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의 여자주인공들
외모는 대개 화려X 평범O 표준체중~살짝 통통한 수준
아무렇게나 걸친 티셔츠+청바지+운동화+질끈 묶은 머리(묘하게도 꼭 ‘질끈’ 묶음)
적극적 아군의 등쌀에 못이겨 본의 아니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고급으로 꾸미는 이벤트 필수발생->세상 남자 다 달라붙는 마성의 여자됨->남자주인공의 질투와 성욕 폭발의 계기

성격은 딱히 모난 구석 없음 평균적인 도덕관념 및 공동체의식에서 벗어나는 경우 거의 없음
대체로 일 잘함 다소 미숙하더라도 발전가능성이 매우 엿보임 개민폐 일바보는 매우 드묾
덜렁대거나 털털한 모습으로 본의 아니게 냉철한 완벽주의자 남주에게 다른 여자들과 달리 신선한 매력을 어필
치명적 매력의 부유한 권력자 및 연예인 계열 남자주인공이 가까이 오면 갑자기 홍조 및 호흡곤란과 더불어 언어능력 운동능력 상황판단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뒷걸음질치다 벽에 부딪치고…대사에 말줄임표가…급격히……늘면서……급기야는…아앗……핫……!

식욕은 대체로 왕성함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남주에게 들키고 수치스러워함 이따금 음식을 옷에 흘리거나 얼굴에 묻히는데 남주는 이를 귀여워하거나 재빨리 수습해줌 간혹 술먹고 토하고 개주접을 떨지만 묘하게도 남주가 정떨어져서 도망가는 일은 없음
중후반부 남주와의 갈등 국면에서는 대체로 잠수를 타고 식욕이 급감함 폭식X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나서 남주의 태산같은 걱정을 삼

좋은 냄새가 남

여기까지는 주로 2000년 초반까지의 경향. 현대에 근접할수록 남주 앞에서 답답하게 구는 모습이 줄고 주체적 면모와 모난 성깔이 추가되는 움직임 물론 사회적 지탄을 받을 정도는 절대 아님 어떠한 행동이든 비난을 방어해줄 명분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음

시대극의 왕족 귀족 출신 여주들은 대체로 현대물보다 식욕이 적음 조금만 기분이 상해도 밥맛이 잘 떨어져서 먹던 걸 하인한테 넘겨줌 한그릇 뚝딱하는 일이 잘 없음

얘들도 냄새 좋음
맨날 꽃잎 띄운 목욕통에 들어가서 그런지 몸 전체가 꽃향기에 절여져있음

과거에는 어려운 처지의 하층계급이 신분상승하는 구도가 많았으나 언제부턴가 고귀한 혈통의 주인공이 분수를 모르고 나대는 아랫것에게 권력을 빼앗기고 수모를 당하다가 힘을 되찾고 응징하는 구도가 자주 보임

남자주인공의 덕목 중 손상되어서는 안 될 신성불가침의 영역 - 미모/돈과 권력/정력/여주를 향한 일편단심
이중 으뜸의 가치는 미모인 듯 다른 덕목들은 일시적으로 살짝 훼손될 수 있으나 미모만은 1분1초라도 절대 망가져서는 안됨
심리상태에 따라 외모의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여주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마음고생을 해도 외모변화의 최대 허용치는 수척하지만 더욱 날카로워진 눈매 딱 요정도까지
스트레스성 폭식 거식으로 인해 배 나오고 이중턱 되고 해골처럼 앙상해지는 것은 금기시됨
탈모금지
생각해보니 정력도 절대 손상되면 안될 분위기
흡연 및 음주인의 비율이 꽤 높음 흐트러지고 섹시함이 증폭되는 장치로서 작용하는 듯
읽으면 읽을수록 이새끼들은 인간 남성이 아니라 완벽한 디자인의 무한동력 딜도처럼 느껴짐


—————————-

몇주간 로판/무협을 읽으며 느낀 바를 적은 게 이거 말고도 무지 많은데 쪽지가 어디로 날라갔네
사실 그깟 쪽지 날라가든 말든 알 게 뭐냐 싶다
내 얄팍한 감상이 여기서 몇 줄 더 추가돼봤자 이 광대하고 매혹적인 욕망의 세계를 백분의 일도 담아내지 못할 것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재밌고
아이고 뻔하네 하다가 허를 찔려서 또 재밌고
장르의 법칙을 뼛속 깊이 이해하고 때에 따라 그것을 요령좋게 비틀어 독자의 신경줄을 쥐락펴락하는 존잘님들 솜씨 진짜 너무너무 부럽고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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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육체노동을 하고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고 7시간 이상 잠을 자니 기분이 좋아졌다. 더러운 기분으로 있어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거 평생 지겹도록 겪어보았으니 앞으로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마음 속 걸림돌들을 최대한 외면한 채 텅 빈 머리통을 목 위에 대충 얹어놓고 다닐 것이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어차피 괴로움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덮쳐오고 어떻게든 지나간다.

 

-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나와 다른 유형의 인간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는 재능이 없어도 진짜 더럽게 없다는 걸 매일매일 뼈저리게 체험중이다. 그런데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의 차이가 과연 그렇게까지 큰 것인가, 요즘은 그 자체도 좀 의심스럽다. 그냥 다 그저 그런 능력치를 갖고 있는데 혼자서 그 차이를 냅다 크게 부풀려서는 아 나는 저건 절대 못해, 이런 거나 하고 살아야 돼, 그렇게 잘 맞지도 않는 선을 아무렇게나 긋고 살았던 것 아닌가 싶다. 그놈의 자의식을 때려잡아야 한다. 아주 그냥 똑똑한 척 뺀질뺀질하게 입만 살아가지고서는 더럽게 심약하고 게을러 터져서 많은 것을 망친 원흉이다. 잘하든 못하든 그냥 해야 한다. 결심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

 

- 쓰면서도 분명 이 결심대로 되지 않을 거다, 며칠만 지나면 또 더러운 휴지뭉치 같은 근심걱정이 머리통에 가득 찰 것이고, 건전한 정신은 부패한 자의식에게 숙청당할 것이며, 결국 늘 하던 대로 저품질의 재능을 원망하며 결심한 일을 때려치우고 말 거라는 예감이 스멀스멀 든다. 뭐 그러면 그때 가서 또 새롭게 결심을 하든 자학을 하든 아유 난 모르겠고 어제 사온 생선이나 구워서 막걸리와 함께 먹자. 청어가 두 마리에 2천원이라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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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결제정보로 나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게 된 지 오래다
9월 초의 나는 인도네시아 요리를 신나게 먹고 멋진 카페에서 소품 하나하나에 손가락질하며 꺅꺅 감탄하는 인간
지마켓에서 1원 한푼이라도 더 싼 반팔수영복을 찾아헤맨 인간
답례선물용 십만원짜리 상품권을 사며 덜덜 떠는 인간이었다
  
돈을 쓰지 않은 날은 뭔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겠다 하루가 통째로 암흑 속에 깊이 가라앉는 것이다
소비자가 될 때만 겨우 존재감을 인정해주는 깍쟁이 세상인심이야 그렇다 치지만 나 자신이 돈 안 쓴 나를 적극적으로 까먹는 건 너무 서글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생산
글이나 그림을 쥐어짜낸 날은 어떻게든 기억이 난다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스스로를 가장 저렴하게 기억하는 방법이다

마구 맺은 계약에 깔려죽고 말 거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내 능력 밖의 계약은 저절로 깨지게 되어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진공의 상태에서 아무래도 좋을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
이제야 제자리에 돌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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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에 나앉는다’는 표현을 자주 생각한다. 가끔 소리 내어 말하기도 한다. 길에 나앉는다. 길바닥에 나앉는다.

- 12시에 행사장에서 밥을 먹고, 2시까지 다음 일정이 있는 장소로 가면 시간이 딱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2시 반이 넘어가도록 행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1시가 되어서야 겨우 음식 세팅 시작. 일찌감치 줄을 선 사람들은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과 그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운영진을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는 1분에 한번씩 휴대폰 시계를 확인하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1시 10분경 참지 못하고 운영진에게 다가가 죄송한데 몇 시쯤부터 음식을 살 수 있냐고 물었는데, 놀랍게도 그 대답이 “지금 사실 수 있는데요?!” 맙소사. 다들 양쪽으로 갈라서서 한쪽은 왜 시작을 안 하지...다른 한쪽은 왜 안 사먹는 거지...이렇게 묵묵히 고뇌하고 있었던 건가. 하긴 극도로 내성적인 사람들이 행사를 열면 이런 해프닝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수많은 노하우와 금전으로 이루어지는 고도의 행위예술이라는 생각을 갈수록 자주 하게 된다.

-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다. 너무 재미가 있고, 재밌지만...이제는 시청을 좀 자제해야 할 것 같다. 처음엔 남의 작품을 오랫동안 멀리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와 공부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에 쓰디쓴 보약을 코 막고 삼키듯 이것저것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재밌어서 자발적으로 보게 되고, 슬슬 불건전한 중독 단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렇게 돼버렸다. 반년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할 일. 아무것도 하기 싫고 드라마만 무한정 보고 싶다. 남이 만든 세계관에 영영 취해있고 싶다. 가상에서 현실로 내쳐지는 순간의 공허함이 두렵다. 가장 두려운 건 내 세계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과 직면해야 한다는 것. 다들 너무해. 너무 잘해. 너무들 해 진짜.

- 질투에 대한 글을 썼고 겁도 없이 ‘질투왕’을 자처하였으나 실은 거짓말이다. 나는 질투하지 않는다. 질투는 능동적이다. 질투의 대상을 해치고자 하는 명백한 공격성을 내포한 감정이다. 나같이 게으르고 소심한 수동형 인간은 질투 못 한다. 그 귀찮고 위험부담 큰 열혈짓을 뭐하러 합니까. 훨씬 조용하고 폐쇄적인 선택지, 열등감이 있는데. 남을 공격하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내 멘탈만 묵묵히 갈아먹는 감정! 뒤탈 없고 간편하고 얼마나 좋아. 나는야 열등감왕. 음 이건 별로. 벌써 질투왕보다 한 글자 더 늘어나서 리듬감이 확 굼떠지고 어감도 후져졌어. 열등해 증말.

- 어마어마한 귀찮음을 딛고 일어나 도서관에 나와서 죽지못해 일을 하다 두어 건의 통화를 하고 기분이 나아졌다. 역시 나의 비관에는 햇빛과 운동과 사람이 약. 물론 세 번째 것이 종종 독약이 돼버려서 곤란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기에, 더더욱 사람과 호의를 주고받는 순간이 있음에 감사한다. (합장 이모티콘) 근데 나 요즘 이모티콘 너무 많이 쓴다. 상대가 내 말투로 인해 불쾌해질 여지를 최소화하고 호의를 최대한 증폭시키고자 동글동글 귀여운 이모티콘을 줄줄이 엮어 답하곤 하는데, 종종 그 과대포장된 상냥함이 너무.....아으 몰러 그냥 가끔 그 이모티콘들 확 다 구워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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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지하철 객실. 맞은편 남자가 일어나서 자기 배낭에서 벌레 한 마리를 객실 바닥에 떨어내고 하차했다. 새끼손까락 두 마디만한, 하늘소를 닮은 검은 벌레였다. 추락 직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라도 하듯 한동안 꼼짝없이 제자리에 붙어있던 벌레는 이내 멈칫멈칫 출입문 근처를 맴돌았다. 내성적인 벌레였다. 옆자리 여자들이 속삭였다. 어떡해 벌레. 근데 저거 바퀴벌레는 아닌 것 같다. 그지. 응. 바퀴는 아냐. 나만 혼자 벌레를 주시하고 있던 게 아니었고 대화의 톤이 벌레에게 비교적 온정적이었다는 것에 왠지 안도했다. 열차가 다음 역에 정차했고 출입문이 열렸다. 승하차하는 객들의 발걸음이 우르르 벌레 위로 쏟아졌다. 곧 끔찍한 꼴이 펼쳐지겠다 싶어 마음이 몹시 괴로웠는데, 놀랍게도 벌레는 멀쩡했다. 우연인지 다들 알아서 조심한 건지 하여간 모든 신발이 절묘하게 벌레를 피해갔다. 다음역에서는 열차 밖으로 벌레를 내보내려는 중년남자 두 명의 시도가 있었다. 그들은 벌레를 발 안쪽면으로 살짝살짝 차서 출입문 바깥쪽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벌레는 출입문의 턱에 걸려 좀처럼 나가지를 못했고, 벌레를 동정하되 맨손으로 만지면서까지 도와주고 싶지는 않았던 남자들은 둔탁한 발재간으로 어찌어찌 해보려다가 그냥 그대로 떠나버렸다. 문제는 그들의 도움으로 인해 벌레가 출입문에 눌려죽기 딱 좋은 위치로 옮겨졌다는 것. 옆자리 여자들이 초조하게 말했다. 어떡해. 어떡해 벌레. 출입문 닫힙니다 - 푸슉 소리와 함께 양쪽에서 다가온 문이 맞물리려는 순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옆의 여자가 번개같이 달려가서 우산 끄트머리로 문에 끼이기 직전의 벌레를 끄집어냈다. 그가 자리로 복귀할 때 기립박수를 칠 뻔했다. 교과서에 실릴법한 영웅적 행동이 아닌가. 다시 몇 정거장이 지났다. 아까와는 다르게 객실이 꽤 붐볐다. 그 북새통 속에서 벌레는 기적처럼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적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 점점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곧 내 하차역이 다가왔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충동적으로 벌레를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밭일 할 때 신으려고 했던 양말 한 켤레가 가방 안에 있었다. 그걸로 벌레를 애기 포대기 감싸듯 쥐어들고 재빨리 내렸다. 뒤에서 여자들이 뭐라고뭐라고 했던 것도 같다. 역 근처에 작은 화단이 보이기에 거기다 벌레를 탈탈 털고 홀가분하게 갈길을 갔다. 너무 속편하게 홀가분해하는 거 아닌가 싶긴 했다. 서울 도심의 알량한 풀숲이 벌레의 생명연장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모르겠다.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잊지 않겠다. 그럼으로써 벌레 너는 최소한 내 기억 속에서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니 내 역할은 딱 여기까지만 하면 안 될까…하고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애원하듯 흥정을 시도하며 얼른 갈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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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과 사실관계를 남들이 알아먹을 문장으로 만드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정신이 너무 빨리 지친다

노화 탓인지 스트레스 탓인지 몸에 어떠한 병이 있어서인지 알 도리는 없으나

어쨌든 당분간 또 재활주간

할 수 있는 것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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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이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상태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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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고통의 주간 시작. 만화 연출방식에 대한 고민. 실행력과 집중력 부족에 대한 고민. 꼬인 계약에 대한 고민. 탈진할 때까지 잡초를 뽑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마셔도 가시지 않는 초조함. 나 혼자 아무런 발전이 없다는 조바심. 필수생존능력이 결여된 채 운좋게 어찌어찌 몇십 년을 버텼으나 그 운발도 슬슬 끝장이라는 불안감. 이 모든 감정을 드럼세탁기 빨래 돌아가는 거 멍하니 구경하듯 무념무상으로 바라보는 나. 냅두면 언젠간 끝날 것. 지긋지긋한 근심걱정에 찌든 생각들 어차피 때되면 종료 알림음과 함께 멈출 거고 그때가서 탈탈 털어 건조대에 걸면 그만. 얼룩이 완벽하게 빠지진 않겠지만 이미 묵은 얼룩이 너무 많아놔서 옷무늬처럼 느껴지니 상관 무. 이러한 정신적 고통을 조롱하듯 갑자기 생명을 위협하는 어택들이 마구 들어옴. 녹슨 쇠갈퀴에 새끼발가락을 찧었고 줄무늬산모기에 수십방을 물려서 가려워 돌아버리는 줄 알았으며 넋놓고 걷다가 머리가 빨간 뱀을 밟을 뻔했고 울퉁불퉁한 시멘트길에 크게 자빠짐. 죽을 수도 있었음. 다행히도 두개골과 고관절이 박살나기 직전 몸이 반쯤 접힌 쥐며느리처럼 둥글게 말리면서 한바퀴 구른 덕에 낙상의 충격이 분산됨. 하지만 구르는 과정에서 오른팔 전체가 엉망진창됨. 그냥 약간 멍함. 모든 고통은 좃같지만 역시 고통의 원조맛집은 육체적 고통. 정신적 저거와는 비교도 안 되게 생생하고 아찔한 좃같음이 있음을 재확인. 존경하는 분이 가족을 잃었는데 애도의 말 한마디를 못함. 죽음 질병 장애와 본격적으로 어깨동무하고 가게 된 지 꽤 됐는데도 뭐 하나 능숙하게 대처하는 것이 없음. 드라마 보다 말고 벌떡 일어나 충동적으로 머리카락을 자름. 고무줄로 말꼬리같이 묶은 머리를 움켜잡고 주방가위로 고무줄 바로 아랫부분을 냅다 끊어냄. 머리숱이 줄어서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잘리지 않음. 손아귀에 존나 힘을 줘서 겨우 썰어내다시피 함. 끔찍한 꼴을 예상했으나 의외로 그럭저럭 좌우대칭이 맞아서 놀람. 뭔가 약간 90년대 일본 호스트 혹은 욘사마 느낌이 나서 뿜음. 귀인이 나눠주신 꽃씨가 우편함에 도착. 다섯 종을 신청했는데 무려 아홉 종이나 넣어주심. 귀인의 건강을 간절히 기원함. 내년에 싹틔울 생명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은 환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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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5 더움. 피곤. 막막함. 괴로움. 어떻게든 일하려고 애씀. 그날이 그날같고 기억나는 게 거의 없음. 질식할 것 같아서 충동적으로 수원행. 우영우김밥 촬영지를 구경하고 행궁동을 조금 어슬렁거리다 귀가(멋진 동네. 재방문의사 있음). 운동부족. 계속 허기짐.

~220731 와인을 폭음하고 토사곽란 후 뻗어버림. 독살당하면 이렇게 죽겠다 싶을 정도의 고통. 심각한 금주결심. 3일 뒤 맥주 퍼마심. 매운불오징어볶음 안주가 너무 맛있었음. 술약속 식사약속 너무 좋아함. 조금은 덜 좋아해도 될 것 같음. 불쾌했던 어떤 발언들을 계속 곱씹음. 일단은 참고 최대한 좋게 받아들이기로. 꾸역꾸역 작업중인 연재물이 졸지에 폐기처분될 위기. 일단은 작업을 계속하고 앞날은 하늘에 맡기기로. 우영우의 성취와 논란점과 그 와중에 내가 했던 실수에 대해 계속 생각중.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뒤처지는 R에게 신경질을 냈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사과했지만 상처받은 R이 울면서 멀어지는 꿈을 꿈. 눈을 뜨고 시발 꿈이라 천만다행이다 싶었으나 과연 그게 꿈이었을까. 우영우가 촉발한 일종의 절망적인 메타버스 아니었을까. 하늘이 너무 멋져 잠시 할말을 잃음. 스테디오에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들을 계속 생각중. 목표가 있고 거기로 걸어갈 힘이 남아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싶어짐. 설령 도중에 엎어지더라도, 결국 그러할 운명이겠지만, 괜찮다, 그렇게 정신승리하기로.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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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고 행복하고 혼란스러운 일들을 조금 겪었다

이것들 중 뭐가 돈이 될지 뭘 쳐내고 뭘 부각시켜야 잘 팔릴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

삶의 일부를 왜곡해서 온라인 좌판 목 좋은 곳에 배치하는 직업

익숙해졌나 싶다가도 가끔 되게 징그럽다

 

잘하고싶다잘하고싶다잘하고싶다잘하고싶다잘하고싶다잘하고싶다

 

게임중독과 맘모스빵 폭식증세 재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는 확실한 증상

아냐 솔직히 아직 극까지는 아냐

넌 그냥 빵을 먹고 싶었을 뿐이야 비장해지지마

 

이 블로그에 '단팥빵 폭식' '맘모스빵 폭식'으로 검색해 들어오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

해결책을 드리지 못해 늘 죄송

체념하고 순순히 폭식하는 인간입니다

그러고보니 4개의 키워드 중 3개에 어떠한 도움도 드릴 수 없군요

면목이 없습니다

 

그러다 '엉 덩이'로 검색해 들어온 흔적을 발견

 

엉 덩이

엉과 덩 사이의 저 공간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굉장히 이상해진다

동양인의 엉 덩이

 

잘해야한다잘해야한다잘해야한다잘해야한다잘해야한다잘해야한다

 

더위가 너무 끔찍해서 설경을 상상하곤 하는데 막상 닥치면 추위가 더 끔찍하다

냉방보다 난방비가 훨씬 비싸고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좋다 크리스마스 캐롤도 좋다

지치고 놀고싶은 마음 달랠 때 캐롤을 들으면 좋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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