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01 M이 예쁜 꽃과 탐스러운 타르트를 퀵으로 보내줬다. 배달직원이 할아버지라 놀랐다. 그분이 햇님 이모티콘처럼 활짝 웃으며 다정하게 축하해주셔서 황송할 정도로 감사했다. 그 표정과 목소리를 떠올리면 아직도 좀 찡하다. / 행사장에 좀 일찍 도착해서 호수공원 산책_공원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카페 테라스에서 2천원짜리 커피를 마셨다. 부모님은 맑은 날씨와 공원뷰와 커피값에 대만족. 인근 고등학교에서 제기차기 실기시험이 있는지 운동복 차림의 남녀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미친듯이 제기를 찼다. 귀여웠다. / 시상식.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수상소감의 미칠 듯한 긴장감 부담감 어색함. 애당초 너무 희귀 이벤트니 영영 익숙해질 일은 없겠군. 예나 지금이나 상패는 정말 무겁구나. 전설의 영웅들과 허겁지겁 인사했다. 술 끊었는데 테이블에 공짜와인이 있어서 두세모금 마셨다. 뷔페음식을 마구 퍼먹었다. 멋진 경품이 많았는데 하나도 당첨되지 않았다. 행사장에 와주신 저승사자님과 J작가님께 깊은 감사를. /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이해할 수 없이 위험한 행동을 했다. 심지어 그걸 제지하는 엄마한테 왜 자꾸 잔소리냐며 불같이 짜증. 참다못해 나까지 참전. 분위기 완전 개떡판됨. / 사망자 없이 간신히 집 도착. 피곤해 죽겠는데 너무너무 화가 나서 집에 안 들어가고 헬스장으로 도피_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람. 한산할 줄 알았는데 심야시간대 사람 개많음. 그 어느때보다 많음. 다들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헬스장 대표님을 처음 봤다. 온몸의 근육 하나하나가 내가 이 공간의 대표라고 부르짖는 듯한 육체. 자신의 몸이 곧 명함이자 광고판인 직업의 고충에 대해 생각했다.
241102 부모님을 배웅했다. 아빠가 어제 일을 반성해서 나도 엉거주춤 사과했다. 하루종일 착잡.
241103 헬스장 쉬는 날인 걸 까먹고 헛걸음. 괜히 배가 고파져서 돈까스를 먹고 돌아왔다. 예전 같았으면 1인분이 버거웠을 텐데 지금은 싹싹 다 먹어치우고도 뭔가 묘하게 허해서 순대국을 먹을까 고민이 될 정도. 겨우 참았다. / 늘어지게 낮잠 자다가 퍼뜩 일어나서 헐레벌떡 약속장소로 - F님과 버섯샤브샤브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목 아프게 수다를 떨었다. 재미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깨달음을 공유하는 일은 정말 재미가 있다. 내가 과연 잘해낼지 두렵고 불안한 마음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지만. 아니 오히려 조금 커진 듯도...
241104 M이 스페셜초밥을 사줘서 너무 맛있게 먹고 난생처음 국가공인안마사에게 마사지를 받았다. 힘 좋은 선생님이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래짜듯 쥐어짰다. 아프다고 말할까말까 고민이 극에 달할 때쯤 다른 부위로 넘어가셔서 매번 하릴없이 마른침을 삼켰다. 선생님이 전기장판을 켜주고 꿈결같은 목소리로 다정한 말씀을 해주셔서 잠이 솔솔 왔다가 세게 꼬집혀서 소스라치게 놀라기를 무한반복. 키가 백칠십이 넘는 것 같다는 평을 들어서 어리둥절했다. 황홀하고 고통스럽고 개운하고 포근한 시간이었다. 종종 뵙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살살'이라는 말을 기필코 입밖에 내리라.
241105 8시간 숙면했다. 온몸이 기분좋게 뻐근했다.
241106 종말학습관에서 3시간 작업하고 단백질음료 마시고 상체운동하고 죽순도서관에서 또 3시간 작업 - 총 2천2백자를 썼다. 웬일이여!? / T순대국집에서 순대정식을 먹었다. 깔끔하고 정갈하고 직접 만든 순대맛이 일품이었다. '60년 전통 외길 순대인생'이 이마에 써진 듯한, 과묵하고 무뚝뚝해뵈는 사장님 부부의 솜씨. 계산할 때 고마워요! 하고 인삿말을 툭 던지는 할머니 사장님이 귀엽다고 생각. 벽걸이 TV에선 트럼프 당선을 알리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 황망하게 골목을 걷다 어느 미용실 입간판을 발견하고 감동.
241107 당일치기 강릉행 - 따꺼를 만나서 맛있는 걸 잔뜩 얻어먹고 멋진 풍경을 잔뜩 보고 자율주행 택시라는 신문물을 체험하고(하지만 아직은 운전자가 꼭 탑승해야 한다고 함) 좋은 대화를 했다. 재미를 만들어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안개속의 노가다임을 재확인. 강릉시민들은 어쩐지 유독 금슬이 좋아보였다. 산책할 때 손을 꼭 잡고 다니거나, 마치 쌍둥이처럼 똑같은 동작으로 씩씩하게 운동해서 누가 봐도 일심동체임을 광고하는 부부가 많았다. 뭐지? 신사임당의 축복인가? (무근본 일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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