고 헬스장으로 도피_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람. 한산할 줄 알았는데 심야시간대 사람 개많음. 그 어느때보다 많음. 다들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헬스장 대표님을 처음 봤다. 온몸의 근육 하나하나가 내가 이 공간의 대표라고 부르짖는 듯한 육체. 자신의 몸이 곧 명함이자 광고판인 직업의 고충에 대해 생각했다.

 

241102 부모님을 배웅했다. 아빠가 어제 일을 반성해서 나도 엉거주춤 사과했다. 하루종일 착잡.

 

241103 헬스장 쉬는 날인 걸 까먹고 헛걸음. 괜히 배가 고파져서 돈까스를 먹고 돌아왔다. 예전 같았으면 1인분이 버거웠을 텐데 지금은 싹싹 다 먹어치우고도 뭔가 묘하게 허해서 순대국을 먹을까 고민이 될 정도. 겨우 참았다. / 늘어지게 낮잠 자다가 퍼뜩 일어나서 헐레벌떡 약속장소로 - F님과 버섯샤브샤브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목 아프게 수다를 떨었다. 재미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깨달음을 공유하는 일은 정말 재미가 있다. 내가 과연 잘해낼지 두렵고 불안한 마음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지만. 아니 오히려 조금 커진 듯도...

 

241104 M이 스페셜초밥을 사줘서 너무 맛있게 먹고 난생처음 국가공인안마사에게 마사지를 받았다. 힘 좋은 선생님이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래짜듯 쥐어짰다. 아프다고 말할까말까 고민이 극에 달할 때쯤 다른 부위로 넘어가셔서 매번 하릴없이 마른침을 삼켰다. 선생님이 전기장판을 켜주고 꿈결같은 목소리로 다정한 말씀을 해주셔서 잠이 솔솔 왔다가 세게 꼬집혀서 소스라치게 놀라기를 무한반복. 키가 백칠십이 넘는 것 같다는 평을 들어서 어리둥절했다. 황홀하고 고통스럽고 개운하고 포근한 시간이었다. 종종 뵙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살살'이라는 말을 기필코 입밖에 내리라.

 

241105 8시간 숙면했다. 온몸이 기분좋게 뻐근했다.

 

241106 종말학습관에서 3시간 작업하고 단백질음료 마시고 상체운동하고 죽순도서관에서 또 3시간 작업 - 총 2천2백자를 썼다. 웬일이여!? / T순대국집에서 순대정식을 먹었다. 깔끔하고 정갈하고 직접 만든 순대맛이 일품이었다. '60년 전통 외길 순대인생'이 이마에 써진 듯한, 과묵하고 무뚝뚝해뵈는 사장님 부부의 솜씨. 계산할 때 고마워요! 하고 인삿말을 툭 던지는 할머니 사장님이 귀엽다고 생각. 벽걸이 TV에선 트럼프 당선을 알리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 황망하게 골목을 걷다 어느 미용실 입간판을 발견하고 감동.

 

결론이 맘에 들어

 

241107 당일치기 강릉행 - 따꺼를 만나서 맛있는 걸 잔뜩 얻어먹고 멋진 풍경을 잔뜩 보고 자율주행 택시라는 신문물을 체험하고(하지만 아직은 운전자가 꼭 탑승해야 한다고 함) 좋은 대화를 했다. 재미를 만들어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안개속의 노가다임을 재확인. 강릉시민들은 어쩐지 유독 금슬이 좋아보였다. 산책할 때 손을 꼭 잡고 다니거나, 마치 쌍둥이처럼 똑같은 동작으로 씩씩하게 운동해서 누가 봐도 일심동체임을 광고하는 부부가 많았다. 뭐지? 신사임당의 축복인가? (무근본 일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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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2 PT...이런 것이었나! 온몸이 두들겨맞은 듯 아프다 / 운동 계획을 세우고 스포츠센터에 등록할 땐 운동만 쏙 하고 돌아오는 내 모습만 막연하게 상상하고 같은 공간을 쓰는 타인에게 받을 크고 작은 불편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데, 막상 다니면 결국 이것도 사회생활임을 깨닫는 일의 반복. 그래도 큰 불편은 아님.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 고양이가 준 쿠폰으로 데리버거를 먹었다. / 버스에 어린아이와 휠체어 이용자가 타서 정류장에서 지체하는 시간이 길어졌으나 탑승객 모두 싫은 내색 없이 그들을 도왔다. 그래. 이런 게 사회생활이지. 

 

241023 나는 답없는 물렁몸이다. 초심자 수준의 웨이트에도 팔다리가 수치스럽게 바들바들 떨린다. 너무 힘들다. / 트레이너 선생님들도 꽤 스트레스 많겠구나 싶은 장면을 목격했다. / 요시나가 후미 북토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걱정된다.

 

241024 지친 몸뚱이로 바들바들 근력운동을 하다가 실내자전거로 도망쳤는데 놀라울 정도로 지루했다. 난 원래 이 구역의 유산소광인인데 쇠질맛을 한번 보고 나니까는 아주 그냥 산소 먹는 것들이 시시해 죽겠다. 특히 실내자전거 개노잼. 그래도 우리 동네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자리라 공중산책하는 것 같고 좋았다. / 드디어 한푼두푼 알뜰히 모은 손목닥터 포인트를 사용해서 오랫동안 염원하던 어향가지덮밥과 크림새우를 주문해 먹었다. 실망했다. 화려한 메뉴명이 부끄러울 정도로 남루한 맛이었다. 피같은 포인트를 삼만이천원이나 썼는데. 그거면 스페셜초밥을 사먹고도 남는데. 엄청나게 울적해졌다.

 

241025 7시간 반 푹 잘 잤다 / 오전에 글 1200자 썼다 / 야구 가지 말까? / 어제 남긴 중국음식을 꾸역꾸역 먹었다 어쨌든 적어도 내가 만든 요리보단 맛있다 / 요시나가 후미 인터뷰집과 단편집 n회독 완료 너무 재밌다 너무 부럽다 어떻게 이렇게 잘 그리지 / 야구 취소. 일해야 된다 놀 시간 없다.

 

241026 LLT와 맛있는 케이크와 건강밥을 배불리 먹고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고 긴 이야기를 했다 사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당신처럼 멋지게 '진짜'를 추구하며 살아가려면 서너 배는 더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잘될 것이다 기약없는 덕담이라 면목없지만 아무튼 그런 확신이 든다 그러니 어떻게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남기를

 

241027 헬스장과 도서관은 집에서 가까운 게 최고. 집에서 도보 두 시간 거리의 도서관에서 욕심껏 책을 빌렸다가 연체자가 됨. 겨우겨우 반납했지만 11월 2일까지 대출정지먹었다 / 헬스장에서 실내자전거를 타며 창밖을 내다보다 길 건너에 더 싼 헬스장을 발견. 마음이 약간 흔들림. / 순대국을 먹고 육회연어덮밥을 먹었다. 이렇게 폭식해도 될 정도로 운동하진 않았는데...

 

241028 쓰레기 같은 하루를 보냈다. 북토크 잘할 수 있을까. 너무 무섭다 / 헬스장에 은교가 나타났다

 

241029 드럽게 웨이트가 안 늘어서 진짜 늙은 게 죄다 싶다가도 은교를 보면 그 생각이 쏙 들어간다 역시 젊음은 성가시다 / 북토크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241030 요시나가 후미 북토크_대작가의 존함에 먹칠이라도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내가 맘대로 튀긴 먹물을 편집자님이 노련하게  닦아주시고 독자님들이 잘 웃어주셔서 겨우 살았다. 떨리고 즐겁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많은 것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M이 계속 생각났다.

 

241031 부모님이 오셨다. 단골 짬뽕집에 야심차게 모시고 가서 짬뽕 쟁반짜장 볶음밥을 먹었는데 주방장이 바뀐 것 같았다. 짬뽕과 짜장은 무난했는데 하필 엄마가 고른 볶음밥이 유독 맛없어서 한소리 들었다. 배불러서 산책을 한참 했다. 아빠가 자꾸 헛소리를 해서 마음에 참을 인 자를 수천번 새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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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6 세 번째 헬스장 투어_S짐 : 장점) 집에서 제일 가까움. 넓고 시설 좋고 신장개업집이라 기계가 다 새 거임. 채광 좋음. 선생의 태도가 진지함. 젊고 잘생긴 영업맨 특유의 능글능글 얍삽한 플러팅이 없음. 단점) 선생이 아주 진지하게 가장 비싼 피티 패키지를 권유함 | 장점이 유혹적이라 그냥 제일 저렴한 회원권만 끊어갖고 다닐까 했지만 선생님의 권유를 거절한 채로 계속 얼굴을 봐야한다고 생각하니 영 불편. 거절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는 성격에 대해 또 생각. 고민.

 

241017 분리수거도 못하고 글도 못 쓰고 심슨타일만 8시간 하고 개쓰레기처럼 살았다

 

241018 피티 상담이 끝나갈 때쯤 '일정 확인해보고 결정하겠다' 말하고 헬스장을 빠져나오곤 했는데, 뭐 그냥 나가기 뻘쭘해서 괜히 하는 말. 당연한 거 아닌가. 동대문에서 옷 구경할 때의 단골멘트인 '더 둘러보고 올게요'와 비슷한 무게를 지닌 인사치레임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지 않나. 아니었다. 두 번째로 방문했던 헬스장에서 유독 살갑게 다가왔던 선생님이 오늘 '개빨님~결정하셧나요~❤️?'하고 문자를 보내서 흠칫 놀람. 설마 당신...내 진심을...기다리고 있었어...!? 무릎꿇고 쩔쩔매며 사죄의 회신을 했다. 너무 죄송한데 갑자기 바빠져서 다음에 꼭 찾아뵙겠다고. M이 그걸 보고 웃었다. / 그래도 오늘은 1400자를 썼다. 자축의 의미로 21일 극장 야구 생중계를 예매했다. / 술을 끊기로 했다.

 

241019 네 번째 헬스장 투어_V짐 : 장점) 저렴하다. 분위기가 편하다. 단점) 집에서 멀다 | 고민...끝없는 로딩중.../ 칙님과 옥경이네 건생선에서 민어찜을 먹었다. 맛있었다. 우리를 제외한 모든 테이블이 갑오징어구이를 주문했길래 무척 궁금했지만 참았다.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케이크를 먹으며 얘기했다. 칙님을 만나면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싶어진다.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묘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묘한 포즈로 사진을 찍어대서 집중이 안 됐다. 알고 보니 그 카페가 의류쇼핑몰 사진촬영 핫스팟이었던 것. 신당동도 어느새 힙스터 폭풍속으로. / 글을 한줄도 못썼다.

 

241020 예매해둔 야구표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취소됐다. 텅빈 예매내역을 보고 놀라서 부랴부랴 알아보니 19일 경기에서 LG가 패배할 경우 21일 경기가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LG가 그만... 나만 몰랐네. / 글을 억지로 억지로 13자쯤 썼다 / 크고 작은 할일들의 압박으로 숨이 막혀온다.

 

241021 생애 최초로 PT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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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2 지각하는 인간 따로 있고 뼈빠지게 일하는 인간 따로 있고 속으로만 이 상황을 못마땅해하다 혼자 화가 폭발해서 미쳐버리는 인간 따로 있다. 공간 자체도 별로였고 좋다고 몰려다니면서 특권을 뻐기는 듯한 인간들도 재수없고 그 와중에 과자 무료쿠폰 써먹으려고 줄 길게 서있는 것도 꼴보기 싫고 암튼 모든 게 다 짜증났다. 짜증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일정 중간에 도망쳤다. 충동적으로 뛰쳐나오면서도 슬쩍 걱정이 됐다.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근육이 너무 없어서 그런가? 난생 처음 PT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41013 도서관에서 몇 시간째 머리를 쥐어짰으나 글이 진짜 더럽게 안 써졌다. 근육이 없는 탓이다. / 그래도 오늘은 지보이스 공연을 볼 예정이라 기분이 좋다. 공연장 옆 벤치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는데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다가오는 자기 친구들을 발견하고 한숨쉬며 뱉은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에휴…저것들 진짜 인권운동하게 생겼네…” / 멋진 공연이었다. 다들 곱고 귀엽구만! / 근처 태국식당에서 뿌팟뽕커리 왕갈비쌀국수 똠양쌀국수 공심채볶음 솜땀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고 사장님의 자신감이 멋있었다.

 

241014 세 끼중 두 끼를 나물잡곡볶음밥으로 먹었다. 건강검진을 반짝 의식한 한정판 식단. 과연 얼마나 갈 것인가. / 피티 상담을 갔는데 엄청 다정하게 라포를 형성하는 선생님께 친밀감과 저항감을 동시에 느낌. 좋긴 좋은데 마음에 거미줄이 열 가닥쯤 들러붙은 느낌이다... / 글 한꼭지를 겨우겨우 써 보냈다. 역시 안 풀리는 초반 글은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 절망적임. 괴롭지만 쓸만한 게 나올 때까지 쓰레기를 뽑아내며 버텨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네. 근육이 필요하다.

 

241015 N과 술 한방울 없는 건강약선밥상을 앞에 놓고 네 시간을 정신없이 떠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 놀랐다. 정말 즐거웠다. 중노년의 기쁨은 현미찹쌀밥 색깔인 것 같다.

 

241016 계속되는 동네 헬스장 투어. 오늘은 골반이 크다고 칭찬받았다. 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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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7 부모님 집에 갔다. 2시간 걷고 짬뽕을 먹었다. 평범. 해당 지역구 밖으로 세력을 확장하겠다는 야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맛이었다. / 거실 소파에 늘어져있는데 구석에서 '꾸와웅' 소리가 났다. 소파가 삐걱대는 소리인가 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작은 짐승의 울음 같았다. 소리가 나는 거실 구석의 가구 뒤쪽을 들여다보니 검은 털뭉치가 나를 올려다봤다. 아기고양이였다. 아빠는 다섯 마리의 길고양이를 돌보는데(어미1 새끼4) 한 3일 전부터 새끼 한마리가 보이지 않아 걱정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애가 집에 들어와있었던 것이다. 사흘간 아무것도 못 먹고. 힘없이 울던 놈은 사람의 시선을 느끼자마자 후다닥 거실을 가로질러 부엌 쪽 손이 닿지 않는 깊은 구석으로 도망쳤다. 굶어죽을까봐 츄르 섞은 사료를 구석에 떨어뜨려줬다. 오독오독 먹는 소리가 나서 안심했다. 밥을 먹이고 소화시킬 시간을 좀 주고 부엌을 뒤집어엎어 놈을 끄집어냈다. 장갑 낀 두 손으로 몸통을 잡고 마당으로 나갔다. 애는 너무 놀라 발버둥조차 못 치고 모든 발가락을 쭉 펴고 울어댔다. 마당에서 놀던 어미와 형제들도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굳어있었다. 사흘간 사라졌다 사람 냄새 잔뜩 묻히고 나타난 새끼를 어미가 잘 거둘까 혹 내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곧 다섯이서 잘 어울려다녔다.

 

241008 수영장 - 간만에 즐거운 수영. 식사량이 늘어서인지 수영이 잘됐다. 수영장 으르신들에게 순박하고 참하게 생겼다고 칭찬받을 때마다 착잡한 기분으로 참하게 고개를 숙인다. / 수영장 터줏대감 중 한 분인 한식대첩 이모 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손맛의 왕. 반찬 하나하나가 너무 맛있어서 배터지게 먹었다. 식사 후 커피타임. 피맺힌 사연 없는 분 하나 없다. 나도 모르게 인어공주 다리를 하고 참하게 앉아있게 됨. / 흑백요리사 최종화 시청. 만감이 교차함. 한국이란 무엇인가.

 

241009 아침에 호박을 따고 고양이를 구경하고 동네 꽃축제에 갔다. 국화, 마편초, 과꽃(아스타?), 좁은잎백일홍이 예뻤다. 인파가 엄청났다. 꽃밭마다 제발 들어가지 말라고 절절한 호소문을 써놨는데 기어이 들어가서 사진찍는 이들이 종종 보였다. 꽃의 모객효과에 새삼 감탄했고 사람들 못생겼다 / 백담사에 갔다. 주차장에서 인당 2500원짜리 버스를 타고 산속으로 7키로를 들어가야 절이 나왔다. 이렇게 깊은 곳에 있는 줄 몰랐다.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는 계곡길이 절경이었다. 괜히 유명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쭉 가다 보면 깊은 산속답지 않게 시야가 탁 트인 평평한 부지가 나오면서 절이 보인다. 규모는 비교적 아담한 느낌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위풍당당한 매점 두 개와 그 앞 벤치에 다닥다닥 앉아 간식을 먹는 사람들이 보였다. 방문객들 상당수가 마치 군것질이 절에 온 유일한 목적인양 거기서 파는 빵이며 아이스크림을 마구 먹어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질 수 없어서 연팥빵을 사먹었다 / 귀가. 중병의 전조증상이 내가 지닌 것과 겹칠 때의 불길함.

 

241010 속초에서 고생스럽게 은행업무를 수행하고 생선을 충동구매했다. 수산시장의 가격이 훌륭했다. 큰 삼치 5마리 만원 대구 7마리 만원! /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브이로그를 만들어봤다. 영상 퀄리티가 문화센터에서 포토샵 하루 배운 어르신 카톡짤 같다 / 부모님과 흑백요리사 재주행 / 엄마가 연팥빵을 좋아해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려 했으나 절에서만 판다고. 도도한 판매방침. 더 끌리는데?! / 건강검진결과 나올 때가 됐는데 왜 잠잠하지. 혹시 중병환자는 늦게 나오나 / 삼치구이와 대구탕을 너무 맛있게 먹었다. 식욕이 그렇게 좋으면 안 죽는다고 부모님이 말했다.

 

241011 또 수영. 쉬지 않고 전력으로 자유형 하는 건 역시 어렵군. /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면발 씹는 맛이 훌륭하고 국물이 아주 개운했다. 티비에선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뉴스가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 검진 결과가 나왔다. 걱정했던 만큼 나쁘진 않았지만 충분히 우려스러운 성적표. 몸의 무료 구독 기간이 끝났음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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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2 미루던 건강검진을 갔다. 컨베이어벨트 위의 고깃덩이마냥 무념무상으로 검사절차에 몸을 맡기고 뭐 검진도 할만하네 진작 해치울걸 괜히 미뤘네 흥얼거리다가 유방검사실 들어간지 10초만에 내가 시발 바로 이것땜에 존나 오기 싫었음을 깨달았다. 진심 이게 최선인가. 어떻게 이런 개같은 호떡기계가 아직도 가슴조직 검사 장치로 애용되고 있는 건지 납득을 할 수가 없다. 2024년인데. 검사받는 내내 분명 이거보다는 나은 방식이 있을 것이다 있어야만 한다 시발 개새끼들아!! 하고 속으로 울부짖었다. 여성질환센터 의사의 묘하게 질책하는 듯한 태도도 마음에 자국을 남겼다. / 장시간의 공복 피로 허탈함이 겹쳐 그런지 귀갓길에 참을 수 없이 배가 고파져서 굴밥정식을 거하게 먹고 중국마트 가서 훠궈소스 물만두 양고기를 사고 집에 들어갔다가 저녁 때 기어나와 S카츠에서 특돈까스를 시켜먹었다. 맛있었다. 시발비용을 너무 썼다. / M 통화하다 조금 울었다. 나는 너무 불안에 취약하다 앞으로 내 몸이 내게 보낼 신호의 대부분이 고통이고 그 비율도 강도도 점점 높아질 텐데 무서워서 어떻게 사나 암담해졌다 노년을 버틸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도 M 고맙다 강해져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 I에게 연락했다. 바쁘고 힘들 텐데 시간을 내어 고마운 얘기를 해줬다. 그의 심신이 빨리 평온해지길 바랐다.

 

241003 밖에 안 나가려다 하늘이 너무 예뻐서 짧은 산책을 하고 공짜운동기구에서 상체운동을 조금 했다.

 

241004 아주 잘 자고 일어나도 금세 피로감이 든다. 자꾸 최악의 가정을 하게 돼서 정신을 얼른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고자 영화를 예매했다. / [조커 : 폴리 아 되] 1편이 특정 집단에게 미친 악영향을 반성하고 수습할 목적으로 만든 걸까. 아니 사실 1편도 그들에게 썩 친절한 태도는 아니었다는 걸 생각하면 초기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런 맺음을 염두에 뒀을지도. 좀 더 찾아봐야겠다. 사실상 뮤지컬 영화였으나 음악이 취향에 맞지 않아서 거의 대부분의 뮤지컬 시퀀스가 지루하게 느껴졌다. 중반부를 거의 졸면서 봤는데 글쎄 잘 모르겠다. 영화 연출상의 패착 탓이 아니라 체력 저하로 집중력이 떨어졌거나 영화 끝나고 병원 가야 돼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뇌가 뻗어버린 것일 수도. / 병원까지 걸어갔다. 날씨가 진짜 좋았다. / 병원은 신축인 듯 깔끔. 그러나 문진할 때 나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실 생각은 없는 듯했다. 의사선생님이 약간 홈쇼핑 쇼호스트같이 생긴 미녀라 믿음이 가지 않았으나 곧장 내 뿌리 깊은 편견을 반성 또 반성. 결과적으로는 무난. 생각보다는 덜 절망적인 결과. /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롯데리아 가서 고양이가 준 데리버거 쿠폰을 써먹었다. / 토마토양고기물만두배추 훠궈를 해먹었다. 배불렀는데 맛있어서 한 국자 더 퍼먹었다. / 짧은 저녁산책 - 요거트 브로콜리 사과1 레몬2 구입 / 빈혈 때문에 피곤한가 싶어서 철분제를 알아보다 뜬금없이 야구 예매

 

241005 정말 너무너무 푹 잘잤다 간만에 8시간 잠 / 꿈에서 꼴뚜기랑 거의 사귀는 것과 다름없는 스킨십을 했다 / 9시 반쯤 도엠도서관 도착 - 아무글이나 막 싸질렀다 글 진짜 너무 못 쓴다 어떡하냐 / 아무 이유 없이 비싼 밥을 먹었다 고급 꼬막비빔밥 정식 - 맛은 그냥 그랬는데 서비스가 너무 황송하게 좋아서 이방처럼 등을 구부리고 먹었다 / 깽뾱도서관 가서 끼적끼적 쓰레기글 쓰고 딴짓하다 3시쯤 집으로 / 무인아이스크림점 탐방 - 무려 세 군데에서 쑥이랑떡이랑 발견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 집에 와서 유투브 보고 노닥노닥 / 집 근처에서 하는 공연 보러 나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귀찮아서 주저앉음. 늙었구나!

 

241006 오전에 도서관 컴실에서 글을 썼다. 쓰려고 했다. 사실상 안 쓴 거나 다름없다. 쓸만한 문장이 하나도 없다. 감을 잡으려고 유명 작가들의 에세이를 빌려와 읽었다. 다들 잘쓴다 진짜 개잘쓴다 너무 좋다 남의 글을 읽는 건 정말 즐겁다! / 예매해둔 한국시리즈 KT LG전을 봤다. 극장에서 야구중계를 보는 건 처음. 만족했다. 급격히 떨어진 체력과 집중력 문제로 세시간 넘게 앉아있을 수 있을까 걱정을 하였으나 시간이 후딱 갔다. 정크푸드는 컴컴한 상영관보다는 탁 트인 구장에서 먹는 게 제맛이긴 한데 집 근처 극장의 푹신한 좌석에서 선수들 얼굴 크게 보며 간편하게 현장감을 느끼는 메리트가 컸다. 옆좌석 관객들의 환호와 탄식도 야외보다 더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었다. 우리팀 수비실책 때 장내를 뒤덮는 아!!!!!!!!! ㅅㅂ뭐야? 저걸 왜못잡아? - 나도 반사적으로 그러긴 했는데 괜히 또 반성했다. 그 누구보다도 공을 놓치기 싫은 건 선수 아냐? 넌 실수 안해? 저거 잡겠냐고? 공 안맞을라구 웅크리지나 않음 다행이지.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거저런거 사정 다 봐주면서 따사롭게 타인을 바라보는 인간세상 솔직히 말이 되나 싶다. 남의 속내야 어떻든 일단 서로 경솔하게 할퀴고 멱살잡고 좌충우돌 흘러가는 게 인류의 진화방식이라는......뭐랄까 누구나 아는 생각을 뭐 대단한 것인양 야구 보다 곱씹고 앉았다. 야구선수들의 몸은 참 두툼하구나, 하고 새삼 생각했다. / 지인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역시 나는 경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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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사랑, 음악,
개주접이 난무하는 만화
매주 금, 토 밤 10시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공개됩니다.





카카오웹툰 https://webtoon.kakao.com/content/%EB%B6%80%EB%A5%B4%EB%8B%A4%EA%B0%80-%EB%82%B4%EA%B0%80-%EC%A3%BD%EC%9D%84-%EC%97%AC%EC%9E%90%EB%AE%A4%EC%A7%80%EC%85%98/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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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10년째 평화롭게 연애하던 만화가 들빨개빨은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여성 뮤지션 ★에게 홀딱 반하게 된다. 난생처음 여자에게 미쳐버린 들빨개빨, ★의 마음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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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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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한해였다
얼마나 굉장했냐면
지금 졸려 죽을 것 같다
제야의 종소리고 뭐고 그냥 자빠져 잘듯
제대로 된 연말결산은 결국 또
이슬람 설날 직전 부랴부랴 하게 생겼군
암튼 모두모두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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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마다 블로그 일기를 쓰자
트위터는 월수금
스테디오에는 들깨들 낙서만화 가급적 월금 주 2회
+공격적(뭔가 다른 표현이 없을까)인 음식일기를 계획중
인스타는 왜케 손이 안 가지
이미지 위주&분량제한없이 독백할 수 있는 플랫폼을 방치하긴 아까운데
좀더 고민을
하면 안 된다
나의 고민 = 시간낭비
그리고 또 뭐더라

내 인생의 모든 문제가 청소/정리정돈기능의 결여 때문임을 절감한다
물리적 정신적 영역 모두 포함 이런 난장판이 없다
집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된지 오래고(근데 살고 있음 대박)
머리통은 발로 써갈긴 스토리 쪽대본이 빙빙 돌고 있는 복권추첨통
심지어 추첨통 입구가 툭하면 막혀서 잘 뽑혀나오지도 않음
청소를 생활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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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묵향동후 소설을 이 악물고 읽는 데는 이런 심리도 작용하는 듯하다
초반의 낯선 용어와 설정 홍수를 견뎌내면 대략 2/3 지점부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쏟아짐 -
지금까지의 묵소설 독서체험은 다 이랬는데 나에게는 바로 그 체험방식 자체가 쾌락점인 것 같다

고생-보상의 구조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떳떳한 쾌락

즉 ‘좆같지만 익숙한 주입식 암기식 고문+불반도인들이 환장하는 고진감래 시스템’에 본능처럼 중독된 것이다
존나 막 관계도 거미줄같이 그려놓고 호 직책 본명 칼이름 연표 지명 정리해서 달달 외우다보면 어느새 그 세계관에 쑥 들어가서 등장인물 손짓발짓에 그냥 막 울고 웃고 뒹구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이말이야

최고지 너무 좋지
내 노예근성이 이 맛좋은 사약을 마다할 리가

근데 따지고 보면 대개의 오락물이 이런 구조로 짜여져있긴 하다
문제는 늘 밸런스
당연하게도 인물 설정 복잡한 작품이 전부 이런 수고를 감수할만큼의 쾌락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온갖 설정들이 정교하고 아기자기하게 잘 맞물리게끔 설계할 줄 아는 묵선생 같은 재주꾼이나 가능한 대업
어쨌건 고생. 최고의 쾌락증폭기이자 집착촉진제.
진입장벽을 주먹으로 깨부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피가 집착을 살찌우는 법.
고생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나저나 고생 하니까 말인데
묵소설 주인공들 왜이렇게 개고생을 하냐
좀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참혹한 고초를 겪는다
천관사복 100장 읽다가 오 약간 놀라서 뒷걸음질쳤어
그 왜 탐미적인 것에 죽고 못사는 장르소설에선 주인공은 곧죽어도 아름답게 존엄사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지 않나
근데 묵월드 주인공들한텐 막 피떡되고 갈갈이 찢기는(비유 아님) 일이 거의 필수이벤트여
사람을 완전 뼈도 못추리게 다져놔요
이게 바로 중식도의 힘인가?
하긴 몸뚱이가 뿔뿔이 흩어지는 것도 크게 보면 이쪽 장르의 미학적 문법에 부합하긴 하겠다
어설프게 엄한 곳 썰려죽고 썩어가느니
하지만 그러한 위협을 적게는 13년 많게는 800년간 당해야 한다는 것이…
그래야만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
하...

동양이다! 존나 동양! 이루 말할 수 없이 동양이다!

오래오래 정성을 다해 숙성한 음식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문화권!

효모!
발효과학!
피딴 낫또 묵은지를 먹는 동북아 계집들의 SM플레이다!

이렇게 책읽고 주접떨고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나는 왜 이토록 BL에 흥분하는가에 대한 자괴감 섞인 자아성찰을 도저히 안할 수가 없는데, BL물 수용자층의 심리분석은 이미 나올 만큼 나와서 굳이 여기다 쓸 필요 없을 듯.
그래놓고 계속 생각하고 있다. 별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길.
안 해도 되는 짓에 집착한다는 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명백한 경고신호죠
정신을 좀 차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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